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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수학] 법주사, 수의 배열로 이룬 음양조화
충북 보은 법주사에 다녀왔다. 땅에 수직으로 우뚝 서 있어 대칭의 아름다움을 자랑했었던 정이품송도 이젠 12개의 쇠기둥에 의지하고 있다. 그 주변에 작은 소나무 네 그루가 대칭을 이루며 자라고 있다.(그림 1) 아마도 정이품송의 씨를 받아 키운 나무(자목)인가 보다. 법주사를 향해 걷다 만난 무궁화꽃을 들여다 보니 다섯 개의 꽃잎이 만든 큰 오각형 안에 작은 오각형이 보인다.(그림 2) 또 길에 서 있는 장승 둘을 만났는데, 가만히 살펴 보니 수염이 난 것이 천하대장군이요, 수염이 나지 않은 것이 지하여장군이다.(그림 3)
관찰하고 추측하기
1. 법주사에 가면 국보 5호인 쌍사자석등이 눈길을 끈다. 돌로 만든 두 마리의 사자가 팔각형 모양의 화사석을 받치고 있다.(그림 4) 화사는 ‘불의 집’이란 뜻으로 진리의 빛을 말하며 부처를 뜻한다. 따라서 화사석은 ‘부처가 머물고 있는 집’이란 뜻이다. 단순하게 관찰하면 암수 두 마리의 사자가 대칭을 이루고 서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두 마리의 사자는 갈기가 있으므로 수놈이며, 왼쪽 사자는 입을 벌리고 있고 오른 쪽 사자는 입을 다물고 있다. 교종과 선종의 조화를 나타내는 것일까 보면 볼수록 대칭에 가까운 비대칭을 나타낸 창의성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2. 보은 법주사의 팔상전은 임진왜란 이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목탑이다. 규모가 크고 그 안에 들어가 볼 수가 있어 탑이 아닐 것 같지만 분명 나무로 만든 5층탑이다.(그림 5) 우리 나라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탑이 홀수 층이다. 그 이유는 뭘까 조선시대의 수학책 <구수략>(九數略)에 보면 홀수를 하늘의 수(天數), 짝수를 땅의 수(地數)라고 표현하고 있다.(그림 6) 음을 뜻하는 땅 위에, 양을 뜻하는 홀수 층으로 탑을 쌓아 음양의 조화를 이루려 했던 것일까 상상은 자유다.
조금 더 생각하기
1. 조선시대 사대부 출신 수학자 최석정(1645-1715)이 쓴 <구수략>에 소개된 3차 마방진을 살펴 보자. 1부터 9까지의 자연수를 한 번씩만 사용해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하면 가로, 세로, 대각선에 위치한 수들의 합이 모두 15로 같다.(그림 7) 그런데 이 마방진에서 열십자(十)에 위치한 수를 살펴 보자. 5를 중심으로 마주한 수들(1과 9, 3과 7)은 모두 홀수로 합이 각각 10이다. 또 마방진의 대각선에 위치한 수를 살펴 보자. 5를 중심으로 마주하고 있는 수들(2와 8, 4와 6)은 모두 짝수로 합이 각각 10이다. 결국 마방진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2. 이번엔 마방진에 배열된 수에서 홀수와 짝수의 차가 5가 되도록 두 개씩 묶어 보라.(그림 8) 이 묶음들이 만들어 내는 글자의 모양은 자연스럽게 우주와 행운을 상징하는 무늬인 만자(卍)모양이 된다.(그림 9) 한국인들에게 마방진은 단순한 수들의 배열이 아니라 음양이 조화를 이룬 신비한 수들의 배열인 셈이다.
김흥규/서울 광신고 교사 heung13@unitel.co.kr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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