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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샘의 핀란드교육

젖어들다... - 2010. 8

별이빛나는밤 | 2010.08.10 14:10 | 조회 3005 | 공감 0 | 비공감 0
까모메 식당을 만든 감독이 만든 또 하나의 영화 안경. 그 영화에서 사람들은 일본의 한적한 어촌 마을의 일상에 젖어든다.  핀란드에서 역시 나는 젖어 든다. 한국에 비해 그리 바쁠 것 없는 일상. 그 속에서 갖는 마음의 여유와 자신을 돌아보기에 적당한 강도의 외로움. 근처 숲길로 산책을 나가거나, 공유지에서 베리와 버섯을 따고, 여름 별장에서 사우나를 하고 호숫가에 첨벙.. 하면서 자연에 한없이 젖어 들 수 있는 지금은 북유럽의 풍광이 가장 눈부시다는 계절, 여름이다.

나의 경우, 자연이 주는 신비함에 젖어 드는 것보다 몇 배 더 강한 몰입의 기분을 느끼는 것은 통하는 사람을 만나서 대화할 때이다. 며칠 전 우연히 학교 까페테리아에서 한 커플을 만났다. 우리 학교 동아시아학과 석사과정에 다니는 일본인 가나코와 역시 동아시아학 중에서도 중국학을 연구중인 박사과정의 프랑스인 테오. 

마주 앉아 식사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 전에 학교에서 여러 번 마주친 적이 있다. 바로 사회학과 주최로 열린 Multiculturalism(다문화) 강의에서였다. 둘은 늘 같이 와서 강의를 들었고 특히 테오는 이따금씩 강사에게 열띤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테오는 전공자답게 동양의 문화와 역사 뿐만 아니라 중국어에도 능통한 친구였다.

 

▶내가 자주 다니는 산책로 옆에 펼쳐진 밀밭. 갑자기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프랑스에서 동거로 살아가는 성인 커플이 전체의 40%

몇 달 전 오마이뉴스에서 유러피안 드림 이라는 연중 기획으로 저출산 대책을 취재하기 위해 프랑스를 간 적이 있다. 그 때 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PACS (시민사회연대계약, 결혼과 동일한 법적 혜택을 받는 일종의 동거제도)에 대해 물어보았다. 1990년대 중반 동성연애자와 같은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처음 도입된 PACS는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 기성의 결혼제도를 거부하는 이성 연애자들에 의해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의 젊은이들은 점점 더 결혼제도를 구시대의 산물로 여기는 분위기이며, 성인 커플 중 40%가 PACS 커플이라고 했다. 남친 테오의 설명이 끝나자, 가나코가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이야기해 주었다. 자신이 테오와 함께 있기 위해 프랑스에서 1년 정도 어학연수 코스를 밟고 있을 무렵, 둘은 PACS도 하지 않고 동거를 하는 상태였는데도, 테오와 동거관계에 있다는 두 사람의 말을 믿고 동거인의 자격으로 기초적인 의료 혜택을 프랑스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었던 점이 일본사회와 무척 다른 점이어서 굉장히 인상 깊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까페에 가면 아이를 셋 혹은 넷씩 데리고 다니는 커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외국에서 많은 취재진들이 와서 프랑스인들은 독특한 정신구조나 사고방식(Mentality)를 가진 게 아니냐고 물어보는데, 그게 아니라 사회적인 여건이 아이를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 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함께 있는 것이 좋아서 중국, 프랑스, 핀란드 그리고 가나코가 중국에 직업을 구해 다시 그 곳으로 간다는 이 커플. 완전히 현대판 유목민이다.

테오, 넌 그럼 어떻게 하는데? 같이 가는 거야?

어. 나 거기서 주부로 취직할 거다!

야, 너 정말 21세기가 바라는 바람직한 남편감인데!

(가나코에게) 자기야, 나한테 월급 줄 거 맞지?

월급 안주면 나 혼자서라도 1인 노조 만들어서 시위할거야.

가나코, 테오한테 주5일제랑 4대보험, 정기 휴가 보장할거야?

어(약간 주춤하더니). 그렇게 해줘야지ㅎㅎㅎ.

