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0일 문을 연 서울시교육청의 ‘사이버 가정학습’ 웹사이트인 ‘꿀맛닷컴’(www.kkulmat.com)은 13만여명의 초·중·고 학생과 학부모가 가입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사이트가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정부기관인 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원 교수학습지원센터에서 만들었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회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영상자료 등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공짜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학습효과 외에도 맞대면하지 않는 온라인 특성상 학교에서는 교사에게 털어놓지 못하던 고민도 허물없이 상담할 수 있고, 만화나 아바타(가상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을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한 것) 등의 콘텐츠로 흥미를 끌고 있다.

◆공부 방법=과목형, 자율형, 배정형으로 나뉜다. 과목형에는 현재 초등학생부터 고교 1학년까지 국어와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의 과목별로 99개 학급이 개설돼 있다. 학원 단과반과 비슷하다고 이해하면 된다. 학교 수업처럼 진도에 따른 콘텐츠가 마련돼 있어 학생들은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과목을 고른 뒤 필요한 부분만 듣거나 정규수업에 앞서 예습할 수도 있다.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상담 게시판 ‘물어봐요’를 통해 물으면 사이버 교사가 이메일과 휴대전화 단문메시지서비스(SMS)로 자세한 풀이과정과 함께 설명을 해준다.

과목형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학생 스스로 진도와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단원이 끝날 때마다 평가문제가 있어 이를 통과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통과하지 못하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보충학습도 받을 수 있다.

같은 학급 사이트에 접속한 학생끼리 ‘꿀맛 메신저’를 이용해 토론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고, 화상카메라를 달면 직접 눈으로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 학부모는 과목형을 이용, 홈페이지에서 수업을 들은 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다.

자율형은 심화학습을 진행하기 때문에 한 과목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싶을 때 이용하면 좋다. 현재 158개 학급이 개설돼 있다. 먼저 사이버 교사가 가상공간에서 자신이 가르치거나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학급을 개설하고, 이들 학급을 둘러보다 관심있는 학생은 수업을 신청하면 된다. 즉시 가입할 수 있는 학급도 있고, 교사가 학생의 열의를 지켜본 뒤 가입을 승인하는 곳도 있다.

자율형은 배정형, 과목형과는 다르게 교사가 관심 분야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다 보니 영어와 수학, 과학, 경제, 역사 등에 대해 일반 교과수업이 제공하는 내용 이상의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이 찾는다면 큰 혜택을 볼 수 있다. 박물관이나 애니메이션 등 교과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적지만 진학 등에 도움을 주는 분야를 다루는 학급도 있다.

시범운영 중인 배정형에는 서울시내 중학교 2학년생 440명이 참여하고 있다. 70%는 학교장 추천으로, 30%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생활형편이 어려운 학생들로 채워졌다.

수학과 영어 각각 11개 학급에 20명씩 배정돼 있고, 교과와 상담을 맡은 담임교사 2명이 학급 하나를 책임진다. 담당 학생수가 적어 교사가 아이들을 집중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밖에도 꿀맛닷컴에는 현재 커뮤니티 200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꿀맛닷컴 사이버 교사로 활동하지 않는 교사가 제자들과 이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을 공유하려고 만든 것으로 인기가 높다. 시교육청은 앞으로 커뮤니티를 개설한 교사에게도 꿀맛닷컴 소속 사이버 교사와 동등한 지위를 줘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방산중(송파구 방이동)에서 수학을 가르치면서 이 웹사이트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이희근(27) 교사는 “온라인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궁금한 점을 묻는데 시·공간의 제약을 적게 받는다는 것이 꿀맛닷컴의 장점”이라며 “특히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물어볼 수 있어 허심탄회한 질문들도 많다”고 말한다.

◆향후 계획=시교육청이 다음달부터 시범 실시되는 ‘양방향 상호작용 시스템’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종이 판서 장비. 이는 특수제작한 펜으로 종이에 글을 쓰면 모니터에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설치한 컴퓨터 앞에서 학생은 교사가 바로 옆에서 지도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가격이 10만원 정도로 비싼 것이 흠이지만 시교육청은 이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청음독화(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면서 대화를 하는 방법) 콘텐츠를 내달 초부터 제공한다. 이와 함께 현재 교사 205명이 학생 13만명을 관리하는 데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에 따라 다음 학기부터는 500여명으로 늘리고, 5만3000문항에 달하는 학력진단을 위한 문제도 늘려나갈 예정이다.

◆개선해야 할 사항=고교생 대상 수업 콘텐츠가 1학년에 그치고 있고, 심화학습을 위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다. 사교육 시장에 대한 지나친 수요를 공교육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꿀맛닷컴이지만 사교육의 중심인 고교 프로그램에 대해선 비용 등의 문제로 투자가 적은 형편이다.

교사간 정보공유를 활성화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고사 등에 대한 부족한 프로그램을 확보하고, 아이들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 받을 수 있는 콘텐츠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나는 방과 후에 집에서 혼자 공부한다. 이런 습관 탓에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이 나오면 ‘내일 선생님께 여쭤봐야지’라면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깜빡 하고 묻지 않아 모르는 채 묻어둔 것들도 많았다. 막상 선생님을 대해도 궁금했던 것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넘어가거나 질문이 부실해 속시원한 답을 얻지 못할 때도 적지 않았다. 지난 4월 김한주 담임선생님의 소개로 ‘꿀맛닷컴’의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이 운영 중인 과학 교과 자율형 사이버 학급인 ‘그루터기 과학나라’에 들어가 여기저기 둘러봤다. 녹음된 선생님 목소리가 마치 옆에서 직접 가르쳐주는 것 같고, 풍부한 사진 자료가 공부에 큰 도움이 됐다.

특히 이해가지 않는 부분을 게시판에 적어놓으면 선생님이 그날 저녁이나 다음날 정성들여 답변해줘 고마웠다. 그런 덕택에 혼자 공부하기에 벅차지 않았다. 글로 쓰니 더 자세히 물어볼 수 있었고, 더욱 상세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잊어버릴 염려도 적었다.

날마다 학교에서 돌아와 오후 5시쯤 컴퓨터 앞에 앉아 1시간 정도 꿀맛닷컴 ‘여행’을 했다. ‘그루터기 과학나라’에 새로 올려진 자료를 살펴보고, 그날 학교에서 나간 진도를 복습하고, 다음날 배울 내용을 예습했다. 사회와 국어를 다루는 사이버 학급에도 들렀다.

자신의 학력수준을 진단할 수 있는 문제들을 모아놓은 ‘도전해요’라는 곳도 애용했다. 중간·기말 고사를 앞두고 자주 이용했는데 실제 학교시험에서도 비슷한 유형이 많이 반영됐다. 집중력을 갖고 강의를 들은 뒤에는 반드시 평가문제를 푸는 것이 꿀맛닷컴을 이용해 실력을 크게 늘리는 방법이다.

온라인 유료 학습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한 번도 사용한 적은 없지만 친구들이 구매한 것과 비교해도 꿀맛닷컴 콘텐츠는 전혀 뒤지지 않았다. 꿀맛닷컴 덕분에 나는 학원 한 번 가지 않고도 1학기 내내 상위권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사이버 학급은 공부 외에 학교 안팎 생활에 큰 힘이 됐다. ‘그루터기 과학나라’ 안 ‘출석부’에 글을 올리면서 가끔 내 일과를 적어놨더니 선생님은 자상하게도 이런저런 충고를 해줬다. 또 시험을 망친 속상한 마음을 담은 글에는 선생님의 위로답장이 댓글로 달려 벅찬 감동을 받았다.

서울시 광성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