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물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장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시원스럽게 나오는데다, 강과 호수에 물이 가득하고 여름에는 집중호우를 겪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과 관련한 국제분쟁은 남의 일로 여긴다. 우리나라도 물 분쟁의 불씨가 피어나는 현 시점에서 수업을 통해 합리적인 물 관리를 위한 방안을 생각해 보자.

◇물분쟁 앓는 지구촌=세계은행은 1990년대 초 “20세기는 석유가 국제분쟁의 불씨였다면 21세기는 물분쟁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은 석유와 달리 대체재에 대한 대안 찾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물을 둘러싼 갈등은 인류에게 큰 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전세계의 강 가운데 2개 국가 이상 걸쳐 흐르는 강이 300여개에 이른다. 이러한 다국적 강 유역에는 약 50개 나라에 걸쳐 세계인구의 35∼40%가 살고 있다. 강을 함께 쓰다보니 물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사막지대가 많은 중동지역. 그 가운데 요르단강의 경우 지금도 이스라엘, 시리아, 요르단,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등 인접국가들의 긴장이 팽팽하다. 67년에는 상류에 댐을 건설하려는 시리아와 위기의식을 느낀 이스라엘간의 3차 중동전이 일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생명수’는 수자원의 가치를 넘어 안보적인 상황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3년뒤 17억t 물부족－

◇우리나라는=물과 관련된 갈등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현재 물과 관련해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환경단체, 지역주민간의 마찰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와 같은 원인은 물이 부족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수량은 1,283㎜로 세계 평균 973㎜의 1.3배이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으로 환산하면 연간 2,705㎥로 세계평균 2만2천96㎥의 12%에 그치고 있다. 또한 여름철에 강수량이 집중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특히 정부는 2006년 용수수요가 연간 3백63억t인데 비해 공급은 3백46억t으로 17억t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2011년에는 40억t, 2016년 45억t, 2020년 49억t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과 관련해 남북갈등의 조짐도 보인다. 최근 10년 동안 북한은 금강산댐(임남댐), 전곡댐, 심명리댐, 장안댐 등 여러 댐을 건설했거나 건설중이다. 문제는 가뭄과 호우 때 수위조절을 일방적으로 할 경우 하류지역인 우리나라는 물 부족과 홍수피해가 우려된다.

◇미래의 ‘생명수’를 찾아라=‘바닷물을 식수로 만들어 마음껏 마신다’ ‘구름이 있다면 비 내리는 시기를 인간이 정한다’. 물을 얻기 위한 이같은 인간의 노력은 먼 나라 이야기 같지만 이미 현실로 다가오고 있거나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물 사용량을 대비해 댐을 많이 건설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댐은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건설비용, 환경문제 등을 고려할 경우 무조건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결국 한정된 물을 보다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물을 보완할 수 있는 보조수자원의 개발이 시급하다.

－중수도·지하댐등 개발 노력－

물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다양하다. 국내에서 현재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는 수자원 개발 분야는 ‘지하댐’이다. 강원 속초 쌍천댐, 경북 상주 이안댐, 전북 정읍 고천댐 등 6개 지하댐이 지어져 1일 약 15만㎥(1인당 1일 사용량 374ℓ기준 약 40만명 사용량)의 공급능력을 갖추고 있다. 지하댐이란 땅속에 인공 물막이 벽을 설치해 이곳을 흐르는 지하수를 모은 뒤 관정 등의 시설로 물을 사용하는 지하 저류지를 말한다.

하천의 수질이 나쁜 독일 등 유럽에서 ‘강변여과수’의 개발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하천으로부터 50∼300ｍ 떨어진 둔치에 20∼40ｍ의 집수정을 뚫어 하천에서 스며든 비교적 양호한 강물과 지하수를 얻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한강유역 가평, 금강유역 미호천 등 9곳에 개발이 추진되고 있거나 타당성 조사가 진행중이다.

하수나 한번 사용한 물을 다시 쓰는 ‘중수도’의 설치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중수도 시설은 2001년 현재 99개소로 아직까지는 시작단계이다. 이 가운데 광양제철소의 경우 한번 사용된 물의 98%를 재처리해 씀으로써 연간 5억원에 달하는 원가절감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밖에 산림을 활용한 녹색댐, 바닷물을 이용한 해수 담수화나 해양심층수의 개발, 인공강우, 빗물이용, 기존댐 재개발 등 수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물·비 만드는 방법도 생각케－

◇수업은 어떻게(활동 주제)

▲‘내가 만약 물 분쟁 당사국의 대통령이라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를 모둠별로 토의한 뒤 의견을 정리해 본다. 400∼600자.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분쟁 사례 가운데 1곳을 선택하여 분쟁의 주체와 이유를 조사하고 해결방안을 생각해본다. 300∼500자. 물분쟁사례는 한국수자원공사 홈페이지(www.kowaco.or.kr)의 ‘수자원 백과’ 참조.

▲만약 5년 뒤 남북한간에 물 분쟁이 일어난다면 해결방안은 무엇이고, 분쟁 예방대책은 무엇인지 각자 의견을 발표해 보자. 200∼400자.

▲‘필요에 따라 댐 건설’과 ‘가정마다 30% 이상 절수 실천’이라는 주제 가운데 1개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정리하여 발표해 본다. 400∼800자.

▲우리 집(학교)에 중수도를 설치한다면 무슨 준비가 있어야 하고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정리해 본다. 400∼600자.

▲보조 수자원의 개발방안 가운데 1개를 선택해 개발, 운영, 효과 등에 대해 보고서를 작성해 본다.

▲물이 부족하면 다른 산업이나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여 발표해 보자. 1인당 2∼5개.

▲과학자의 입장에서 물이나 비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말해보자. 그림이나 사진 등의 자료를 활용해도 된다. 400∼800자.

〈경향 최상희 전문기자 nie114@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