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밤샘의 핀란드교육
오늘도 나는 달린다-2010.2
계절이 거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침에 밥을 먹으며 온도계를 보니 0 밑으로 큼직하게 두 칸이 내려갔다 (영하 20도 라는 얘기).
바람에 흐드러지는 눈발을 맞을 생각을 하니 몸이 약간 움츠러든다.
오늘도 뺨에 닿는 눈발은 약간 따가울 것이며 얼굴은 상기되고 콧물도 흘러내릴 것이다. 휴지를 챙긴다.
사우나를 하다가 밖으로 나와 맥주 한잔과 함께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읽었다.
20년 정치범 감옥살이. 더위와 추위로밖에 계절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그 감옥생활과 내 유학생활을 어찌 감히 비교할 수 있겠냐마는
어떤 의미에서 신영복 선생님은 마치 감옥 생활을 먼저 시작한 선배처럼, 친구처럼 책을 통해 말을 걸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준다.
감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마저 좁아지는 일을 막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신영복 선생님.
겨울이 꼬박 다섯 달인 이 곳. 심하게 추우면 밖으로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고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를 상실케 만드는 날씨, 그리고 늦게 떠서 금세 지는 해.
온도계를 바라보며 이제는 껄껄 웃을 정도로 약간의 여유가 생긴 나는
집을 나와 얼굴을 때리는 눈발을 맞으며 오늘도 정류장을 향해 온몸에 열이 나도록 뛴다.
저 버스를 놓치면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꼼짝없이 추위에 떨어야 하기에.
시립 도서관에 도착했다. 여기에 오면 늘 마음이 따뜻해진다.
일요일에도 책과 신문을 벗하는 핀란드인들의 정신세계를 접하고,
까모메 식당 DVD, 내 작은 피아노 연습실, 가우디 건축 도록을 통해 바깥 세상과 만난다.
집에 돌아오는 길. 상점에 들러 눈여겨 봐두었던 신발을 샀다.
컨버스화 올스타 갈색. 발목까지 날씬하게 빠진 자태가 매력적인 플랫 스니커즈.
신발을 방 한켠 의자 위에 올려두니 벌써 봄이 온 것만 같다.
이 신발을 신고 폴짝폴짝 뛰어다닐 봄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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