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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샘의 핀란드교육

헬싱키 비이끼 종합학교에 가다 (1)

별이빛나는밤 | 2013.11.20 03:17 | 조회 6295 | 공감 1 | 비공감 0

인류학의 시선으로 바라본 핀란드, 그 첫번째 이야기

헬싱키 비이끼 종합학교에 가다

 

핀란드 헬싱키의 북동부에 위치한 비이끼라는 동네에 1년 내내 실습을 나온 교생들과 해외 방문객들로 북적거리는 한 학교가 있다. 헬싱키 대학 교육학과의 부속기관으로 초,중,고에 걸쳐 예비 교사들의 교생 실습을 담당하고 있는 비이끼 종합학교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학교를 방문하기 위해 8월 중순부터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조차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손님들로 헬싱키의 학교들이 몸살을 앓은 나머지, 최근에는 방문객 접수를 아예 거절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느 정도의 마음의 준비를 한 터라 아주 놀랍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내가 아니지. 8월에 입은 마음의 상처(!)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끈질기고 상세하고 예의 바르게 이메일을 보낸 결과 결국 학교 방문 허가를 받아냈고 11월 15일 5시 20분 뚜르꾸 발 헬싱키 행 첫 차에 몸을 실었다. 헬싱키의 아침 거리는 간밤에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헬싱키의 명물 갈매기들이 여유 만만하게 도심을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중앙역 앞에서 탄 시내버스가 헬싱키 중심부를 벗어나 비이끼로 진입할 무렵 해는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동쪽 숲 위로 떠올랐다. 그렇게 자연이 만들어내는 위대한 혁명을 버스 창가 너머로 지켜보며 긴 숨을 뱉어내고 나니 버스는 이미 학교 앞에 다다르고 있었다.

 

9시 10분 - 9시 45분. P 선생님의 6학년 교실

반 아이들 중 절반은 선택언어(스웨덴어/프랑스어)수업에 가 있고, 나머지는 아직 등교하지 않은 시각. 보충 학습을 위해 일찍 등교한 6학년 학생 두 명이 선생님과 함께 연산(덧셈, 곱셈) 연습에 한창이다. 두 수의 합과 더하여 10이 되는 수를 열심히 대답하는 아이들.  이윽고 구구단 8단 연습에 들어간다. 숫자카드로 선생님과 연습한 다음, 학생들끼리 짝 활동으로 연산 연습을 반복한다. 다음주에 있을 6학년 수학 정규수업(소수점을 동반한 네 자리 숫자의 연산)의 기초가 되는 과정이다. 나는 이 일련의 학습 과정을 1미터쯤 떨어진 위치에서 넌지시 지켜보았다. 지금 떠올려보아도 참 평온한 아침 풍경이었다. 물론 아이들의 머리 속에서는 지적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었겠지만. 한국의 기준에서는 심각한 수학 부진임에도 불구하고 기죽은 기색 하나 없이 천진난만하게 숫자를 대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말하지 않아도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가 어떤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나도 마음 속으로 핀란드어로 하는 연산 연습에 즐겁게 동참했다. 내 수준에 꼭 필요한 연습이었다). 또한 핀란드 사회가 부진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P 선생님이 아침 시간 45분을 온전히 여유롭게 두 학생들의 보충학습 지도에 전념하실 수 있게 하는 여건 또한 부럽고 흐뭇한 점이었다.

 

P 선생님은 비이끼 학교의 6학년들이 사용하는 수학교재의 공동 집필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그만큼 수학 교육에 전문성을 갖고 계신 분께서 고작 덧셈과 구구단 보충연습이나 시키고 있다? 아니, 오히려 그런 부진 학생들의 보충 학습에서 선생님의 전문성이 돋보였다는 게 나의 감상평이다. 아이들이 연산 중에서도 특히 어느 부분에 취약한지 너무나 잘 파악하고 계셨고, 교사와의 일대일 활동, 짝 활동, 온라인 게임을 통한 복습 활동 등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알차게 45분간 복습 활동을 진행하셨다. 아이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하는 선생님의 어조와 얼굴의 잔잔한 미소까지 선생님이 마치 인자한 나무처럼 스스로를 아이들에게 적절한 학습환경이자 교육 자료로 기꺼이 내어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으로 복습을 하는 동안 P 선생님이 수학 교과서를 들고 와 나에게 보여주신다. 최근에 한국의 어느 사설업체에서 이 교과서를 번역하여 한국에 출판하기 위한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하셨다. 교과서를 잠시 들춰보았는데 우리나라 초등 6학년 수학 교육과정과 비교했을 때 그 구성과 난이도도 다를 뿐더러, 내가 핀란드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아마도 내가 살펴본 그 6학년 1학기 수학교과서가 연산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관계로) 구성주의에 입각하여 학생들의 수학적 사고 과정을 유도하는 내용이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도대체 이걸 번역해서 뭘 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씀 드리자 선생님도 (업체 사람들은) ‘사업이 되니까’ 하는 것이지 않겠냐며 웃으며 대답하신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핀란드 교육 역시 ‘교육 시장에 내놓아 팔릴 만한 아이템’쯤으로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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