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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좋은 글
대학에 출강할 때, 내 강의를 듣는 수강자들은 꼭 에세이 한 편씩을 써야 했다. 열 가지 정도의 키워드만 주고, 그것에 관해 연구, 조사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글을 주문했다. 그것 때문에 괴롭다고 한 친구들도 있었고, 그것 때문에 교육문제에 대하여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으며, 그것 때문에 글을 잘 쓰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질문은 "교수님, 몇 장 이상 써야 하나요?"와 같은 것이었다.
이런 질문처럼 개똥같은 질문은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글이면 그것이 단 몇 줄이든, 책 한 권 분량이든 따질 이유가 없다. 분량이 글의 질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한 줄이든, 열 장이든 쓰고 싶은 글을 잘 써 오세요." 이렇게 말을 하면 그들은 다시 조른다. "그런게 어디있어요. 딱 몇 장으로 정해주세요. 그리고 글꼴 크기나, 줄 간격, 편집 용지도 정해주세요. 다른 교수님들은 그렇게 해주시는데... 그래야 평가하시기에도 편하실 겁니다." 이러는 거다. 그럼 또 글꼴이나 줄 간격이 좋은 글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설명을 해야 했다.
요즘 SNS를 잘 활용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선생님들이 쓴 좋은 글을 발견하면 무척 반갑다. 졸저 '교육사유'에서도 밝혔지만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글쓰기만큼 치유적 효과를 갖는 것이 드물다. 교육과정의 실존적 재개념화를 주장했던 윌리엄 파이나의 경우도 '자서전적 글쓰기'를 통해 교사가 교육과정을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또 글쓰기라는 행위 자체가 미학적 실천 과정이어서 사물과 인간을 보는 안목을 더 깊게 한다. 글감을 선택하고, 주제를 도드라지게 하며, 유려하게 전개해나가는 과정은 수업기술 몇 가지를 익혀 적용하는 것 이상이다.
좋은 글은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은 없는' 글이다. 누구든 없는 시간을 쪼개어 글을 쓰는 탓에 다듬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사실 '잘 다듬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독자가 편안하게 읽도록 배려해 주는 글이 친절한 글이다. 시간 없는 사람들 붙잡아 놓고 중언부언하는 것은 큰 무례다. 남겨야 할 글만 남기고 버려야 할 글을 과감하게 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글은 그 사람이 가진 소양의 깊이와 실천의 폭을 드러낸다. 글의 화려함만으로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정말 부러운 능력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삶과 유리된 글로 독자와 호흡하려 해선 안 된다. '글만' 잘 써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글에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 잘 벼려진 글은 읽는 사람에게 설렘을 준다. 좋은 글감으로 형편없는 글쓰기도 가능하고, 보잘것 없는 삶의 편린도 글을 통해 빛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절제' 역시 쉽게 습득되는 글쓰기의 한 가지 기술이 아니다. 절제의 삶을 살아본 경험이 있고, 그 미덕을 깨우친 사람에게서 나오는 깊은 내공 같은 것이다. 이것은 독자를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말은 휘발하고 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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