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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적
표적
오래 된 어항 속에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매일 먹이를 주고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그들은 나를 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
제일 예쁜 놈을 잡아
천천히, 잊지 않았다고
이름을 불러본다
그러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잠시 눈맞춤하던 그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은 건 은빛 허상
가위를 들어 그의 꼬리를 자르지만
피한방울 흐르지 않는다
미동도 않던 그가 나를 비웃는다
꼬리를 잘린 건 바로 너라고
다시 그를 어항 속에 놓아준다
침묵으로 멈추었던 공간들이
빈곳을 채우며 흘러간다
오래 된 어항 속을 바라보며
내가 만든 세상이라 말한다
그들은 점점 불가사리의 보호본능을 본받아
나의 덫을 알아낸다
나는 오히려 수많은 눈들의
표적이 되고 만다
나는 그들이 놓아준
더 큰 먹이라는 것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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