우리는 점점 대화에 젖어 들었다. 오후에 개인적으로 볼 일이 있었는데. 시계를 보니 이미 늦었다. 다음주에 하지 뭐.. 둘이 자주 붙어 다니지만, 자칫 협소한 둘만의 관계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기에 둘의 관계는 밖을 향해서도 건강하게 열려 있고, 서로가 서로를 성장케 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렇게 새로운 사람을 같이 만나러 다니는 이 커플. 죽이 참 잘 맞는 한 팀이다.

 

오마이 뉴스를 본다구??

두 사람이 오마이뉴스를 본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허긴, 동아시아학 전공자이긴 하지만 그래도 외국인들에게 저변도가 넓을 만큼 영어 서비스가 풍부하게 제공되진 못할 텐데.. 오마이 뉴스는 한국의 진보적인 인터넷 언론 매체이며, 시민이 기자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고 간단히 설명하자 테오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기성 보수 언론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는 창으로 오마이 뉴스를 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언론 검열, 코드 인사, 특정 인물 퇴출 등에 대해 말해주자 프랑스에서도 사르코지 정부가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시민 혁명과 68혁명을 태동케 한 시민들이 아닌가. 최근 프랑스의 분위기에 대해 물었더니 이젠 거리에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시위를 해도 정부가 별로 겁먹거나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경제 위기라는 논리 속에 다른 가치들이 힘을 잃어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9월 말 핀란드 교육과 복지 취재차 오마이 뉴스 기자팀이 방문할 텐데 프랑스와 일본인 독자가 있다고 꼭 말해주겠다고 하자 아주 좋아한다. 핀란드 특집 기사가 인터내셔널 란에 영어 기사로 제공되었으면 좋겠다.

 

Are you happy?

테오와 가나코는 며칠 전 자기 집 근처에 사는 저글러를 만난 이야기를 해주었다. 각종 장난감을 이고 지고 저글링 대회에 나가기 위해 핀란드까지 오게 되었다는 그 사람은 별로 가진 것은 없어도 만면에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다는 거다. 그 사람을 만나고 나서 테오는 자기가 공부나 그 외의 것들에 매여 정작 중요한 행복을 놓치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문해 보았다고 했다. 나 역시 친구 하나를 떠올렸다. 알코올 중독 아버지가 남기고 떠나신 빚까지 고스란히 넘겨 받아야 했던 고등학교 시절 단짝 친구는 서로 연락이 닿지 못했던 8년 동안 빚을 갚느라 고생하는 와중에도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멋있게 성장해 있었다. 역시나 죽이 잘 맞게 생긴 일본인 인디 뮤지션과 연애하면서 함께 중국, 일본, 미국을 잘도 떠돌아다니며 공연을 한다. 내 친구도 장난감 퍼포먼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지라 나 같은 사람이 그녀의 음악 세계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나는 알 수 있다. 내 친구가 행복한 길을 가고 있다는 걸.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도와주진 못할망정 잔인하게 재를 뿌리지는 말았으면 한다. 음악해서 어떻게 먹고 살래, 결혼은 해야지. 남자친구 나이며 조건이 그게 뭐냐. 장녀가 되서 동생이랑 집안은 생각 안하고 왜 너만 생각하냐 등등. 다 저버리고 남들 사는 대로 산다 한들 과연 행복이 보증수표처럼 따라붙을 수 있느냔 말이다. 

가나코는 자기가 일본에 있었을 때 주위에서 나이와 결혼을 들먹이며 얼마나 많은 딱지를 자신을 향해 날려댔는지 신나게 설명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늙어간다. 정작 상대방이 무얼 하면 행복해지는지, 그래서 어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야 하는 지엔 별로 관심도 없으면서, 나이와 결혼을 들먹이며 그렇게 관심 있는 척을 한다. 홍상수 감독 말마따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린 좀 더 일찍 만나야 했어

다음달 초면 중국으로 떠난다고 하니 아쉬워서 한 마디 중얼거렸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눈 앞에 일이 닥쳤을 때 집중력이 훨씬 더 좋아지듯, 사람 관계라는 것도 이별이 예정되어 있을 때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고, 매번 여러 사람들과 한꺼번에 만나는 사이로, 무리 속에서 스쳐 가며 만나는 존재에 불과했던 관계가 이별을 계기삼아 따로 몇 번씩 만나는 사이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이별은 오히려 관계를 재발견하게 해주고, 돈독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남은 시간 동안 좋은 추억 만들 수 있게 언제 한국 음식 한번 대접해야 겠다. 뭘 만들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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