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글 모방하면 창의력 떨어져
출처 숨기는 건 도둑질…창작 위한 모방은 필요해
학생들은 요즘 숙제부터 독후감과 기행문에 이르기까지 남의 것을 예사로 베낀다.인터넷에 들어가 맘에 드는 내용만 골라 몇 번 클릭해 짜깁기하면 '작품'이 된다.

표절(剽竊.남의 창작물의 일부나 전부를 베껴 자기 작품으로 발표하는 것)이 어찌나 흔하던지 최근 경주의 위덕대가 고교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독서대상'에 응모한 1천10편의 독후감 가운데 순수 창작물은 5%뿐이었다.나머지는 인터넷의 독후감.수행평가 사이트에서 베끼거나 짜깁기한 것이다.

창작을 하지 않고 남의 것을 베끼거나 짜깁기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BC 322)는 '시학'에서 이러한 모방 본능 때문에 문학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자연계를 모방하는 본능을 타고 났으며, 모방을 통해 학습하면서 만족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모방은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거나 학습하는 데 필요한 모방을 뜻한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어느 정도 모방의 역할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은 사회.문화 등 주변 환경과 끊임없이 서로 작용하면서 자연스레 우러나온 산물이다. 어떤 창작자도 모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그런데 왜 모방이 문제가 되는가?

모방이 모방으로 그친다면 문화를 전승(傳承)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결코 발전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전하려면 모방을 통해 얻은 능력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작가의 의도도 문제가 된다. 창작을 위한 학습 과정에서 모방이 권장되지만 돈을 벌거나 대회에 나가 상을 탈 요량으로 모방한다면 범법 행위다.

남이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가치를 몰래 가져와 자기의 이익을 얻는 데 사용했기 때문에 지적(知的) 도둑질이 되는 것이다. 모방의 사회적 허용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지적 재산으로 인정하고 보호해 창작 의욕을 높이기 위함이다.

창작물에 주어진 이러한 권리를 지적재산권이라고 한다. 지적재산권 가운데도 특별히 소설.시.음악.컴퓨터프로그램 등 문예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저작권이라고 한다. 저작권을 침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중앙일보 이태종 기자

*** 생각 키우기

①남의 작품을 표절한 적이 있는가? 있다면 그 동기를 생각해 보고, 극복 방안을 마련한다.

☞표절의 동기는 다양하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사람의 경우 남의 작품에서 자신이 찾던 것을 발견했을 때 베끼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는 유혹설이 있다. 과거에 접한 작품 내용이 창작할 때 무의식적으로 표출된다는 최면설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경제적 이득과 명예욕에 기인한다고 본다. 성공이나 성취욕이 강할수록 표절 가능성이 크다고도 한다.

②이백(李白)과 두보(杜甫)는 당(唐)대에 활약했던 중국의 대표적 시인들이다. 이백이 타고난 시인이었다면, 두보는 시어 하나하나를 깎고 다듬는 노력파였다.

우리나라 문인들은 두 시인의 작품을 수없이 인용했지만 두보의 시만 한글로 번역됐다. 창작에 쏟는 두보의 열정이 본보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독후감을 쓰거나 시를 짓는 등 창작 활동에 두보처럼 정성을 다했는지 돌아보고, 그런 적이 없다면 급우들과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갖는다.

③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표절 개념이 없었다. 남의 문장을 베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남이 자신의 문장을 베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지식의 공유가 미덕이었던 셈이다. 창작 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개인.사회.국가적인 차원으로 나눠 생각한다.

④대통령 후보들이 인기 공약을 서로 베껴 표절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올해 신문에 보도됐던 표절 시비 등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사건 가운데 10대 뉴스를 선정하고, 사건의 배경.쟁점.결과 등을 정리해 저작권을 주제로 신문을 만들어 보자. 역사적으로 표절 시비에 휘말렸던 국내외 10대 사건을 정해 신문을 만들어도 괜찮다.

⑤(고등 고학년)인터넷에서 남의 콘텐츠를 베껴 자기 홈페이지를 꾸미는 일은 흔하다. 인터넷의 원래 목적인 정보 공유 취지에 맞는다. 하지만 콘텐츠도 저작권이기 때문에 보호받아야 한다. 내 생각은 어떤가? 토론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