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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샘의 핀란드교육

내가 만난 헬싱키. 헬싱키 사람들 - Independent and kind

별이빛나는밤 | 2013.09.01 14:24 | 조회 5118 | 공감 3 | 비공감 0

1. 연안 유람선에서 일하는 여대생


저녁 6시 반. 나는 까우빠또리 근처의 항구에서 헬싱키 연안을 둘러보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유람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내게 앳되게 생긴 젊은 여성이 다가와 팜플렛을 건네며 말을 걸었다.

“7시에 유람선이 출발하는데 표를 사시겠어요? 19유로에 두 시간 반 동안 경치를 즐길 수 있어요.” 일단 금발 머리에 잘 어울릴 만큼 적당히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싱그러운 미소, 그리고 블랙 앤 화이트의 유니폼과 한 쌍을 이루면서 멋스럽게 손때가 묻은 빈티지 매표 가죽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유니폼과 가방이 참 멋지네요. 항해사인가요? 아니면 서빙하는 직원인가요?”

유람선 티켓보다 이 여성에게 말을 거는 잿밥에 정신이 팔린 나는 이것저것을 묻기 시작했다.

“표를 팔고, 선장님과 주방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 서머잡(여름 동안에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중이죠.”

“그렇군요. 학생인가요?”

“네. 헬싱키 대학교 정치학부에 다니고 있어요. 이제 3학년이 되지요.”

그녀는 손가락으로 항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헬싱키 대학 도심 캠퍼스를 가리키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반가워요. 저도 뚜르꾸 대학교에서 곧 박사과정을 시작해요.”

그녀는 가슴에 다섯 개 나라의 국기가 그려진 명찰을 달고 있었다. 그것은 고객에게 5개 국어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알리는 표시이다.

7시가 가까워져 오면서 손님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긴 대화를 나누진 못했지만, 열심히 표를 파는 그녀의 미소에 자신감과 여유가 가득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흐뭇했다.


핀란드의 늦여름. 까우빠또리 항구는 핀란드의 이 젊은 인재에게 여름 내내 유람선을 타러 오는 내국인과 외국인을 상대로 표를 팔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신의 생활을 책임질 수 있도록 해주는 삶의 현장이었고, 나에게는 건강한 핀란드 사회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체험의 현장이 되었다.      

 

 


2. 까우빠또리의 포장마차에서 일하는 19살짜리 고등학교 졸업생


핀란드 사람들을 묘사하는 주요 단어 중 하나는 소박함이다. 날씨가 좋을 때는 광장의 노천 시장(까우빠또리)를, 추울 때는 실내 재래시장(까우빠할리)를 즐겨 이용하는 핀란드 사람들. 수도인 헬싱키 시민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장을 보고 난 다음 포장마차에서 요기를 하거나 커피 한 잔 하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는 삶의 재미이자 행복이다. 나도 핀란드의 명물인 생선(멸치같이 생겼음)튀김을 먹기 위해 포장마차로 향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어설픈 기자 본능이 또 발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젊은 여자들이 많던데 혹시 지금 서머잡(summer job) 하는 중이에요?”

“네. 저는 5월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지금은 학생이 아니에요. 내년에 스코틀랜드에 있는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구요.”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다구요? 혹시 몇 살인지 물어봐도 되나요?”

“19살이에요.”

“핀란드 정부에서는 핀란드 학생들에게 학생 수당도 주고,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도 될 텐데 이렇게 여름 내내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가 뭐예요?”

“스스로 제 삶을 책임지고 싶어서에요. 부모님은 부모님 나름대로 돈 쓰실 데가 많잖아요?”

핀란드에서는 보통 종합학교의 9학년을 마치고 난 다음 맞이하는 여름 방학부터, 그러니까 15살 무렵부터 서머잡을 통해 용돈벌이를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그렇게 수퍼마켓에서, 재래시장에서, 여객선에서 핀란드 젊은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나가는 재미와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스칸디맘, 스칸디대디가 유행이라고 한다. 자녀의 삶을 과잉보호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북유럽의 부모들처럼 수평적인 관계에서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조력자가 되어주는 부모를 뜻한다. 한국 부모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강의 노동 강도를 감당하며 고액의 사교육을 자녀에게 시키는 대신, 북유럽 부모들에게서 고등학생, 대학생 자녀들이 삶의 현장을 체험하면서 스스로 설 수 있게 돕는 용기와 지혜를 배우면 참 좋을 텐데.

 


3. 중고 그릇 가게의 주인 할머니


교육뿐만 아니라 북유럽 디자인과 건축에 관심이 많은 나는 헬싱키에 갈 때마다 그런 관심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을 한 군데 이상 꼭 들린다.

‘Vanhaa ja Kaunista'. 우리말로는 ‘오래되고 아름다운’. 너무 멋진 가게 이름이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이제 금발이 백발이 된 주인 할머니께서 유창한 영어로 나를 반기신다. 거기다가 그릇에 얽힌 설명까지 친절하게 곁들이신다. 가게 이름이 너무 좋다고 말씀드리니 어느 새 소녀 같은 미소를 머금으시면서 본인과 딸이 함께 지었노라고 뿌듯해하신다.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순수하고 아름다운 얼굴 표정을 보며 나이가 들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렸다.

젊은 시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은퇴하기 몇 해 전부터는 오랜 취미였던 그릇 수집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다는 할머니의 말씀을 들으면서 핀란드 사회의 수준 높은 양성평등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생업에 활발하게 뛰어드는 등 여성들의 손으로 일구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실제로 핀란드 여성들은 세계 최초로 참정권을 행사하게 되었으며 사회 진출의 역사 또한 오래되었다. 또한, 겨울철 바깥 운동에도 몸을 사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거운 짐도 웬만하면 스스로 들려는 자세를 가지고 있는 등 남성들보다 더욱 자신감 넘치고 생활력이 강한 태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헬싱키 여행에서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모두 여성들이다. 그리고 한결같이 얼굴 표정들이 밝았다. 그 표정에는 한국의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베풀어야 하는 억지친절이 아닌, 노동과 휴식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친절이 묻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최소한의 경제적인 자립은 한 개인이 부모, 남편 혹은 가족으로부터 경제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독립하여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는 주체로 설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아, 물론 남성들도 만났다. 아주 짧게. 그들은 내가 건물 현관을 드나들 때마다 점잖게 문을 잡고 기다려주었다(북유럽의 문이나 창문은 겨울철 추위를 막을 수 있는 이중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굉장히 견고하고 묵직하다). 뒷사람 코가 깨지건 말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생각하면 이것도 땡큐다. 다만, 그들의 원초적 수줍음으로 인하여 ‘Thank you(Kiitos), You're welcome(Ole hyvä)' 이외의 다른 말을 섞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 다음 만남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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