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은 왜 중요한가?
누구나 뻔히 아는 새삼스런 물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지금처럼 지식·특기교육이 횡행하는 현상을 보면 유아교육이 왜 중요한지를 아는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을 듯 하다.

인간의 두뇌는 유아 시기에 빠르게 자란다. 특히 종합적인 사고기능과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한다. 따라서 유아 시기에 꼭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성, 도덕성, 창의성 등이다.

종합적 사고·인간성 형성 전두엽 집중적 발달
이때 놓지면 교육효과 적어

점점 발달하고 있는 뇌과학은 유아교육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떤 유아교육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해답을 주고 있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태어날 때 성인 뇌의 25%인 350g에 불과하던 뇌가 1년 만에 1㎏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한다. 고도의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이루는 부분인 전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골고루 발달한다. 이 시기에는 다양한 영역의 정보를 왕성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뇌발달의 기초가 된다. 또한 부지런히 손놀림을 시키고 기어다니게 해 뇌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손을 관할하는 부위를 발달시켜야 한다. 스킨십과 올바른 식습관을 통해서도 뇌에 많은 자극을 줄 수 있다.
3~6살은 종합적인 사고기능과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 지식교육을 받게 되면 뇌가 한쪽으로만 굳어져 창의력과 표현력이 약해지기 십상이다. 아이들이 최대한 많은 경험을 쌓도록 도와주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극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기는 사회성이 발달되는 시기로 도덕교육과 예절교육이 꼭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발달된 사회성은 그 사람의 일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교육학과 심리학에서는 3~6살의 시기를 창의성 발달, 정서적 안정성, 사회 도덕적 성향의 ‘결정적 시기’로 본다. 결정적 시기란 “심리적 특성마다 가장 잘 발달되는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가 지나면 그 특성의 발달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이 시기에 이런 특질들을 발달시키는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교육이 힘들어진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이 시기는 중요하다.

유아 지식교육의 효과로 부모들이 주로 기대하는 언어, 수학적 사고의 발달은 6~12살 무렵에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언어담당 측두엽, 수학·물리적 사고 담당 두정엽은 이 시기에 주로 발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가 되면 아이는 언어와 수학적 자극에 매우 흥미를 느끼며 교육을 했을 때의 효과도 크다. 바꿔 말하면 이 시기 전에 언어, 수학 교육을 시키는 것은 큰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말이다.

뇌가 제대로 발달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주입식 지식교육을 시키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제대로 된 교육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어서 뇌발달을 저해시킨다는 데 있다. 공부 스트레스는 ‘과잉학습장애’ 같은 정신과적 질환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뇌 회로 사이의 매듭을 잘 풀리지 않게 해 원활한 흐름에 장애를 준다. ‘지성의 뇌’만 끊임없이 짓눌러서 ‘감정의 뇌’를 위축시키는 것도 큰 문제다. 이렇게 ‘감정의 뇌’가 위축되면 결국 아이는 감정 충족감의 부족을 느끼게 된다. 감정 충족감 부족은 뇌의 균형있는 발달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감정을 충족시키는 탈출구를 찾게 만든다. 결국 아이들의 비행이나 반항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다양한 체험하며 마음껏 뛰어놀고 상상력 나래
유아시기 가장 중요한 교육

따라서 유아 때에는 아이가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감정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야 한다. 지식·특기교육에만 내몰지 말고 많은 곳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는 것이 좋다. 자리에 앉아서 공부만 하게 만들기 보다는 몸을 움직이고 다른 아이들과 부대끼고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서울대학교 서유헌 교수는 “유아의 뇌는 단계적으로 발달하며 발달시기에 맞춰서 교육을 시켜야만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뇌의 모든 부분을 다양하게 발전시키는 교육이 유아 시기에 받아야 할 가장 큰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