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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샘의 핀란드교육

미수다 따루와 함께 한 일요일의 수다 - 2011. 6

별이빛나는밤 | 2011.06.23 23:41 | 조회 6741 | 공감 0 | 비공감 0
  
따루 살미넨.
ⓒ 아르뚜리 누르미
따루 살미넨

 

'껌 꽤나 씹는 핀란드 미녀'로 잘 알려진 따루 살미넨(Taru Salminen, 34). KBS <미녀들의 수다>에 고정 출연하면서 유명해졌다.

 

따루는 외모나 장기 위주로 유명세를 탄 다른 출연자와 달리 "한국의 진보는 핀란드의 보수 같아요" 같은 말을 유창하게 하며 주목받았다.

 

따루는 휴가 때면 이메일 체크도 잘 안 한다는 다른 핀란드인과 달리 핀란드에서 보내는 휴가의 달콤함을 방해하는 인터뷰 요청에 고맙게도 응해주었다. 유월의 일요일 오후, 두 사회의 경쟁, 교육, 성평등까지 이름만으로도 묵직한 주제들을 따루와 신나게 수다로 풀어보았다.

 

기자 : "<나는 가수다>가 한국에서 연일 화제죠. 경쟁과 탈락을 매개로 한 서바이벌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최근 한국 방송 프로그램의 대세인데, 한국과 잘 맞는 프로그램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런 프로그램이 핀란드에서 방영되면 시청률이 잘 나올까요?"

 

따루 : "제가 궁금했던 것 중 하나는 한국에선 그동안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너무 없었다는 거예요. 핀란드에서는 한 10년 전부터 있었어요. 여긴 그런 게 되게 인기가 많아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판정하는 사람들이 독설도 하고, 응시자들이 상처받아 울기도 하고, 요리사들이 나와 경쟁하는 프로그램도 있었고."

 

기자 : "제가 생각했던 핀란드 국민성이랑 약간 다르네요(웃음). 사회 전반적으로는 경쟁 강도가 한국보다 약하지만 시청자들은 다른 사람이 펼치는 경쟁을 즐겨 보는군요."

 

따루 : "그렇죠.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인기가 많기 때문에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이 핀란드에서도 생기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예요. 가수들이 거기 나갈지는 모르겠지만요."

 

  
따루 살미넨.
ⓒ 아르뚜리 누르미
따루 살미넨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

 

경쟁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83% 정도로 OECD 최고 수준이다(유럽 국가들은 40~50%대). 그러나 많은 대학생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힘들게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거나 대출을 받고, 졸업해도 취업하기 힘들다. 자신들을 자조적으로 '삼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라고 부르는 20대가 참다못해 거리로 나왔다. 이런 한국의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따루 : "핀란드랑 많이 다르죠. 핀란드에서는 실업계 학교를 졸업해도 차별도 안 받고 돈도 잘 벌거든요. 한국도 대학에 가지 않은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요즘 핀란드 사람들이 대학교에 많이 가니까(진학률 65%선) 정부에서 기술 배우라고 적극 권장하고 있죠.

 

젊은 나이에 연애도 미루고 '스펙' 관리에 시간을 보내는 게 참 안타깝네요. 한국에도 용기 있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찾아나서는 젊은이들이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부모님과 갈등이 많이 생긴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에서는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하고 그게 효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자식이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한 것 아닌가요?"

 

기자 : "열두 살 초등학생들이 장래 희망 란에 7급 공무원이라고 적는 현실은 참 기가 막히죠. 한국의 경쟁 문화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셨어요?"

 

따루 :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좋은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해보면, 한국 회사들이 유연하게 움직이고 잘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한국인들 자체가 워낙 빨리빨리 움직이고, 경쟁에서 이기려 하는 문화 때문에 한국 사회가 발전하는 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경쟁해서 진 사람들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대책이 없는 것 같아요.

 

핀란드도 사실 경쟁 없는 사회는 아니에요. 상대적인 것이죠. 예를 들어 대학교 들어가기가 아주 힘들어요. 작년에 고졸자 중 대입시험을 친 60%가 대학교나 폴리테크닉(기술 중심 4년제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고 탈락했어요. 그래도 핀란드에서는 특히 고등학교 때까지는 경쟁을 많이 시키지 않죠. 학생 개개인의 자기 목표만 잘 달성하면 되는 거죠. 오히려 공부를 너무 잘하면 공부만 한다고 문제가 됐어요. 왕따가 돼요(웃음).

