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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지구읽기

[페루]2편 콜카계곡 5탄

김성희 | 2003.09.02 12:50 | 조회 963 | 공감 0 | 비공감 0

언덕에서 노닥거리면서 페드로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주었다. 혹시 우리 배낭족이 오면 반갑게 인사하라고... 꼬레아노.. 한국사람, 아미고.. 친구, 올라.. 안녕, 바모스..가자 등등... 페드로는 참 착한 아이다.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발음을 열심히 적는다. 한국과 페루는 친구나라라고 설명하니까 그렇단다. 짜식, 순진한 녀석이다.

12시쯤. 한참 같이 노닥거리던 페드로는 호텔로 다시 일하러 가고 나는 처음 계획대로 아래쪽 길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어슬렁 어슬렁 내려가다가 양떼 가족을 만났다. 우루루 우루루 몰려다니며 풀을 뜯고 있다. 낯선 나를 경계하는지 양 아빠가 한참동안 쳐다보고 있다. 가만히 서 있으니까 별 재미 없는지 다시 가족들을 데리고 자리를 옮겨 풀을 뜯는다. 후후... 근데, 이 근처에 사람들이 전혀 없는데, 얘들은 누가 키우는거지?

뒤쪽에서 사람 소리가 난다. 서양애들이 언덕 위로 소풍을 나왔다. 10명 정도 되는 가족인 듯, 돗자리에 피크닉 가방까지 챙겨나왔다. 후후... 그들을 뒤로 하고 한참을 내려갔다.

이젠 사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걸음을 멈추고 눈을 감으니 바람소리만 들릴 뿐이다. 눈을 뜨면 끝없는 계곡이 파노라마필름처럼 펼쳐진다. 흙냄새와 바람소리... 그런데 어느순간 바람까지 모두 멈추어 갑자기 온 세상이 진공상태가 된 듯하다. 흙냄새조차 멈추어 버린거 같다. 우주에 외따로 떨어져 버린 느낌이다. 그러다가 다시 바람이 불기 시작하니까 지구로 돌아온 거 같다. 콜카는 흙냄새에서 시작하여 바람으로 끝나는거 같다. 폭풍의 언덕에서의 캐서린처럼 황량한 콜카를 미친 듯이 쏘다니고 있다. 아, 이 황량함이 너무 좋다.

 

별 생각없이 길을 걷다보니 제법 내려왔다. 멀리 보이던 강이 가까이 보인다. 문득 다시 올라갈 일을 생각하니 까마득하다. 아이고, 아이고, 내가 미쳐요. 언제 저길을 다 올라가나... 다시 발걸음을 돌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내려올 때와는 달리 다리도 아프고 힘들다. 힝힝... 그래도 이정도는 버텨야 한다. 잉카트레일도 앞두고 있는데, 이정도 가지고 징징거린다면 3박4일은 어쩔려구... 그래도 부지런히 올라와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후후.. 딴짓 하나도 안하고 올라왔으니까...

온몸에서 흙냄새가 진동을 한다. 양말을 신지도 않고 스포츠샌들만 신고 있었더니 발가락 사이사이에 흙투성이다. 호텔로 가서 발을 씻고고 바지의 흙도 좀 털어내고 재정비하여 다시 나왔다. 이번엔 어디를 어슬렁거려볼까? 다시 콜카로 가기 보다는 마을 구경을 하는게 어떨까 싶다.

