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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배움의 공간, 주인들이 상상하자
앞서 배움의 공간에 대한 글을 올렸다. 표준설계도와 표준건축비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1990대 이후 표준설계도는 사라졌지만 표준건축비 개념으로 인해 학급 수에 따라 배정된 건축비로 설계와 시공을 하다보니 결국 표준설계도 때와 다름없는 일자형의 긴복도와 사각형의 교실을 이어붙인 학교건물이 지어진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것과 관련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차차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고... 잠시 아래 사진을 보자.
사진은 새로 지은 인천 첨단초등학교의 내부 시설 중 하나이다. 아직은 그냥 빈 공간이다. 이 공간은 아이들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 전체 건물 중 두어 군데는 쓰임새를 지정하지 않고 빈 공간으로 남긴 다음에 아이들이 이 공간은 어떤 공간으로 쓰자고 의견을 내면 그것에 따라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가 있다. 모든 공간은 예외없이 주인과 손님을 나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어떤 공간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주인인지 손님인지는 금방 판별된다. 그런데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 말하자면 학교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주로 교실과 복도에 머물며, 책상과 의자를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학생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지금까지, 공간 개념으로 본 학교는 아이들을 주인으로 취급했을까, 아니면 손님처럼 생각했을까, 그도 아니면 또 다른 대상으로 생각했을까? 최소한 손님으로라도 생각했다면 환대했을 터이다. 아쉽게도 학교는 아이들에게 주인의 역할도, 환대해야 할 손님의 역할도 부여하지 않았다. 학교에 온 아이들은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다. 주인이 내 건물에서 통제를 받는 것은 어딘가 모순이다.
학교 공간을 자세히 살펴보면, 주인을 위한 공간도 아니고, 손님을 위한 공간도 아니며, 단지 아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도록 설계했음을 발견한다. 대표적인 감시와 통제의 공간인 일자형의 긴 복도, 정서를 반영하지 못하는 규격화된 사각형의 교실, 군대의 연병장을 흉내낸 운동장과 조회대, 감시의 통로인 교문, 안과 밖을 명료하게 가르는 학교 담... 어느 것 하나 아이들을 주인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학교건축을 할 때에는 그것을 사용할 사람들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아마도 학생들과 교사들일 것이다. 학교를 신설하려면 지역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주민으로 이루어진 '학교건축위원회'를 만들고 이 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우선 첨단초등학교의 사례와 같이 일정 수의 빈공간을 남기고 이 사용 방법을 아이들에게 묻는 것이 좋다.
이 공간이 아이들의 쉼과 놀이, 그리고 사유를 위한 멋진 공간으로 탄생하기를 바란다. 참고로 첨단초의 경우 추가 예산없이 교육청에서 지급한 기본 예산만으로 신축했다. 이 외에도 너른 복도, 중앙 계단의 채광, 주차장 지하화, 유연하게 구성 가능한 책걸상, 건물 채색 등 참고할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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