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교컴
개심사 숲길에서
개심사 숲길에서
당신 안에 발길을 들여 놓으며
안도의 숨을 쉽니다.
천년의 세월 지나도록
당신 몸을 휘감고 있는 바람을
눈감지 않고도 느낄 수 있었지요
당신 뼈대들 사이를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산책할 수 있어서 눈물겨웠습니다
당신 체온이 이끼로 돋아
푸르게 살아 오르는 모습 보며
느낌이 되지 못했던 말들은
당신 길 위에
살그머니 내려두고 돌아섭니다
기다림만 키우던
나의 쓸쓸한 시간들은
이제 당신 가지에 날아와 앉는 새가 되거나
무심한 하늘 보는 청솔이 되었지요
거기 그렇게
당신 안에서 숲이 되었습니다.
(이번 방학 때 개심사에 간 일이 있었어요.
혹독한 더위 속에서도 그 숲길 만큼은 기억에 선하네요. 그때 끄적인 졸시 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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