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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수업담화, 수업에 접근하는 또 하나의 관점
오늘은 남부 지역의 한 학교로 전체 공개수업 컨설팅을 나간다. 수업컨설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이다. 중앙교수학습센터 수업컨설팅 활동을 총괄했었다. 처음에 수업컨설팅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 '지식교류'로 명칭을 바꾸었다. 수업에 대한 조언을 듣는 방식에서 수업자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토론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마침내 모든 사람이 수평적으로 참여하는 지식교류 방식으로 진화했다. 이 때의 경험이 내 학위논문의 주제가 되었다. 수업담화 방식의 수평적 지식교류를 시작할 때 각 시도에서 본격적으로 '수업컨설팅'이 시작됐다. 이미 시도에서 수업컨설팅이 대중화됐을 때는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방향에서 많이 비켜나 있었다.
확실히 우리나라는, 어떤 방식 하나가 들어오면 쓰나미처럼 유행이 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도 전국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체크리스트 방식의 수업평가는 그 역사가 오래됐다. 타일러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수업을 전반적으로 스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형식화, 계량화, 수업효율성에 기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흔히 '주례사 강평'이 라 부르는 형식적 연구수업 협의회가 있게한 관점이기도 하다.
그 뒤에 '동료장학'이라는 것이 유행했으나 수평성을 선언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 과거의 주례사 강평회와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자율장학이라는 외피를 둘러쓰고 있지만 사실은 교과별로, 교사별로 의무적으로 주어지는 형식적 수업연구 방식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이런 관점이 여전히 관통되고 있는 것이 '교원능력개발평가'이다. 나중에 기회를 보아 더 말하겠지만 이 방식으로 교사들의 '질적 수업전문성'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수업혁신 바람이 불면서 일본의 사토마나부 교수가 창안했다는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 소개됐다. 계획하고 활동하고 표현하는 단계에서 아이들의 배움을 중심에 놓는다는 배움의 공동체는 신뢰할만한 모델을 갖지 못했던 한국의 교사들을 매료시켰고 전국적으로 확산되기에 이른다. 매년 여름이면 사토마나부 교수가 내한하여 사례발표와 강연회를 주관한다.
배움의 공동체는 의심할 여지없이 수업에 관계하는 교사들의 동료성 확인, 아이들이 어디서 배움을 느끼고 어디서 주춤거리는지, 효과적인 교실 환경과 책상 배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서 교사들의 사고를 진전시키는 데 공헌했다.
그러나, 이제 배움의 공동체 모델을 넘어서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예를 들어 'ㄷ'자 형 책상 배치를 창조적으로 변용하지 않는 한 협력수업과 지식의 내면화를 촉진하는데 있어 상상력의 제약이 따른다. 이른바 '점프'라는 것도 그렇다. 충분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황과 환경에 따라 달리 적용되거나 아예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또 지나치게 학습자의 미시수업형태를 추적하는 방식의 관찰도 때로 우려스럽다. 기타 차선책으로 이뤄지는 비디오 관찰도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
난, 아이들이 어디서 배움을 느끼고 어디서 주춤거리는지를 아주 디테일하게 관찰하여 교사들의 언어로 주고 받는 수업평가회가 주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작 내가 궁금한 것은 교사와 아이들이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내용, 학습자끼리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내용, 학습자와 외부세계와 어떻게 소통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수업이라는 하나의 형식 속에서 어떻게 내면화되는지를 어떤 방식으로 교사가 관찰하고 협의하고하는 것이냐다.
그 과정에서 학습의 효과가 더디게 나타나거나 가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학습효과도 있다는 점을 교사들이 인식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눈에 보이는 효과와 내면화되는 효과를 통찰하면서 안목을 키우는 교사들이 늘어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교사 중심이냐 학습자 중심이냐 하는 것도 수업의 철학을 가를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어제도 오늘도 교사는 가장 중요한 수업의 주관자이며 아이들의 배움의 주체로 존재해 왔다.
그래서, 수업컨설팅 의뢰를 받을 때 이 점을 명확히 하였다. '대체로 이런 관점에서 의견을 교환하기를 희망합니다.' 그랬더니 이 학교에서 몇 년 동안 배움의 공동체를 적용해 오면서 여러가지가 개선되었지만 이제 서서히 그 한계점도 발견되고 있어서 선생님을 초정하는 것이 좋은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해서 부르게 되었노라 말씀 하신다.
'수업담화'.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어떤 내용의 지식을 나누고 어떤 대화를 주고받고 이것들이 어떤 기제를 통하여 지식의 내면화에 기여하는지, 그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되고 학생들은 자신의 존재 확인을 어떤 방식으로 해 나가는지 궁금함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 그것이 수업담화 방식의 수업개선에 대한 내 문제의식이다.
교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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