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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배움의 즐거움을 촉진하는 교사
산의 정상에 오른 사람에게 '정상을 밟은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성취감을 느낍니다. 모든 사물이 발 아래 있다 생각하니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안타깝지만 초심자의 답변이다. 정말 오래도록 산에 올라 내공이 쌓인 분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글쎄요. 그냥 산에 있으면 좋아서...' 정도의 답변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실제로 그러하다. 내공이 깊은 사람은 산을 정복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냥 산에 머무는 시간을 귀하여 여기고 산과 대화하고 호흡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수업도 그러하다. 수업예술론의 관점에서 보면 '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달성해야 할 명시적이고 행동적인 학습목표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것은 폭력에 가깝다. 이는 마치도 작가에게 '당신은 이번에 얼마짜리 작품을 생산할 예정이십니까?'라고 묻는 것과 같다.
수업을 통하여 달성해야 할 목표는 '두 자리 수의 곱셈을 할 수 있다' 따위의 가시적 결과가 아니라, 그 시간의 수업주제와 관련하여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리고 수업 이전, 또는 이후에 일어날 배움의 내용과 연계하고 융합하며 지식을 내면화해 나가는 것이다. 지식을 내면화했다는 것은 낱낱의 지식을 분절적으로 '기억'하고 '암기'한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지식은 나에게 들어와서 기존 지식들과 섞이고 대립하면서 더 높은 질의 지식을 향해 나아간다. 학습자에 따라 이 과정의 속도가 빠른 사람이 있고, 느린 사람이 있으며 쉽게 표현되는 경우도 있고 밖으로는 좀체 표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학창 시절에 있었던 배움의 효과는 성인이 되어서야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과정은 인간의 인식을 깊게하고 지혜를 사랑하게 하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촉진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인내를 가지고 조력하는 이, 지켜보는 이, 믿어주는 이가 바로 교사이다.
교사는 그 배움의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본인부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고를 갖는 것이다. 가시적 목표의 확인에 집착하여 자꾸 확인하려 들면, 지식이 내면화되기 보다 낱낱으로 분해되어 기억하기를 재촉하는 것이 된다. 배움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환경이란 때로 질서정연하지 않다. 특정한 방법이나 형식을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일견 복잡하고 난삽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 자신부터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아이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통하여 스스로 지식을 내면화해 갈 수 있도록 조력하는 마음이 교사에게 필요하다.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이 고갈된 교사에게서는 절대로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 호기심은 세상에 대한 탐구의욕이다. 교육학자들은 이것에 '학습동기'라는 말을 붙였다.
말하자면 교사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는 '지식의 내면화'를 위한 원인 제공자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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