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전인적 발달과 민주적 시민성
교육은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인간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능한다. 이 양자는 종종 대립적 간극을 좁히지 못해 극단화된다. 그래서 욕망 구현의 수단으로 변질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향의 세계를 그린다. 이러한 교육의 커다란 두 가지 목적은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로 통합될 수 있다. 지적 발달과 건강한 몸의 유지, 그리고 사회적 발달이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곧 전인적 발달이다.
DeCeCo 프로젝트에서 내놓은 미래핵심역량의 <범주 2>도 이질적 타인과의 협력 능력을 강조한다. 앞으로는 타인과 협력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갈등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핵심적 역량이라는 것이다. 전인적 발달의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발달과 상통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압축적 성장을 이룬 나라다. 압축적 성장의 과정에서 민주적 삶의 양식이 체화되지 못한 채 아주 짧은 시기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천민 자본주의와 만났다. 그 만남의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제 편에 유리하게 만들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구의 설치와 운영, 기득권 편에 선 권력, 소수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다수의 횡포,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 법과 절차만 어기지 않으면 어떤 행위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신념 등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이러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자유경쟁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 낸다. 경쟁을 합리화하는 선발적 교육관, 극단적 이기주의의 만연, 물욕에 사로잡혀 이웃을 도외시하는 풍경들은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고 오로지 내 안전만을 도모하는 살벌한 정글식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부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법과 제도로 유지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고 '민주화가 완성되었다'고들 한다. 행여 어떤 행위에 대하여 '반민주적'이다고 지적하면 민주화가 완성된 사회에서 먹고 살만하니 헛소리한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러나 민주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그럴싸하게 선진국을 흉내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민들의 삶의 양식 속에서 전혀 체화되고 있지 않다. 한쪽에서는 정당화와 합리화의 구실로 절차 민주주의가 쓰이고, 선거를 통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못된 권력을 사유화한다.
오늘날 학교와 교실의 모습도 이것에 영향 받은 바 크다. '교실붕괴'는 곧 민주적 시민성의 붕괴이다. 이는 교실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자유경쟁 자본주의가 스며든 학교와 교실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물적 욕망 추구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전인적 발달을 말할 때는 민주적 시민성과 굳건히 결합하여 개념화해야 한다. 이미 100년 전에 듀이는 제도와 절차도 중요하지만 개개의 삶 속에 뿌리박혀 있는 민주적 양식을 강조했다. 즉 삶의 양식으로서 민주적 시민성이다. 나라의 품격은 국가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삶 속에 굳건하게 뿌리내린 민주적 양식, 즉 문화로서 시민성에서 그 나라의 품위가 결정된다.
전인적 발달에서 사회성의 확대, 미래핵심역량에서 이질적 타인과의 협력은 그냥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협력하는 정도를 뛰어 넘어 '민주적 시민성'을 삶 속에 체화하는 과정을 개념화될 필요가 있다. 불이익보지 않으려는 소극적 마음이 '절차적 민주주의'라면, 정의로운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민주적 시민성'이다.
DeCeCo 프로젝트에서 내놓은 미래핵심역량의 <범주 2>도 이질적 타인과의 협력 능력을 강조한다. 앞으로는 타인과 협력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갈등을 잘 관리해 나가는 것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핵심적 역량이라는 것이다. 전인적 발달의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발달과 상통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압축적 성장을 이룬 나라다. 압축적 성장의 과정에서 민주적 삶의 양식이 체화되지 못한 채 아주 짧은 시기에 '절차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천민 자본주의와 만났다. 그 만남의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익을 취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를 제 편에 유리하게 만들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기구의 설치와 운영, 기득권 편에 선 권력, 소수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는 다수의 횡포,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 법과 절차만 어기지 않으면 어떤 행위도 합리화할 수 있다는 신념 등이 독버섯처럼 자라났다.
이러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자유경쟁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겨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 낸다. 경쟁을 합리화하는 선발적 교육관, 극단적 이기주의의 만연, 물욕에 사로잡혀 이웃을 도외시하는 풍경들은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고 오로지 내 안전만을 도모하는 살벌한 정글식 자본주의의 모습을 보여준다.
애초부터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법과 제도로 유지되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보고 '민주화가 완성되었다'고들 한다. 행여 어떤 행위에 대하여 '반민주적'이다고 지적하면 민주화가 완성된 사회에서 먹고 살만하니 헛소리한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그러나 민주화는 완성되지 않았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그럴싸하게 선진국을 흉내내고 있을지 모르지만 시민들의 삶의 양식 속에서 전혀 체화되고 있지 않다. 한쪽에서는 정당화와 합리화의 구실로 절차 민주주의가 쓰이고, 선거를 통한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못된 권력을 사유화한다.
오늘날 학교와 교실의 모습도 이것에 영향 받은 바 크다. '교실붕괴'는 곧 민주적 시민성의 붕괴이다. 이는 교실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절차적 민주주의와 자유경쟁 자본주의가 스며든 학교와 교실에서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물적 욕망 추구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전인적 발달을 말할 때는 민주적 시민성과 굳건히 결합하여 개념화해야 한다. 이미 100년 전에 듀이는 제도와 절차도 중요하지만 개개의 삶 속에 뿌리박혀 있는 민주적 양식을 강조했다. 즉 삶의 양식으로서 민주적 시민성이다. 나라의 품격은 국가경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삶 속에 굳건하게 뿌리내린 민주적 양식, 즉 문화로서 시민성에서 그 나라의 품위가 결정된다.
전인적 발달에서 사회성의 확대, 미래핵심역량에서 이질적 타인과의 협력은 그냥 타인과 관계를 잘 맺고, 협력하는 정도를 뛰어 넘어 '민주적 시민성'을 삶 속에 체화하는 과정을 개념화될 필요가 있다. 불이익보지 않으려는 소극적 마음이 '절차적 민주주의'라면, 정의로운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민주적 시민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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