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소통의 단절, 소름끼치는.
국회의원들이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시식하는 광경을 본다.
한나라당 의원 38명은 '광우병은 정치선동!'이라고 적힌 현수막 밑에서
미국산 등심 스테이크를 시식하며 '한우보다 더 맛있다'는 말을 하였다고 한다.
이 모습을 보는 우리네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홧병이 도지는
한우 농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보란듯이 미국산 쇠고기로 만든 스테이크를 썰어대는
이분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들의 의견을 듣는 의원들인가?
일국의 집권당 의원들의 행태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민망한 모습이다.
이 정도면 미국의 축산업자가 보기에도 낯뜨거운 과잉 홍보라 할만하다.
설마 이 분들이 한우농가를 비롯한 농민들을 약 올리려고 이런 이벤트를
개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장 그대로 미국산 쇠고기가 이만큼 안전하니
이것을 보는 국민들도 안심하시고 드셔도 된다는 뜻일게다.
이 분들이 가진 '선의'만 꼭 집어내어 미루어 해석하자면 말이다.
그 주장을 말하기 위해서 이런 엽기적 퍼포먼스를 벌여도 좋을 만큼
우리 국민들, 한우농가들을 완전하게 무시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두 달 넘도록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국민들이 정말로 괴담에 휩쓸려 부화뇌동했다고 믿는 것일까?
정말 그렇다면 사실에 대한 판단력 조차 희미한 이 분들에게 우리는
대의기관을 맡긴 것이 된다. 정말 끔찍한 일이다.
대의가 무엇인가? 국민들의 의견을 대신하여 국가적 의사결정에 반영한다는
말이 아닌가? 이 분들의 대의 방식은 누가 보아도 우리 국민 편에 서 있지 않다.
이제 국민들은 무엇을 말해도, 어떤 행동을 해도 이 분들과 말을 통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 같다.
백번을 양보하여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얻어지는 반대급부가 있다 치자.
그로 인해 자동차가 됐든 뭐가 됐든 이득을 보는 분야가 있다고 하자.
그 결과로 인해 아무 죄없는 우리 한우 농가는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농민들의 좌절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가고 있는 마당에
그들을 위한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전국민이 보는 카메라 앞에서 맛있게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모습을 연출하는 꼴이라니...
소름끼치는 소통의 부재이다.
교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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