 

대입에서 떨어져도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여기서는 사회에서 쌓은 경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2~3년 정도 일하다가 다시 대학 들어가는 경우도 많아요. 대학에 30대도 많고 제가 대학생이었을 때 친구들 중에 50대 아저씨, 60대 할머니도 있었고요. 무조건 이 나이에 이걸 해야 된다, 그런 게 없어요. 여기선 평생 동안 (배움의) 기회가 있어서 늦은 나이에도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로부터 받는 각종 수당 제도가 잘되어 있으니까요."

 

기자 : "제 핀란드 친구 엄마도 50대에 대학에 입학했는데 회사에서 학업 휴직을 시켜줘서 급여 일부를 받고, 정부에서 지급하는 생활보조비도 받고, 부족한 건 여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유지했다더라고요."

 

  
동거나 결혼을 해 아이가 있는 대학생들은 자전거 뒷좌석에 부착된 유아용 시트 등에 아이를 태워 등교하기도 한다. 핀란드에서는 이외에도 세 발로 된 장애인용 자전거 등 기발한 여러 가지 자전거들을 볼 수 있다.
ⓒ 윤정현
핀란드

따루 : "한국에선 성공이라는 게 되게 중요하잖아요. 핀란드에서도 성공은 중요한데 그 정의가 다른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성공의 범위가 한정돼 있는 것 같아요. 좋은 학교를 나와서 대기업에 들어가 결혼하고 애 낳고 이렇게 사는 게 성공이라고 생각하는데, 핀란드에서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뭐가 됐든. 기술자들이 대학 나온 사람보다 돈을 더 잘 벌기도 하고 사회에서 인정받고. 아직 학생인데 결혼해서 아이 낳는 사람이 많아요(관련 기사 : "학생이 아이 낳아 키우면 150만원 받아요").

 

그래서 어떤 대학교에는 강의 듣는 동안 아이를 돌보는 서비스도 있고요. 다른 사람들의 잣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어요. 한국에서는 부모님들이 자식들을 다른 집 자식들과 많이 비교하시잖아요. 그런데 여기서는 자녀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요. 물론 그 책임도 본인이 져야 하지만요."

 

기자 : "저도 학교에 애들 데리고 오는 학생들 많이 봤어요. 저렴한 학생 주택에서 월세로 단출하게 동거하거나 신혼살림 시작하고, 유모차나 자전거에 아이들을 태워 데리고 오는 모습이 참 당당하더라고요. 한국에선 이런 상태에서 시작하는 결혼 자체가 성립하기 참 힘든데."

 

따루 : "한국에선 물질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가진 사람들은 더 가지려고 노력하고. 많이 가질수록 욕망이 더 생기는 거죠."

 

기자 : "핀란드에도 분명히 경쟁은 있지만 그 수위가 한국과 차이나죠. 심지어 상대평가(순위평가)가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핀란드 사람들은 보통 하루 7시간 반 정도 일하고 주 5일제에다가 여름휴가도 대개 한 달씩 되잖아요. 그렇게 적게 일해도 효율성은 한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많이 일하고 치열하게 경쟁하면 생산성이 올라갈까요?"

 

따루 : "아닌 것 같아요. 일을 너무 심하게 하면 우울증도 생기고 몸이 아픈 부작용들이 생기잖아요. 핀란드에서도 요즘 일도 많고 치열해서 직장 생활이 힘들다는 기사가 많이 나와요. 일의 강도가 핀란드보다 더 심한 한국에서는 문제가 더 많겠죠. OECD에서 발표한 생산성 지수를 보면 한국이 하위권이에요(2011년 OECD 시간당 노동생산성 부문에서 한국은 31개국 중 최하위권인 28위를 기록했다)."

 

기자 : "한국은 이것 말고도 자살률, 출산율, 노동시간, 학생들의 학습시간 등 OECD 통계에서 다관왕을 차지했죠."

 

따루 : "핀란드에서는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아프면 사람들이 결근하기도 하는데, 한국에서는 입원할 정도로 아프지 않고서는 결근을 안 하는 것 같아요.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제 친구들을 보면 밤 11시에 퇴근하기도 하더라고요. 핀란드에서 직원이 밤 11시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직원을 더 뽑아야 하거나 그 사람의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 돼요."

 

복지 국가 핀란드에도 문제는 있다

 

  
따루 살미넨.
ⓒ 아르뚜리 누르미
따루 살미넨

기자 : "핀란드가 공교육과 사회 복지의 천국으로 비치면서 한국에서 핀란드에 대한 환상을 갖기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인이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 어떤 게 있을까요?"

