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선생님, 대단해요~.” ‘재밌는 과학’을 신봉하는 강원도 지역 과학 교사들이 교과서 속 과학논리를 손쉽게 풀어낸 책인 <136가지 과학이야기>를 펴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영화나 속담 등 일상에 널려있는 소재들을 이용해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저 높은 곳’에 있거나 교과서 안에 꼭꼭 감춰친 과학의 원리를 아이들의 눈높이로 끌어내렸다.

책은 과학의 발견만큼이나 우연한 계기로 탄생했다. 속초·고성·양양의 중학교 과학 교사 9명은 지난 1998년부터 매주 한 차례씩 만나 ‘신나고 즐거운’ 과학수업을 위해 머리를 맞대왔다. 그러다 한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짤막한 과학상식을 들려줬더니 무척 좋아하더’라며 무심코 던진 말에 모두들 ‘유레카’를 외쳤다.

이들이 만든 <136가지 과학이야기>는 지난 99년 자료집으로 만들어져 전국의 과학 교사들의 손을 타며 애용되다 이를 우연히 발견한 출판사를 통해 5년만에 책 발간으로까지 이어졌다.

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잡아끄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골프공이 곰보인 이유’, ‘털옷은 왜 따뜻할까?’ 등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질구레한 일상에 과학의 원리를 뽑아내고 있다.

‘누가 전기의자를 발명자했을까?’라는 질문에는 놀랍게도 발명왕 에디슨이라는 답이 뒤따른다. 에디슨이 교류전기의 위험성을 알리고자 개나 고양이를 교류전기로 태워죽이는 공개실험을 하자, 이를 본 형무소쪽에서 그 ‘유용함’에 눈을 돌렸다는 뜻밖의 설명이 이어진다. 무서운 사형도구가 중학교 2학년 과학 교과서의 ‘전기-전류’ 부분과 함께 묶이면서 수업도구로 변한 셈이다.

“아이들 반응이요? 좋죠. 하지만 진도는 못 나가고 수업시간 내내 골프공 얘기만 할 때는 정말 곤란합니다.” 책발간에 참여한 최승명 교사(37·고성중)가 전하는 즐거운 고민이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