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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다는 일...

잠잠이 | 2008.11.09 20:04 | 조회 2908 | 공감 0 | 비공감 0

1.
주말이면 서울을 벗어난다.
여행을 가는 게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서울을 떠나는 게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다.
새벽을 맞은 곳은 나무와 풀이 가득한 숲이다.
난, 아침 해를 기다린다.
---

너무 상투적인 듯 보이는 이 일은 사진을 찍는 행위의 일련의 동작이다.
마치 중독을 이기지 못한, 그래서  헤어나올 수 없는 어떤 가여운 중증환자의 삶의 이야기 같다.
바로 나의 이야기다.

카메라를 들고 이리저리 발을 옮기면 사각의 프레임으로 사진이 되어 들어온다.
인화가 되어 내 두 손에 들고 보지 않아도 사진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될지 가늠할 수도 있다.
그러면서 한편 이게 한계라고 생각되는 절망감에 전율할 때도 있다.

특별한 소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사진을 찍어왔다.
몇 년 전만해도 어디를 정해서 가려고 하지도 않았다.
정해진 길을 가다가도 나무와 길가의 풍경이 부르면 그곳으로 길을 바꾸기도 하였다.
한 번 가던 곳을 몇 번이고 다시 가곤 했는데 서해안 안면도 일대가 그 곳이었고, 요즘은 삼척 일대가 자주 가는 곳이 됐다. 여기저기 많은 곳을 가려고 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더라도 몇 군데에서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는다. 한 지점에서 필름 두통을 찍은 적도 있다. 카메라를 세워두고 한참을 생각하고 이미지를 그려본다.

서해안 학암포 근처의 모래언덕은 수차례 찾은 촬영지인데 언제든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새벽에 이곳에 도착하면 어슴푸레한 빛을 기다려 이슬 젖은 풀들과 습기 가득한 흙에서 깊은 숨을 들이쉬고 카메라를 세워둔 채 사위를 바라본다. 희미하게 밝아오는 산 너머의 햇살이 아직 이슬 젖은 풀잎에 닿지 않아, 가을빛이 진한 유화의 그림대신 풋풋한 수채화 한 장면을 만들어 낸다.

삼각대에 고정된 카메라를 어께에 메고 천천히 걷는다. 등에는 몇 대의 카메라가 들어있는 배낭이 있고, 허리에는 필름이 수십 통 재워있는 작은 가방이 묶여있다.

눈이 고정되면 카메라를 내려놓고 바라본다. 한참을 바라볼 때도 있다. 디카로 몇 장 찍어 본다. 찍은 것을 다시 자세히 본다. 노출을 조절하고 이번에 필름카메라를 조작한다. 노출을 달리해서 몇 장을 더 찍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다시 본다. 잠시의 시간 변화에도 자연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새벽의 햇살은 시시각각으로 그 얼굴을 바꾼다. 멀리 있는 낮은 산에 끼어있는 안개가 신비한 인상을 남기고 바로 앞의 들풀은 보다 선명한 자태를 연출한다. 풀들을 피해 길을 걷는 나그네의 눈빛이 되어 두 지점을 연결하는 여러 요소들이 제 각기 개성을 드러내도록 하나의 악보에 담아낸다. 많은 화음과 리듬, 소리들, 풀과 길, 그리고 키 작은 나무들의 이야기를 한 장의 프레임에 넣으면 사진이 된다.

한 장소를 자주 찍게 되는 곳이 또 있다.
바로 내 작업실 근처 이곳 농촌이다. 몇 년이 지나면 아파트 천국이 될 재개발 지역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돈의 위력은 가히 하나님을 초월한다.
노인들이 주로 사는 이곳 농촌을 의정부시에서는 거저먹을 생각인 듯 보인다. 이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려는 나쁜 장사군의 뻔뻔한 속셈이다.  이런 생각이 머리에서 맴돌면 울화통이 치밀어서 잠시 현기증이 나기도 한다.

작업실을 나서서 학교로 가는 길은 자주 안개가 끼는 길인데 해가 동산을 넘기 전 풍경은 마력적이라서 사진 촬영에 열중하다보면, 출근시간에 쫓기기를  다반사였다. 매일 지나는 이 길이 늘 똑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이 곳 풍경은 늘 새로운 사진을 만들어준다. 자연은 늘 그러하지만 항상 변화 속에 순환하는 것이다.


