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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컴지기 칼럼
교육의 주체가 그들의 언어로 미래교육을 상상하는 이야기
대입 공론화 결과, 퇴행을 예고하다
어떤 의사결정을 함에 있어 공론화 방식을 택하였다는 것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골고루 청취하고 합의의 정도를 높여 정책을 수립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번 대입 공론화 결과를 듣는 시민들의 마음은 냉소 그 자체다. 이 사안을 공론화 방식으로 돌린 것도 무책임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법 하지만, 이를 이끌었던 사람들, 여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의사소통 역량 역시 한계를 드러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 나는 내 이야기를 하면 돼. 그럼 이런 결과가 나와. 정시확대도 하고 절대평가도 늘어나면 좋잖아? 서로 좋다고 주장하는 걸 다 해보지 뭐."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두 사안을 놓고 독립적으로 선호를 물으면, 그저 내가 좋은 것이 좋다고 말할 것이다. 이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향해 의견을 모아가는 방식이 아니라, 이견을 확인한 지점에서 딱 끝나는 방식 이상은 아니다. 그래서? 남은 것은 무엇? 그냥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 해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근거는 대통령의 공약인데, 이것을 지렛대 삼아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고 방침을 정했어야 했다. 그런데 과도한 정치적 고려 탓에 원점으로 되돌려 놓고, 지금까지 왜 이런 소모적인 과정을 겪어야 했는지 설명조차 불가능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워낙 여러 곳의 작용과 개입 속에서 상황이 전개되다 보니 어디에다 책임을 물을 것인지도 모호하다. 도대체 이러한 잘못된 상황 전개를 주도하는 곳은 어디인가.
집권당은 교육분야가 이해충돌이 극심한 분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논란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면서 교육패싱하고 지방선거를 치뤘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럴 땐 높은 지지율이 약이 아니라 독으로 작용한다. 이런 정치공학 논리라면 총선 때도 이들이 교육을 어떻게 취급할지는 뻔하다. 이번에 분리 구성한 국회 교육위원회 면면을 보면 그렇다. 공격적 진용을 짠 쪽이 어느 쪽인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임하는지 다 드러난다. 집권당은 교육에 관한한 입법, 제도개선, 공격, 방어 모두 피해가는 전략을 굳힌 듯 하다.
이들이 교육분야를 피해갈 동안 리스크 관리는 엉망이 되고, 상대는 가장 좋은 공격 포인트를 찾았다. 1야당은 어디가 약점인지를 알기 때문에 이른바 '선수'들을 교육위에 배치했다. 다른 것 다 치우고 교육만 공격해도 살아남을 근거 정도는 마련하지 않겠나 이런 생각으로 읽힌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다.
BH는 어떨까. 교육문화수석을 신설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오기가 무섭게 쏙 들어가고 교육비서관 하나 더 넣는데 그쳤다. BH 역시 집권당과 같은 판단이거나, 아니면 이 잘못된 상황을 주도(혹은 회피) 하고 있다. 이를 지휘하는 대통령의 판단도 안이하다. 본인이 공약을 내걸었던 것을 철저하게 이행하라고 명령을 내려야 하건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면 내가 봐도 교육부 혼자 비난을 뒤집어 쓸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하청, 재하청으로 책임을 분산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공론화 결과 아무런 진전된 결과를 받아 들지 못한 교육부가 과연 8월말까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어떤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의 목표가 무엇이냐 하는 것과 그것을 수행해 갈 내적 동력이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결정은 목적도, 동력도 아무 것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정책이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안이함이 참으로 놀랍다.
모처럼 분위기를 탄 고교교육의 정상화(목표)와 평가혁신의 기회(현장동력)를 이처럼 무책임하게 날리는 것은 퇴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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