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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문용린 서울 교육감에게 건의함
교육학을 공부한 사람들에게 문교육감은 어떤 학자였을까? 그는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국내에 소개하였고 김대중 정부 때에는 교육부장관을 지낸 바 있다. 서울 교육감에 당선되기 전까지 그의 이미지는 '교육본질을 추구하는 학자'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중립적이거나 합리적 보수 정도로 보았다.
서울 교육감에 당선된 이후 문교육감은 두 가지 문제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하나는 영훈국제중 설립 취소와 관련하여 교육부와 다른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또 하나는 혁신학교에 대한 감사와 평가 진행에서. 영훈 국제중 문제는 여기서 재론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 어떻게 편법적 혜택을 받고 있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주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라는 이름으로 정말로 배려 대상이었던 학생들을 배제하고 재벌의 자제를 배려하는 도덕 파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도덕적 파탄의 상황을 대하는 문교육감의 태도는 이해 못할 처사이다. 교육부와 각을 세우며 차량이 문제이면 차량을 바꾸면 되겠지만, 사람이 문제인 경우 사람을 바꾸어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7월 27일자 경향신문 보도). 이 문제는 법의 문제, 도덕의 문제가 혼재되어 원점부터 재고하지 않는 방법으로는 치유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문교육감의 결기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그리고 서울, 강원, 전북, 광주, 전남 등으로 퍼져나갔다.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우리교육의 여러 문제를 단위학교로부터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 경기에는 200개에 육박하는 혁신학교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 조금 늦게 시작한 서울에도 65개의 혁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문교육감은 이 혁신학교들을 평가하겠다고 한다. 혁신학교의 성과에 대하여 서로 다른 이견이 있으니 이를 제대로 평가하여 문제점을 도출하고 그 진로 문제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평가기준을 보면 혁신학교의 장점과 가능성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혁신학교의 취지와 다른 잣대로 혁신학교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침소봉대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방법으로 혁신학교의 맥을 끊고 그 자신 새로운 학교 정책으로 내걸고 있는 '행복학교'를 전면화하겠다는 의중으로 읽힌다.
문교육감은 다중지능이론의 권위자이다. 다중지능이론은 아이에게 공부를 잘하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적, 사회적, 대인관계, 운동감각 등 다양한 분야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 아래 이러한 능력들을 잘 발견하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이론이다.
이와 같이 아이가 가진 다양한 능력을 인정해 주고 키워주자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는 곳이 바로 '혁신학교'이다. 혁신학교는 아이의 다양한 능력을 존중하고 어떤 아이도 소외됨 없이 전인적 발달을 지향하며 이를 학교단위에서 실험하는 곳이다. 엄격히 말하여 교육의 특성상 아직 그 성과를 말하기엔 이르기도 하고 다만, 이것의 긍정적 가능성이 시민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어가는 중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오히려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지원은 없는지, 그 학교의 구성원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것이 교육청에서 할 일이다.
그렇게 하여 우리교육의 모순을 극복하고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이루는데 혁신학교라는 실험을 제대로 완수시켜가야할 책무를 교육감이 나누어야 한다. 아마도혁신학교의 주체들과 시민들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그런데, 혁신학교의 취지와는 동떨어진 평가 잣대를 가지고 이제 싹트기 시작한 혁신학교를 평가하여 지속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하는 처사는 그동안 혁신학교를 위해 헌신해 온 교사들, 또 정말 오랜만에 학교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행복감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학부모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그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처사이다.
문 교육감께서는 이런 상황들을 면밀하게 살피시고 본인의 성공 역시 혁신학교의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문 교육감께서 주장하는 '교육본질'이 정말로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보장하는 교육본질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혁신학교에 대한 평가가 재고되어야 하며, 적어도 혁신학교의 지정 취지에 맞는 기준들로 바뀌어야 한다. 이 점을 문교육감께 간곡히 건의 드린다.
교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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