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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바빠도 여유를 잃지 않는 삶
유례없는 폭염의 연속이었다.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기 보다는 그저 하루를 견뎌야 하는 나날이었다. 어제 저녁부터 내린 비로 아침 출근길이 깨끗하다. 신호 대기 중에 한 컷 찍었다. 도시의 아침은 분주하기 짝이 없지만 이렇게 시간을 정지시켜 놓으니 차창 너머 풍경은 한가롭기까지 하다. 폭염 뒤로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그것도 걱정이다. 더위도 걱정, 태풍도 걱정... 일 년 중 "야! 날씨 정말 좋다!"하는 날이 몇일이나 될까.
9월부턴 근무지를 옮긴다. 전문직으로서 첫 근무지였던 연수원으로 간다. 군복무할 때도 정보작전병, 학교에 있을 때도 연구부 업무, 전교조 활동할 때도 정책 아니면 교육, 전직 후에도 교육 또는 정책 업무를 담당했다. 이쯤 되면 인생과업이라 할만하다. 그래서 일이 주어질 때마다 낯설다는 느낌은 거의 없었다. 이제 다시 연수원으로 가게 되면 이전과는 권한과 책임이 많이 다른 업무를 맡는다. 생각하는 것을 다 실천으로 옮길 수야 없지만, 벌써 머릿속은 충분히 복잡하다. 이런저런 의견들을 청취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동료로부터 현직 장학관 신분으로 그렇게 비판적인 글을 공개적으로 써도 괜찮은지에 대한 우려의 말씀을 들었다. 물론 공개된 곳에 글을 쓸 때 내 직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글쓰기에서조차 소신을 꺾고 듣기 좋은 글만 쓴다면 하등 글쓰기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나아가 오로지 누군가를 비판하기 위해 쓰는 글과 진실로 걱정이 되어 해결책을 찾아보자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은 글 속에서 의미를 찾을 것이고, 의사결정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더 새겨들을 것으로 믿는다. 비판을 하더라도 무례한 글을 쓰지 않겠다는 것은 내 글쓰기 신조다.
미루어 둔 글이 많다. 정책을 분석하고 전망을 제시하는 건조한 글도 많지만 정말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인내하느라 힘들었다. 너무 바쁘기도 했고 정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새로운 사안들이 생겨났다. 커다란 욕심은 없다. 그저 쓰고 싶은 글을 이런 저런 제약없이 차분하게 쓰는 것, 읽고 싶은 글을 찬찬히 읽고 음미하는 것, 좋은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 이런 일들은 정년 후에나 하는 일이 아니다. 폭주하는 업무 속에서도 스스로 여백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은 성숙한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해 왔다.
버릇처럼 이야기했던 '서사적 상상력과 사회적 정의'는 한몸이다. 숨가쁘게 펼쳐지는 상황에 대한 분석과 진단이 난무하지만, 팩트와 데이터를 들이대면서 각기 옳음을 주장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견디는 힘은 풍부한 상상력이고, 사회현상에 책임 있게 참여하려는 의지다.
근무지를 옮기게 되면 조금 더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지금은 가늠하기 어렵다. 이미 옮기기도 전에 몇 가지 과제가 생겼다. 성격상 대충할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최소한 업무를 핑계로 내 생생한 삶을 유보하지는 않으려 한다. 주목받을만한 능력도 없고, 특별한 재주도 없는 내 입장에서 그나마 생각을 거듭하고, 기록하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려고 생각한다.
좋은 삶이란 바빠도 여유를 잃지 않는 것이다. 지난 내 삶은 별로 좋지 않았다. "얼마나 바쁘냐, 얼마나 힘드냐"를 습관적 인사로 받았던 생활은 자랑도 훈장도 아니다. 생각의 여백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좋은 대화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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