글사랑 교컴
가슴을 탕 치고 지나간 시.....
가을 산행길에서
이대근
가을 산행길에서 절로 영글어 떨어진 밤 한 톨 줍다.
만지작거리다 꽉 깨무는 순간 밤벌레 한 마리 고개를 쏙 내민다. 나도 깜짝 놀랐지만 그 녀석은 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이다.
나는 하마터면 그 녀석의 징그러운 몸뚱이를 깨물 뻔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녀석은 태어나면서부터 살아온 세상 전체가 갑자기 두 쪽이 나고 생명까지 두동강날 뻔한 일생일대의 엄청난 사태의 발생에 놀랐다.
아, 누가 있어 어두운 밤 속에 있는 나의 이 집도 흔들어 깨물어 줄 것인가? 그 앞에 나도 이 추한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싶다.
자기가 전부하고 생각했던 세계가 박살나면서 나타난 시리도록 푸른 하늘, 그 하늘을 보면서 밤벌레는 죽었다.
나도 그처럼 죽고 싶다. 단 한 번만 그 하늘을 볼 수 있다면 굳이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지 않아도 그냥 지금 이대로 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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