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수석교사와 수업전문성
수석교사를 공모한다는 공문을 보니 심사항목 100점 중 60점을 차지하는 수업전문성 영역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이 심사기준에 의하면 수업전문성을 주제로 논문을 써서 박사학위를 받은 나는 수석교사가 될 수 없다. 물론, 나는 수석교사 제도에 반대하기 때문에 신청할 마음도 없다. 일단 수업전문성 심사항목을 보자.
1) 교․내외 수업공개 실적
2) 공개수업 동영상 CD
3) 교․내외 수업컨설팅 실적
4) 직무연수 이수 및 연구실적
5) 기타 교육기여 실적
- 교과서 및 지도서 집필
-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지침 개발
- 생활지도, 학생상담 실적
- 평가문항 출제 관련 등(초등)
6) 평가선도 실적(중등)
-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수능, 전국연합학력평가, 학업성취도, 검정고시 및 진단평가 출제 관련
도대체 위와 같은 실적이 있다고 수업전문성이 탁월하다고 어떤 이론, 어떤 교육학에서 주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모두가 가시적으로 확인 가능하여 양화할 수 있는 지표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심사의 편의성 때문인가? 이렇게 수석교사를 선발하면 결국 수업전문성이란 몇 가지 지표에 의해 수치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깊은 사유를 통하여 전문성에 다가갈 수 있는 존재가 곧 교사라는 나의 믿음은 이런 지표 중심 전문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승진제도에 문제가 있으면 승진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면 될 일이다. 수업전문성의 개념에 대하여 오랜 시간 연구한 사람의 입장에서 위 수업전문성 기준은 교육학적 관점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상식에서 너무 이탈돼 있다.
한편으로, 그들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위의 심사기준을 잘 살펴보자. 모든 영역들이 승진을 위해 노력한 교사들의 실적을 우대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수석교사 제도 자체가 승진트랙을 2원화하여, 승진하고 싶으나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 이 부분에 대한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던가? 이런 의도들이 노골적으로 심사기준에 반영돼 있을 뿐이다.
이렇게 하여 수석교사가 선발되고, 1교 1인씩 배치되면 교사들의 수업전문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교육의 의사결정을 하는 중요한 자리에 앉아 있다. 진정한 교육혁신이란 이와 같이 철학도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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