 

따루 : "여기도 학교에서 왕따 문제가 있고요. 요즘 초등학교 학생들이 좀 산만하고, 선생님 말씀을 잘 안 듣는 학생들도 늘었다더라고요. 저희 어머니가 6학년 담당 선생님인데 엄마한테 욕하는 학생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인종차별도 있어요. 소말리아 내전 때문에 건너온 난민들이 많이 있잖아요. 보수적인 핀란드 사람들은 이들이 일 안 하고 난민 수당 받아 먹고산다고 비난하는데요, 이 사람들 처지에서는 일하고 싶어도 고용주들이 잘 뽑지 않거든요. 최근에는 육체노동 분야에서 조금씩 뽑기는 하지만.

 

그리고 핀란드 사람들이 부끄러움과 경계심이 있어서 낯선 사람에게 거리를 두기 때문에 친해지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런 게 외국인에게는 외로움으로 작용할 수 있어요. 일부 IT 업종을 제외하고는 핀란드어를 모르면 취직하거나 아르바이트 찾기가 상당히 힘들고, 물가도 비싸고요."

 

기자 : "장바구니 물가는 비싼 줄 모르겠던데, 서비스 물가가 많이 비싸더라고요."

 

따루 : "맞아요. 한국에선 서비스 가격이 너무 싼 것 같아요."

 

기자 : "노동력이 저평가되고 있죠. 1000원짜리 김밥을 먹으면서 싸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는 이유죠."

 

따루 : "그렇죠. 여기서는 인건비가 제일 비싸요."

 

핀란드의 성공 요인, 신뢰와 투명성... 비결은?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핀란드의 공교육 현장과 사회 복지 관장 기구를 살펴보고 돌아갔다. 그러나 약자에 대한 배려가 중심인 핀란드식 공교육과 복지 제도가 신자유주의가 만연한 국가에서 뿌리내릴 수 있을까? 핀란드의 사회 복지를 떠받치고 있는 근본 요인은 뭘까? 이 사회의 신뢰와 투명성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따루 : "인구가 적어 관리하기 쉽다는 점도 무시 못할 거예요. 핀란드 사람들은 굳이 최고가 되려 하기보다는 돈도 적당히 벌면서 내 집 하나 마련하고 평범하게 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부자가 돼야 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핀란드 납세자의 평균 세율이 42% 정도 되는데, 어느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만 실시된다면) 세금을 더 내서 복지 향상에 기여할 생각이 있다고 대답한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기자 : "핀란드 사람들은 혼자 잘살기보다는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이웃들도 어느 정도 살 수 있게 해주고, 양극화로 인한 사회 범죄 없이 사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

 

따루 : "그런가요?(웃음) 한국이 정이 많은 사회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 문화도 배타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그 정의 범위가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들에게만 한정되는 것 같거든요. 부잣집 부모가 초등학교 자녀에게 가난한 집 아이와 어울려 놀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핀란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기자 : "한국 사회가 여전히 매력적인 이유, 십년 넘게 한국에서 사시는 이유는 뭐예요?"

 

따루 : "역동성을 빼놓을 수 없죠. 제가 왔다 갔다 한 지 13년이 됐는데, 그 사이에 외국인이나 다른 문화를 배려하는 태도도 많이 바뀌었어요. 문제가 있으면 빨리빨리 해결되고요. 역동적인 에너지가 많다는 걸 느꼈어요. 물론 제가 유럽 출신 백인이라는 점을 무시 못하겠죠. 한국 사람들이 저를 잘 챙겨주고 친하게 잘 대해줬어요. 그리고 한국 음식만큼 맛있는 음식도 없죠. 한국은 재미있는 사회잖아요? 핀란드는 한국 사람들에겐 아주 심심한 나라예요(웃음)."

 

  
따루 살미넨.
ⓒ 아르뚜리 누르미
따루 살미넨
 

한국의 '오빠' 문화와 '방' 산업에 놀라다

 

기자 : "한국이 외모지상주의 사회잖아요. 특히 여성이 느끼는 압박이 심하죠. 이건 한국 사회의 성불평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봐요. 핀란드는 양성평등 국가라고 하는데 여성이 여성으로서 자존감을 갖는 데 외모가 한국처럼 중요하게 영향을 끼치나요?"

 

따루 : "정도 차이인 것 같아요. 핀란드에서도 외모 관리 잘하고 예쁜 여성이 환영받는 건 사실이지만 맨얼굴로 다니는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죠. 화장을 하건 안 하건 자기 선택이고 외모에 대해 남들이 특별히 지적하지도 않고요. 그런데, 여기도 양성평등이 완전하게 이루어진 건 아니라서 여성 정치인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유독 외모를 많이 언급해요. 예를 들면, 전 국무총리한테 '몸매 좋네, 미스 핀란드 같다', 이런 식으로 언급했죠. 그러나 남자 정치인에 대해서는 정치인으로서 자질만 얘기하지 외모 얘기를 안 해요.

