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 앞바다, 155마일 휴전선 비무장지대, 대전 육군탄약지원사령부 영내…. 이들 공간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언뜻 일촉즉발의 남북 대치 상황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 공간이야말로 동물들, 특히 사라져가는 우리 야생 동물들에게는 가장 안전한 지상 낙원이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사라져가는 한국의 야생 동물을 찾아서’ 발로 쓴 생생한 성과물이다. 이와 비슷한 책들이 대개 도감의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여 지루하기 십상인데 이 책은 무척 흥미 있게 넘길 수 있다. 이는 저자가 늘 미안하게 생각하는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쉽고 친근감 있게 글을 썼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찍어서 여느 책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생생하고 희귀한 사진들이 시원하게 펼쳐져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글의 내용 또한 알차다. 현장에서 뛰면서 갖춘 이론과 지식, 정보들이 소중하게 녹아 있을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단지 동물 생태만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의식, 역사와 문화 등 다각도의 차원에서 반성하고 성찰함으로써 동물과 자연, 인간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이를테면 호랑이의 멸종을 다루며 그 원인으로 일제 강점기의 가혹한 호랑이 사냥 실태 자료들을 제시하며, 야생 동물의 멸종이 그저 약육강식의 자연 논리가 아니라 바람직하지 못한 인간 생활과 문화, 역사 등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을 쉽게 가르쳐 준다. 결국 야생 동물이 사라져가는 현실은,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하는 자연 환경의 파괴, 그 모든 폐해를 불러 오는 우리 인간의 그릇된 욕망과 관련되어 있다는 뼈아픈 진실에 자연스럽게 마주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도 희망을 품는 저자의 모습은 건강하고 믿음직스럽다. 저자는 “새로운 동물을 찾아서 전국의 산하를 구석구석 뒤지는 동안,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이웃들을 만날 때마다 세상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기쁨을 만끽하며 그래도 아직은 이 땅에서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느낀다”고 말한다. 집안에서 애완동물을 키운다고 난리들인 요즘, 사람들은 자기 집 밖의 야생동물에 대해서는 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