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유명산, 용문산 산행(2020년 6월 7일 일요일) ♣

 5시 10분, 새벽 공기를 가르며 달리는 차창의 모습들이 정겨웠다. 들판 여러 곳에는 이미 모심기를 끝낸 논도 많이 보였다. 어김없이 오고 가는 계절의 순환을 새삼 느꼈다. 오늘 산행은 경기도 가평과 용평에 걸쳐 있는 소구니산(798m), 유명산(862m)과 용문산(1,157m)이다. 그리고 전체 산행 거리가 16Km이어서 힘들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대구에서 출발한 버스는 안동 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여주 휴게소에서 아침을 먹은 후 차는 계속 달려 오전 10시, 소구니산(798m) 입구 선어치에 도착했다. 소구니산은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경사가 매우 급해 20분도 안되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땀도 비 오듯 흘러 등줄기와 가슴팎이 흥건하였다.

 하지만, 산을 오를수록 신록(新綠)은 울창해지고 골짜기에서 능선으로 불어오는 산들바람은 마음을 점점 시원하고 개운하게 해주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급경사로 위세를 떨치던 소구니산 꼭대기에 도착했다. 수통을 꺼내어 물을 거의 한 통이나 마시고 땀을 가시며 가쁜 숨을 진정시켰다.

 앞으로의 코스(Course)는 배너미 고개, 유명산, 용문산이지만 능선길이어서 그리 힘들지는 않겠구나 생각하고 배낭 끈을 조절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배너미 고개를 넘어서서 얼마나 더 걸었을까? 옛날 심마니들이 거처했다는 폐가(廢家)가 나타났다. 지붕은 나무 껍질로 이은 너와집이었고 방이며 부엌이며 툇마루, 마당의 평상 등 제법 구색이 잘 갖추어진 집이었다. 바로 근처에는 창고로 사용한 것 같은 작은 집도 한 채 있었다.

 회색의 콘크리트에 갇혀 살다가 모처럼 푸르고 푸르른 산에 올라 새틋한 주변 경관과 더없이 높고 파란 하늘, 시원한 바람에 마음을 빼앗겨 시간이 가는 줄도 잊은 채 걷고 걸었다. 어느 사이 발걸음은 유명산을 넘어 배너미 고개로 걸어가고 있었다. 정말 기분이 좋았고 마음이 한결 맑아진 것 같았다. 그늘진 나무 아래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제는 마지막 코스 용문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중간에 잠시 쉴 때 지도를 보니 유명산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하였고 용문산은 경기도 용평에 자리하였다.

 이런 저런 사념(思念)에 젖어 능선길을 걷다 보니 벌써 싶으게 용문산에 도착하였다, 그러나 용문산 정상에 건설한 공군 기지 때문에 온통 둘러쳐진 철조망이며 산을 마구 파헤쳐 지은 군사 시설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잠시 땀을 식힌 후, 용문산 아래에 있는 용문사로 발길을 옮겼다. 내려 오는 길에는 이상하게도 등산객이 거의 없어 정말 조용한 명상에 잠기며 혼자서 내려왔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선(善)한 일은 얼마나 했으며 악(惡)한 일은 또 얼마나 저질렀는가? 허무하고 무상한 것이 삶이구나 생각하니 홀로 걷는 스스로의 마음은 저절로 수수(愁愁)로워 졌다.

 용문사에 도착해서 절 바로 앞에 있는, 나이가 천 년이 넘는다는 은행나무를 바라보다가 그저 백 년이 채 안되는 사람의 삶이 무척 짧게 느껴졌다. 하지만, 장구(長久)하고 유구(悠久)한 우주의 나이 157억 년에 비하면 천 년 세월의 은행나무나 백 년의 인간 삶이나 모두가 찰나(刹那)의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오후 5시 30분, 버스는 용문사 주차장을 출발하여 대구를 향해 쾌속으로 달렸다. 하루 16Km의 힘든 산행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조금은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든든하고 차분했다.

♣ 소구니산 중턱의 푸른 신록(新綠) ♣

♣ 소구니산 정상 ♣

♣ 배너미 고개 이정표 ♣

♣ 심마니들의 폐가(廢家) ♣

♣ 용문산 이정표 ♣

♣ 용문산 정상 ♣

♣ 용문사 천 년 은행나무 아래 모습 ♣

♣ 용문사 천 년 은행나무 윗 모습 ♣

♣ 용문사 일주문(一柱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