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스크린 쿼터와 스크린 독점
한국영화 제작 시스템에 대자본이 들어오기 전까지 한국영화를 지켜준 것은 스크린쿼터(screen quota)제였다. 관객이 한국영화를 외면하고 헐리웃 대작들로 몰리자 한국영화가 멸종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연중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을 지정하고 이를 지키지 않은 극장에 벌칙을 주었던 제도다. 시행 초기에는 상영일 수의 2/5(365일을 쉼없이 상영한다고 하면 146일)이상을 준수해야 했으나 법이 개정되어 2006년부터는 1/5이상(73일)을 상영하면 된다.
한국영화의 질이 좋아져 경쟁력이 생기면서 지금도 스크린 쿼터제가 한국영화를 보호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은 없다. 사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이 강화된 것은 영화제작사가 대형화, 대자본화하면서 편당 제작비를 올렸기 때문이며, 동시에 이들이 영화관의 주인이 되어 제작과 상영을 안정적으로 묶어 흥행의 조건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지금 만들어지는 천만 이상의 영화들은 이러한 '인위적 조건'들에 힘입은 바 크다.
멀티플렉스가 대세인 지금, 영화제작자와 영화상영업자가 같은 경우, 내가 만들고 내 극장에서 상영하는만큼 최대한의 스크린을 독점하는 새로운 현상이 생겼다. 관객 천만 영화는 이런 식으로 탄생했다. 군함도라는 영화가 스크린 2천개 이상을 장악하고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 같은 조건이 큰 몫을 한다.
난 영화광까지는 아니지만 영화를 즐긴다. 영화가 주는 매력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영화가 대형산업화되면서 생겨나는 문화왜곡이다. 영화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갖는 바람은 영화생태계의 다양성이다. 거대 자본을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고, 거의 제작비에 달하는 홍보비를 쓰고, 자신들의 상영관에서 무차별 상영을 하고, 관객수 증가는 다시 언론을 타고... 이런 악순환의 구조는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은 제작자나 감독들의 힘을 빠지게 만들거다.
영화에서 '입소문'의 개념은 크게 홍보하지 않았는데(사실은 홍보비가 없어서), 스크린을 많이 잡지 못했는데(제작자와 극장주가 일치하지 않아서) 영화를 본 사람들이 소문을 내주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이 입소문과 실제 관객수의 일치도가 높은 것이 정말 좋은 영화인거다. 우리가 대작 영화를 즐기는 사이, 영화자본의 힘은 이렇게 시장을 왜곡하고 교란한다. 영화를 즐기는 입장에서 보면 이는 건강한 문화생태계가 아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교컴지기 새책] 교사, 학습공동체에서 미래교육을 상상하다 | 교컴지기 | 45610 | 2023.02.19 07:04 | |
[교컴지기 신간] 교사, 책을 들다 [1] | 교컴지기 | 64164 | 2021.06.26 14:17 | |
[신간] 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1] | 교컴지기 | 91515 | 2019.10.23 16:05 | |
교컴지기 일곱 번째 단행본 '교육사유' 출간 [18+16] | 교컴지기 | 165630 | 2014.01.14 22:23 | |
교육희망 칼럼 모음 | 교컴지기 | 148307 | 2013.05.09 23:21 | |
오마이뉴스 기사로 보는 교컴지기 칼럼 모음 | 교컴지기 | 152152 | 2012.11.15 14:23 | |
607 | [교육정책] 혁신학교 평가를 생각한다 | 교컴지기 | 38 | 2013.11.29 10:18 |
606 | [교육정책] 미래지향적 교원정책 방향에 대한 탐색 | 교컴지기 | 525 | 2018.03.15 09:03 |
605 | [교육공간] 교육혁신의 시대, 배움의 공간을 생각하다 | 교컴지기 | 2255 | 2018.04.09 08:41 |
604 | [교육정책] 기초학력의 미래지향적 재개념화와 정책 전환에 대한 탐색(요약) | 교컴지기 | 3205 | 2019.04.18 12:09 |
603 | [이런저런] 검사님들, 공부좀 하시지요. (2003.3) | 함영기 | 4357 | 2003.04.22 10:34 |
602 | [교사론] 삶 속에 녹아든 수업 | 교컴지기 | 4363 | 2015.05.07 13:36 |
601 | [교육방법] 여유로운 교육, 학력향상 교육(2003.2) | 함영기 | 4504 | 2003.04.22 10:32 |
600 | [교수학습] 문제는 교수학습의 설계입니다. (2001.7) | 함영기 | 4520 | 2003.04.22 10:21 |
599 | [교육사회] 연말 교육 단상 | 교컴지기 | 4539 | 2018.12.31 09:08 |
598 | [이런저런] 전쟁도 파병도 반대한다(2003.3) | 함영기 | 4545 | 2003.04.22 10:35 |
597 | [이런저런] 인터넷 사용자 연대는 불가능한 일인가?(2002.10) | 함영기 | 4547 | 2003.04.22 10:29 |
596 | [교육정책] 대입제도, 타협과 절충의 산물 이상이어야 | 교컴지기 | 4584 | 2017.08.15 06:56 |
595 | [교육정책] 산학협동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2001.10) | 함영기 | 4593 | 2003.04.22 10:24 |
594 | [이런저런] 철수야 철수야 | 교컴지기 | 4615 | 2019.05.03 16:23 |
593 | [정치경제] 정치가 힘들다... | 함영기 | 4621 | 2004.05.05 22:28 |
592 | [학생일반] 아이들은 왜 사이버에 열광하는가? (2002.11) | 함영기 | 4634 | 2003.04.22 10:30 |
591 | [이런저런] 위로 품앗이 | 교컴지기 | 4641 | 2019.01.16 17:21 |
590 | [교육정책] 대입 공론화 결과, 퇴행을 예고하다 | 교컴지기 | 4655 | 2018.08.14 09:35 |
>> | [사회문화] 스크린 쿼터와 스크린 독점 | 교컴지기 | 4680 | 2017.08.07 13:58 |
588 | [교원단체] 교컴 20년, 다시 새로움을 상상하며 [1+1] | 교컴지기 | 4690 | 2017.08.14 10:42 |
587 | [이런저런] 인터넷 교육사업의 성공요건(2001.9) | 함영기 | 4726 | 2003.04.22 10:23 |
586 | [이런저런] 노회찬, 참혹한 아이러니 | 교컴지기 | 4731 | 2018.07.31 10:07 |
585 | [교육방법] 정보화 인프라, 이것이 문제이다.(2001.3) | 함영기 | 4735 | 2003.04.22 10:18 |
584 | [교육방법] 교사는 생산자인가, 소비자인가?(2002.3) | 함영기 | 4739 | 2003.04.22 10:26 |
583 | [사회문화] 독자와 연애하기, SNS 글쓰기 | 교컴지기 | 4741 | 2017.07.27 15:25 |
582 | [사회문화] 교육단상 10 | 교컴지기 | 4742 | 2016.08.31 09:00 |
581 | [이런저런] 교사들의 개인포털형 홈페이지에 대해(2001.8) | 함영기 | 4750 | 2003.04.22 10:22 |
580 | [교원단체] 전교조와 교육부장관, 그리고 저널리즘(2003.3) | 함영기 | 4750 | 2003.04.22 10:33 |
579 | [이런저런] 국회의원의 복장에서 권위가 나온다? | 함영기 | 4750 | 2003.05.05 20:19 |
578 | [교육정책] 국가교육위원회의 전 단계로서 국가교육회의 구성에 대한 짧은 제언 | 교컴지기 | 4752 | 2017.07.15 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