 

핀란드에서는 여성들이 강한 편인데, 한국에도 물론 커리어우먼이 많지만 아직까지 예쁘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 '취업 대신 남자 잘 만나서 시집 잘 가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남아 있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결혼한 연약한 여자들이 애 낳고 나면 억척스러운 아줌마로 변신하는 것도 재미있고요(웃음). 핀란드에선 외모를 앞세워 남자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려는 여성은 찾아보기 힘들어요.

 

또, 한국에서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오빠, 오빠 그러면서 보호받고 싶어 하고, 데이트 비용도 남자들이 훨씬 더 많이 내는 걸로 인식되어 있는 것에서도 여성이 남자들한테 의존하는 문화를 엿볼 수 있었어요."

 

기자 : "그런 의존적인 여성을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거죠. 그럼 핀란드에선 외모 이외에 여성의 매력 요소로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따루 : "서로 말 통하는 게 첫 번째죠. 여기선 여성스럽고 귀엽게 애교를 부린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핀란드에선 남자든 여자든 경제력을 조건으로 꼽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남녀관계는 개인과 개인의 만남이지,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 아니에요."

 

기자 :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를 헌신적으로 내조해 줄 수 있는 여자를 찾는 핀란드 남자들은 없나요?"

 

따루 : "한국의 보수적인 남자들처럼 아침밥 차려주고 와이셔츠도 다려서 내주는 아내를 기대하진 않아요. 가사일과 육아는 같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통계를 보면 아무래도 여성들이 좀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나와요."

 

기자 : "핀란드는 양성평등 국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핀란드 신문에 '매 맞는 아내들 참지 말고 신고하라'는 광고가 나와 좀 놀랐어요."

 

따루 : "그런 문제가 있죠. 핀란드에선 가정 폭력을 개인의 문제로 덮어두지 않고 사회 문제라고 생각해 드러내놓고 해결하려는 편이죠."

 

기자 : "한국 남성과 핀란드 남성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세요."

 

따루 : "핀란드 남자들은 남녀 고정된 성역할을 고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요, 굉장히 가정적이죠. 일 끝나면 애들하고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고. 하지만 남자들이 세심하게 '자기야 오늘 뭐했어?' 이렇게 물어봐주고 이벤트해주는 것에 익숙한 한국 여성은 핀란드 남자들이 무뚝뚝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핀란드에선 가방 들어주는 남자들도 없어요. 여자들이 그런 걸 기대하지도 않아요(웃음).

 

반면 한국 남자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되게 강한 것 같아요. 한국에선 아내가 돈을 벌더라도 그래도 남편이 가장으로서 경제적으로, 또 심리적으로 가족을 책임져야 된다는 그런 생각이 아직까지 강한 것 같아요. 단점이라면, 커플 사이에 서로 구속하려는 경향이 좀 있다는 것? 전화로 어디에 있는지 체크하고, 여자친구가 밤늦게까지 취미 생활 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또, 한국에선 남녀 사이에 친구 개념을 잘 인정해 주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애인이 이성 친구들을 따로 만나는 것도 안 좋아하고요. 제가 살사 동호회에 있어봐서 아는데요, 애인이 동호회에서 다른 남자 혹은 여자들이랑 춤추는 것 싫어해요. 그래서 특히 결혼하면 (동호회에) 안 나타나는 경우가 많죠(웃음)."

 

기자 : "그래서 결혼하고 나면 이성 간에는 친구 관계가 끊기는 경우가 많죠(웃음)."

 

따루 : "희한하더라고요. 결혼하고 나면 전화를 안 해요. 한국에선 결혼 생활 방해 안 하려고 연락을 안 한다고 하는데, 저 같으면 굉장히 섭섭할 거예요. 한국에 와서 정말 놀랐던 건 성산업이었어요. 길거리를 둘러보면 여기저기 안마소고 전화방이고... 더 충격적인 건 부인이 있는 남자들도 그런 데 많이 간다는 것이었어요. 핀란드에선 그런 데 가면 정말 이상하게 보거든요. 그래서 한국 남자들을 믿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유명인이라서 언론에 말 한마디 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을 텐데도 한국 현실을 꼬집는 대화에 몸 사리지 않은 따루 살미넨. 대화의 행간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핀란드의 복지 시스템이 돈보다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것, 사회의 가치관과 제도가 사람들의 신뢰와 도덕성을 키울 수도 땅바닥에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인들의 눈에 좀 심심해 보일지라도 참 소박하고 건강한 핀란드 사회는 이들이 즐겨먹는 호밀빵을 쏙 빼닮았다.

 

  
따루 살미넨.
ⓒ 아르뚜리 누르미
따루 살미넨
2011.06.21 14:59 ⓒ 2011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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