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에서는 절대로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 맞다.

사진을 찍으면 죽은사람이 환생을 못하기 때문에? 아니다.

가족들이 사진도 찍고, 캠코더로 촬영도 하는 걸 보았다.

하지만 외국인들이 카메라라도 꺼낼라치면 주변은 험상궂은 분위기가 된다.

나도 녹음기(나는 여행지에서 녹음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면 여행기를 쓸때 생생하게 기억이 살아나기 때문이다.)를 꺼내려다가 주변의 분위기가 술렁이기에 그만두고 얌전히 가방문을 닫았다.

아마도 외국인들이 구경하면서 재미삼아 사진을 찍는 것이 그들에게는 기분 나빠서 그러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의 상가집에 외국인들이 와서 기웃거리며 장례식 장면을 사진으로 팡팡 찍으면 어떨까?

....

하지만 역시 사진을 찍고 싶었다. 화장터의 광경을 잘 찍은 엽서들이 길거리에 많았지만

내가 직접 찍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새벽에 보트를 타고 화장터 앞을 지날때 몰카로 몇장 찍었다.

보트을 모는 아저씨가 화장터에 가까이 가면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말했다.

카메라를 내려놓는척하고는 뷰파인더를 보지도 않고 몇장 눌러보았다.

나중에 보니까 대부분 흔들리고 초점이 맞지 않아서 결국 제대로 건진 사진이 없었다.

후후...

그러나... 이런 사진에 대한 욕심은 첫날뿐이었다.

바라나시에 머문 내내 화장터에 몇번이고 가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사진이라든가, 여행이라든가 하는 것들은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갔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