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동행과 연대
동행과 연대
교사의 존재와 교육상황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막개발되는 각종 연수 프로그램들, 구조의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라는 힐링 열풍, 잘 먹고 잘 살자는 건강 붐, 이기적 욕망을 부추기는 '나 중심' 구호들의 공해가 한창이다.
이런 현상들은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질병에 시달려보지 않은 교사가 없기에 '건강'은 요즘 교사들에게 최대 화두로 다가선다. 아이들 문제, 학교 문제,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겪는 심각한 스트레스는 교사들을 힐링으로 이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상여금, 학교평가 등등의 압박은 교사들에게 학점 위주, 시간 때우기 위주의 연수 프로그램을 찾도록 강요하고 있다. 문화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반영 방식이 왜곡된다는 것, 그런데 이것의 담지자인 교사들이 현상과 문화 사이를 통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동료교사들과 대화를 해보면, 교사에게 압박을 주는 구조와 관행의 문제를 알고 있으나 현실은 가깝고 구조는 멀게 느껴지니 우선 손에 닿는 것부터 해결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 강요되는 현실이라는 벽, 교사들의 개별화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몹쓸 정책들 때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 중심의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은 잘 알지만 폭력의 근원에 대하여는 고민하려 하지 않고, 연말정산과 연금계산은 척척 잘 하지만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대하여 무신경한 교사들이 늘고 있다. 지금 당장 나에게 유익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제껴두고 나중에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강의콘서트의 주제를 '교사, 존재를 묻고 전망을 그린다'로 설정하여 진행해 보았다. 예비교사들 혹은 교사들에게 몇 가지 사전 질문을 하여 답신을 받았고, 현장에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보려 하였다.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서 희망을 발견하려 하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교사들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몇년 전부터 급증하고 있는 업무와 아이들 생활지도 문제로 인해 앞에 닥친 일 외에 다른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우선 몸을 챙기고 마음을 쉬는 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말로 많은 교사들의 마음이 상해 있었고,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육체적 질병은 물론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의 병을 호소하는 교사들도 많았다. 교사들이 개별화를 강요당하기에 맞춤한 조건들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행과 연대'를 말했다. 교사들의 개별화를 가속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맞서 함께 생각하고, 함께 서야 한다. 생각이 다르다면 치열하게 토론하여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그래도 좁혀지지 않는다면 다른 만큼 서로 확인하고 존중하면서 연대하는 것, 그것이 내가 현단계에서 생각하는 동행과 연대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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