새벽이나 아침의 자연풍경은 모든 것을 다 드러내지 않고 많은 것을 추상화시킨다.
나무의 잔가지나 잎의 형태와 같은 세부를 어둠 속에 감추어 두고 굵은 줄기와 진한 색상을 희미하게 공기 속에 뭍여 내어 보인다. 간밤의 이슬이 무겁게 내려앉은 낮은 풀잎의 물방울이 빛을 받으면 구슬보다 더 투명하게 빛을 노출한다. 이슬이 무거워 강아지풀의 잔털에 엉겨 붙으면 어느 거미가 쳐 놓은 그물에 대롱거리며 흔들린다. 달맞이꽃이 햇병아리처럼 노란 피부를 이슬에 적시고 햇살에 투영되면 산 그림자의 그늘이 노란 꽃봉오리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2.
시간에 쫓기어 사진기를 급히 챙겨들고 싱싱 달리는 대로에 오르면 난 어느새 운전대와 씨름한다.
바쁘게 달리고 또 달리는 나와 같은 군상이 방향 없이 마구 내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마치 영화 속 장면이다. 하얀 스크린에 투영되는 허상이 바로 진실이 되는 우리의 일상이 허구인지 모르도록 너무도 훈련되어진 것은 인간의 감각이 기계화돼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많은 제품들이 인간을 또 다른 허상을 좇게 한다.
그것 중의 하나가 바로 디지털 카메라이다. 셔터의 버튼만 누르면 바로 눈앞의 이미지가 내 것이 된다.
내가 보는 것을 내가 소유할 수 있다는 것, 바로 이 소유욕이 끝없는 중독의 시작이 될 것이다. 소유를 통해서 얻어지는 일시적인 충족이 마치 자존(自存)인양 우리는 길들어져 왔다. 이것이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소비의 미학이다.
어떤 이는 꽃을 꺾어서 손에 쥐고 행복을 느끼고, 또 다른 이는 꽃을 뽑아다 화분에 심고 창가에 놓는다.
다른 이는 사진을 찍어온다. 그리고 인터넷에 올린다.


새상에 존재하는 플라스틱 이미지들......

성형되어 출현하는 재현의 이미지들이 흔하게 돌출하는 일회성 광고같이 자신을 봐달라고 호소하는 듯 하다.

저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기위해 과대 광고하는 이들은 그 무엇이 속에 있어야 하는 지 신경쓰지 않는다. 인스턴트의 먹거리가 거리에 즐비하듯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포장된 식품이 진열되듯이 이네들의 이미지는 인터넷을 도배한다. 이런 이미지는 특성상 충격적이거나 과장되고 표피적인 속성을 가진다. 기존 유명작가들의 사진이 변형되고 그들에게 취득된다. 작가의 정신과 태도는 밀려나고 테크닉만 채용된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라며 많은 텍스트가 여기저기에 흘러 다닌다. 전문가를 넘는 카메라에 대한 분석이 가능한 이들도 한 몫을 한다. 이런 이미지는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의 섬광 이미지들처럼 임팩트하다고 누군가 말했다. 이 시대는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임팩트 해야 한다. 많은 이미지 속에서 생존하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플라스틱 이미지들은 점점 우리 몸에 배어들어 강한 관성을 갖는다.
많은 블로그와 카페의 사진은 쉽게 씻겨 내리는 유리판 위의 이미지 같다는 생각이 든다.
플라스틱은 견고하지만, 무감각하다는 단점 아닌 장점이 있다. 누군가는 드라이하다고 했다. 표피적인 이미지의 양산은 언제든지 마주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언어이기도 하며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도구이기도 할 것이다. 누구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디지털 사진의 마력은 화려한 컬러와 번쩍거리는 빛의 유희에 쉽게 현혹되도록 한다. 쇼윈도의 화려한 의상을 걸친 마네킹이 당신의 눈을 붙들어 둘 마력을 가졋듯이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는 언제든 우리를 그 자리에 세워둘 것이다.

3.
어제도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 구부러진 길을 멀미나도록 돌아다녔다.
유명한 관광지나 잘 알려진 풍광 수려한 곳도 아니었다.
달팽이집처럼 소용돌이치듯 휘어진 산길을 돌고 또 돌아 카메라에 담은 것은 별로 화려하거나 수려한 그런 사진은 못되었다.
아직 현상하지도 않았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은 아주 가볍다.

오래간만에 사진 찍는 행위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가끔은 사진기 없이 숲 속과 길을 걷고 싶다”
이런 바람을 늘 가지고 산다.

내년 전시를 앞두고, 작업실에서 사진만 생각하며 산다.
점점 성질이 거칠어진다고 내 스스로에게 말한다.
골라낼 뿐 타협하지도 않는다. 예민해지고 단정적인 태도로 변해간다.
성질이 점점 날카로워진다.

사진을 찍는 일,
괴롭고 고된 일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이 일을 나에게서 빼 내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는 나에게 삶의 근원적 의미를 묻게 한다.
주위를 바라보는 일, 사람을 마주 대하는 일은 사진을 만드는 행위의 일련의 과정이고 그 모든 것이다.
왜 사진을 찍느냐고 누가 물었다면 궁색한 변명만 있을 뿐이다.
이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할 것이다. 
많은 예술가들이 가치와 주의와 주장을 내세우지만 나에게는 아직 그런 주장이 없다.
자연을 탐구할 뿐 거기서 무엇을 얻어내려 하지 않는다.
난, 그저 두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만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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