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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최진실과 저널리즘 권력
본 칼럼은 인터넷 한겨레 기사로 선정되었습니다.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1424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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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거의 모든 사십대의 보통 남자들이 그러하듯)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예요."라는 TV 광고를 통해서였다.
이후 20년 동안 그녀는 깜찍하면서도 소탈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어필하였던 것 같다. 행복하지 못했던 결혼 생활을 자녀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으로
극복하는 한편, 배역을 마다하지 않고 능히 소화하는 역량을 보임으로써
그녀는 대중스타로서 가져야할 끼는 물론이고 보통의 어머니가 갖는 성실함까지
두루 갖춘 미워할 수 없는 존재로 국민들 속에 자리하였던 것 같다.
그런데 뛰어난 대중스타의 좌절과 극단적인 선택에 안타까운 애도를 보내면서도
사실 많이 불편하다. 연예 저널리즘은 그녀의 죽음과 장례식에 이르는 전 과정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인터넷 포털은 이를 받아 끝없이 전파한다. 그리고 대중들은 하루하루
그녀와 관련된 소식들을 보며 또한 나름의 진단들을 내어 놓는다.
잠시 착각한다.
혹시 이것마저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착각 말이다.
좀더 심하게 말하면 저널리즘은 대중스타의 죽음을 프로그램화하고
대중은 다시 이를 소비하는, 그저 연예 사업의 일부로 그렇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 말이다. 저널리즘의 하이에나 같은 속성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지만 특별히 나는 그들에게서 잔혹함과 비열함을 느낀다.
대중스타의 죽음에 대하여 연일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다수의 관람자들에게
소비하도록 만들었던 그들은 반복되는 자살 사건의 과정에서 일말의 반성도 없다.
책임을 져야 할 실체는 일개 기자도, 일개 신문도, 일개 방송도 아닌 그들이 그물망처럼
짜 놓은 '저널리즘 권력'이다. 대중스타의 자살 뒤에는 틀림없이 모방 자살이 뒤 따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스타의 자살 동기와 방법을 상세하게 반복 설명하는
친절함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저널리즘 권력은 잔혹하다.
보라. 카메라는 마치도 유명 영화제에서 레드카핏을 밟고 들어오는 스타들을 취재하듯
문상을 위해 방문한 또 다른 살아있는 스타들을 부지런히 쫒는다. 그래서 한 마디라도
따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대중들은 유명 스타들의 사생활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TV 화면에 눈을 고정한다. 누가 누가 다녀가고... 누구는 고인과의 어떤 추억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누구는 연일 밤을 새우며 고인을 추억하고... 마치도 대중들은 옆집에서
일어난 일인 양 상세하게 중계 서비스를 받는 꼴이다. 이것이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차원의 행위인지, 아니면 저널리즘 스스로의 경쟁논리에 따른 기획의 일환인지는
따져물어볼 가치조차 없다.
사실, 나는 그녀의 죽음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왜냐하면 그녀에겐 자녀가 있고, 그 자녀들은 평생을 가위눌리며 살아야 하고,
그녀를 사랑했던 주변 사람들을 평생 힘들게 하며,
그 사건으로 인해 영향받을 수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고,
나는 교사로서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이런 현상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싫다.
이렇듯,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데 다시 저널리즘은
그녀의 죽음을 상품화하고 커다란 이벤트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소비하도록
반복 강요한다는 바로 그 후안무치 때문에 불편하다.
교컴지기
http://eduic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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