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교컴
가슴을 탕 치고 지나간 시.....
가을 산행길에서
이대근
가을 산행길에서 절로 영글어 떨어진 밤 한 톨 줍다.
만지작거리다 꽉 깨무는 순간 밤벌레 한 마리 고개를 쏙 내민다. 나도 깜짝 놀랐지만 그 녀석은 더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이다.
나는 하마터면 그 녀석의 징그러운 몸뚱이를 깨물 뻔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그 녀석은 태어나면서부터 살아온 세상 전체가 갑자기 두 쪽이 나고 생명까지 두동강날 뻔한 일생일대의 엄청난 사태의 발생에 놀랐다.
아, 누가 있어 어두운 밤 속에 있는 나의 이 집도 흔들어 깨물어 줄 것인가? 그 앞에 나도 이 추한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싶다.
자기가 전부하고 생각했던 세계가 박살나면서 나타난 시리도록 푸른 하늘, 그 하늘을 보면서 밤벌레는 죽었다.
나도 그처럼 죽고 싶다. 단 한 번만 그 하늘을 볼 수 있다면 굳이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지 않아도 그냥 지금 이대로 죽어도 좋다.
댓글 2개
| 엮인글 0개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18 | [책] 부자아빠의 비밀노트~^^ [1] | 남상아 | 1331 | 2005.07.11 08:36 |
17 | 한 번은 죽어야..^^ [1] | 남상아 | 1084 | 2005.07.15 03:09 |
16 | 조용한 야경 [2] | 나무 | 1687 | 2011.01.24 23:01 |
15 | 미니 박스에 글쓰기. [3+1] | 꼬리 | 1572 | 2011.05.07 10:13 |
14 | 고맙습니다. | 김희숙 | 1049 | 2006.01.06 15:16 |
13 | 만남과 성장 [2] | 김재우 | 1464 | 2008.01.01 11:41 |
>> | 가슴을 탕 치고 지나간 시..... [2] | 김성희 | 1504 | 2004.09.08 09:42 |
11 | "미쳐야 미친다"-정민지음 [1] | 김성희 | 1432 | 2004.10.21 11:34 |
10 | 책 소개 - 대지여 꿈을 노래하라. [2] | 교컴지기 | 1836 | 2008.06.26 12:40 |
9 | 문장을 깔끔하게 쓰기 위한 9가지 팁 [3] | 교컴지기 | 2175 | 2009.04.23 11:32 |
8 | [소식] 노벨문학상에 독일 여성작가 헤르타 뮐러 | 교컴지기 | 1991 | 2009.10.09 08:24 |
7 | 그날 새벽 | 교컴지기 | 75 | 2018.09.23 21:30 |
6 | [시] 물과 꿈-가스똥바슐라르를 읽고(1) | 8175 | 3002 | 2003.12.15 15:16 |
5 | [시영상]그리움 하나-프리지아의 향기- | 8175 | 1015 | 2004.01.26 19:06 |
4 | [시영상]강가를 거닌 적이 있었다-프리지아의 향기 | 8175 | 1012 | 2004.01.30 13:31 |
3 | 나의 사랑 [3+2] | 블랙커피 | 1113 | 2009.02.05 08:58 |
2 | [책소개] 낭만주의는 혁명을 싹틔운다 | 1974 | 2004.04.18 07:20 | |
1 | [책소개] 한국영화 섹슈얼리티를 만나다외 18권 | 1172 | 2004.04.18 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