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만화는 어린이들이 읽으면서 지식이나 교양을 쌓을 수 있는 만화를 총칭하는 말이다. <그리스·로마신화> 열풍 이후 각종 만화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영어, 수학, 과학, 고전, 세계사 등 영역을 가리지 않는 다양한 만화들이 아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자를 배울 수 있는 <마법천자문>이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끈다. 어린이책 시장에서 학습만화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학습만화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글자로 이뤄진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의 태도를 들 수 있다. 어린이들이 글자보다는 영상이나 그림에 익숙한 세대라는 점과 평소에도 지나친 공부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따로 책을 읽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도 함께 작용한다. 게다가 ‘학습’이란 글자가 들어간 만큼 부모들이 “해롭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학습만화책을 사주는데 별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학습만화의 이로운 점은 여러가지다. 먼저 학생들에게 책을 가까이 하는 태도를 길러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다양한 지식을 만화로 풀어내 더 쉽게 깨닫게 도와주기도 한다. 책으로는 읽기 어려운 세계적인 고전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 <삼국지> <북유럽신화> 등은 사실 만화가 아니면 아이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작품들이다. <세익스피어 4대 비극> <단테의 신곡> 등 어른들도 읽기 어려워하는 정통소설들도 만화로 엮여져 나왔다.

하지만 학습만화의 이런 장점들이 바로 단점이 되기도 한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오진원 이사는 “학습만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어려운 책에 점점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학습만화를 통해 동기 부여를 받고 더 깊은 지식을 쌓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학습만화의 효과는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학습과는 거의 관련없이, 또는 잘못된 내용을 담은 ‘날림 학습만화’도 문제다. 제대로 된 콘텐츠를 갖추고 전문가의 감수를 엄격하게 거친 만화가 아니면 아이들에게 잘못된 지식이나 선입견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 재미에만 충실한 만화만을 보는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부모는 좋은 만화를 골라주는 것과 함께 만화로 얻은 지식의 깊이를 더하게 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습만화를 사줄 때 아이가 사달라는 대로 사주는 것보다는 부모가 먼저 내용을 살펴보고 골라주는 지혜가 필요하다. 작가나 감수자도 살펴봐야 한다.

또 만화를 읽는 선에서 끝내지 말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 책들로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만화 삼국지>를 읽은 뒤에는 더 자세한 내용을 갖춘 동화판이나 <소설 삼국지>를 사다주는 것이다. 지식을 중심으로 한 만화도 마찬가지다. 요즘에는 동화 형식이나 아이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진 수학이나 과학 분야의 교양서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