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자폐 아들을 둔 박모씨(38)는 최근 자폐아 통합교육에 대한 세미나에서 일반 초등학교에서 통합교육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발표하고 긴 한숨을 쉬었다.

박씨는 “아들이 일반 초등학교의 1학년 반에서 지낼 때는 담임교사가 손잡고 다니면서 점심시간에 식사를 같이 하고 식사 후에는 선생님을 따라 친구들과 함께 양치질도 했다”면서 “교실에서 선생님이 다른 아이와 똑같이 바라봐주는 손길이 학급 친구들에게도 잘 전달돼 반 아이들이 아들을 도와주려 했다”고 소개했다.

박씨는 그러나 “2학기가 된 뒤 교사가 바뀌어 아들이 적응하기 힘들었는지 문제의 행동을 보여 2학년이 되면서 특수교사가 있는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통합교육을 시도했는데 장애아동인 것을 알아차린 담임의 표정이 달라졌다”며 “그런 분위기 속에 아이를 둔게 걱정이 돼 교문을 떠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아들을 매일 데려다주고 수업이 시작되면 학교 주변을 맴돌며 시간을 보내다 수업이 끝나면 데려오는 일을 6개월 동안 했다”면서 “장애학생이 일반 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도록 하려면 교육현장에 보조원을 별도로 배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씨는 결국 법이 보장한 대로 일반학교에 입학했으나 너무나 힘이 들어 2년만에 다시 장애인 학교로 전학했다.

통합교육의 경우 광역시 단위에서는 어느 정도 진전을 보고 있으나 그 외의 도 단위 지역에서는 특수교사를 모집해도 특수교사들이 오지 않아 차질을 빚고 있다.

수도권의 경우 일반학교 내 시간제 통합교육 등을 지원하는 특수학급의 아동이 학급당 10∼15명에 달해 정상적인 통합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인천 남동구의 한 중학교 특수학급은 올해 처음 장애학생을 모집했는데 11명이 몰렸다.

전국의 초등학교 특수학급은 2364개교에 3043개 학급이 있으며,중학교는 592개교에 688개 학급,고등학교는 86개교에 145개 학급이 있을 뿐이어서 통합교육 지원 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통합교육을 둘러싼 지역간 불균형도 심각하다. 올해 들어 서울 인천 대전 광주 전북 등에서만 장애학생 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지방재정을 활용,통합교육 현장에 유급보조원을 배치했을 뿐이다. 나머지 시·도의 장애학생들은 특수교육 보조원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통합교육에 시급히 요청되는 특수교육 보조원 예산을 한푼도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폐 성향의 딸을 취학유예 2년만에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박인용씨(서울 수유동·장애아동부모의 연대와 희망 공동운영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통합교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 예산의 2% 수준으로 정해진 특수교육 예산을 올해부터 3%로 늘리고 시?도교육청도 특수교육 예산을 학교짓는데 쓰지 말고 통합교육 현장을 직접 지원할 특수교육 보조원이나 치료교사를 배치하는데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경만 전교조 특수교육위원장(충남 당진 천의초등 교사)은 “일선 학교에서 장애아동 교육을 기피한 결과 장애아동 5만여명만 특수학급과 특수학교에서 교육받고 나머지 10만명 이상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미씨(경기도 안양시)는 “올해부터 어린이집 무상보육이 실시되는데 같은 나이의 장애아동은 유치원에 다닐 때 같은 수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편견을 감수하면서까지 장애인 등록을 했는데도 유치원 특수학급은 장애학생만 따로 교육을 시켜 통합교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설 유치원에서 비싼 돈을 내며 통합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주영 한국재활복지대학 교육연구사는 “장애 아이들이 여느 아이들과 같이 한 학교,한 교실,한 교과서,한 선생님의 교육을 받되 개인차를 이겨낼 수 있도록 그 가진 능력에 따라 다양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도 우리의 통합교육 현장은 크게 미흡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통합교육이란

특수교육진흥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통합교육'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정상적인 사회적응 능력의 발달을 위해 일반학교(특수교육기관이 아닌 학교를 말함)에서 특수교육 대상자를 교육하거나,특수교육기관의 재학생을 일반학교의 교육과정에 일시적으로 참여시켜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교육은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갖춘 특수교육기관이라도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 것보다 더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장애를 가진 학생에게 지금 이 순간 가장 인간적인 대우를 누리도록 하는데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장애인을 따로 교육하는 분리교육과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시·도교육청 및 관할 지역교육청에 설치된 특수교육운영위원회는 학교의 지정 배치 요구를 심사할 때 특수교육 대상자의 장애정도·능력·거주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보호자의 의견을 참작한다. 즉 부모가 원하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도록 돼 있다. 장애아동이 1명 이상이면 특수학급도 설치해야 한다.

국민 정창교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