오후 3시. 아르마스광장으로 슬슬 걸어가는데, 엥? 웬 교련수업? 체육복을 입은 여학생, 남학생들이 4열 종대로 열을 맞추어 서서 제식 훈련을 받고 있다. 아르마스광장 뿐 아니고 옆 골목까지 애들로 가득하다. 외국인이 내가 나타나자 얘들 선생님의 구령에 집중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며 키득거린다. 나도 장난끼가 발동하여 옆에서 애들을 따라 행진을 했다. 여자애들 깔깔대고 난리다. 하하... 선생님 중 한 명이 말을 건다. 서툰 영어로... 나는 한국에서 왔고, 나도 고등학교 교사라고 하자, 무척 반기는 표정이다. 가만히 지켜보니까 너무 재밌다. 교복 치마 밑에 체육복을 바쳐 입은 아이도 보이고, 나름대로 멋을 부리느라고 머리에 커다란 리본핀을 한 애도 보이고, 선생님 눈을 피해 친구와 장난을 치는 아이도 보이고.. 어쩌면 우리나라 애들과 그렇게도 흡사할까... 한 학급은 대략 20명 가량 되는 거 같다. 남녀 분반이고, 중학생들이란다. 잠시 후 모두 어느 골목을 향해 가길래 어슬렁 어슬렁 뒤따라가보니 아르마스 광장의 대성당 뒤쪽이 바로 학교다. 건물은 겨우 2층짜리 하나와 단층 건물 하나다. 운동장을 보니까 왜 아르마스 광장까지 나와서 수업을 하는지 이해가 간다. 운동장이 너무 좁다. 그나마 한쪽 구석은 공사중인지 흙이 파헤쳐져 있고... 아이들이 모두 들어갔는지 철문으로 된 교문을 닫는다. 밖에서 지켜보니까 운동장조회를 서고 있다. 2열 종대로 서서... 하하.. 뒤늦게 뛰어나오는 애들도 보이고, 조금 있으려니 교장인 듯한 아저씨가 마이크를 잡고 한참동안 뭐라고 뭐라고 한다. 애들은 별로 집중하는거 같지 않다. 후후... 녀석들... 조회는 금방 끝나고 그걸로 수업이 끝인 듯 애들이 밖으로 나온다. 교문 밖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녹음하고 있으려니까, 아까 나에게 말을 걸었던 선생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러더니 곧 어떤 아이들 찾는다. 하하.. 학교에서 영어를 제법 하는 아이를 찾는 것이다. 귀엽고 영특하게 생긴 남자아이다. 영어발음도 좋다. 학생을 시켜서 내가 어디왔고, 직업은 뭐고, 왜 여기 왔는지, 손에 든 거(녹음기)는 뭔지 등을 자세히 물었다. 나는 교사이면서 여행을 좋아하고, 녹음을 해서 여행기를 쓴다고 하니까 여행작가냐고 묻는다. 하하... 그건 아니지만 인터넷에 간혹 여행기를 올린다고 했다. 아마추어 여행작가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다. 맞나? 하하... 아이들에게 둘러쌓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어떤 여자아이에게 애들이 날계란과 밀가루를 퍼부었다. 엥? 이게 뭔일이여? 하하... 뭐냐하면 그 여자애의 생일이란다. 즉 이건 \'생일빵\'이다. 세상에, 여기에도 생일빵이 있다니... 한국에도 이런 비슷하게 있다고 하니까 놀란다. 나도 정말 놀랬다. 어딜 가나 문화의 비슷한 부분은 있나보군. 원조가 어딜까? 학교 규모가 큰거 같다고 하자, 이 근방의 작은 마을들에서도 학생들이 온단다. 하긴 중학교 정도면 작은 마을에는 없을 것이다. 애들 등하교는 어떻게 하냐니까 대부분 걸어서 다닌단다. 아이고.... 문득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제목이 맞나?)\'가 생각난다. 가도 가도 끝없는 길을 걸어 옆 마을의 친구를 찾아가던 인상적인 영화였지. 한참 인터뷰(?)를 하고 난 후 선생님은 집에 그만 가봐야 한단다. 애 엄마인 듯해 보인다. 후후... 고마웠다고 인사를 나누고 학생에게도 통역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기념으로 한국전통 엽서를 하나씩 선사했다.

아르마스 광장으로 걸어오는데 어디선가 들리는 함성소리. 아까 그 운동장은 아니거 같다. 이 근처인데.... 소리를 따라 가보니 하하... 마을 회관 같은 곳에 작은 마당이 있고 거기서 초등학교 여학생들이 배구게임을 하고 있다. 응원전도 장난이 아니다. 그렇지. 여기 페루는 여자배구가 무지 막강하댔어. 그것도 우리 한국 감독 덕분이라지? 이름이 만복인가 하던데... 유난히 반가운 마음에 응원석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뭐, 내가 앉은 쪽이 어느팀 응원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애들 구호에 맞추어 따라하고 있으니까 옆에 애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후후... 재밌다. 한참동안 응원하다가 게임이 끝날 기미가 안보이길래 슬슬 일어나서 빠져나왔다. 아까 그 운동장 쪽은 사정이 어떤지 궁금해서 언덕에 올라가 보았다. 역시 아직도 축구경기를 하고 있다. 아까의 행진으로 보아 각 마을 대항 경기인거 같았지? 그래 이 뙤약볕 속에서 하루 종일 저러는 것도 보통이 아니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가 넘었다. 하늘은 갑자기 낮은 구름들이 끼고 있다. 옅은 안개가 아주 조금씩 계곡으로 스며든다. 아, 안돼. 어제처럼 멋진 일몰을 볼 수 있길 기대했는데, 하늘의 분위기로 보아 해는 구름 뒤로 져 버릴  것 같다. 힝힝... 언덕 위에서 어두워 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일몰구경을 포기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왔다.

아르마스 광장의 벤치에 앉아서 어두워가는 마을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왜 내가 여기에 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옆에서 놀고 있던 꼬마조차도 제 형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오늘은 유달리 새로온 여행객도 없네. 문득 쓸쓸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왜 여기에 와 있을까? 말 한마디 안통하는 이곳을 굳이 찾아 온 이유가 무엇일까? 내가 찾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늘 무언가를 찾고 있는데, 본인은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작 모르는 거 같다.

그러고 보니 벌써 6일째 한국사람을 한 명도 못만났구나. 아, 한국말 고프다.

생각해 보았는데,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 조금 알거같다. 나는 낯선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싶은거다. 평소에 보고 듣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을 체험하고 싶은거야. 평소에 나의 삶이 어떻길래? 그건... 그건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

해가 다 져서 호텔로 돌아와보니 앗, 식당안이 바글거리고, 모두의 시선은 텔레비젼으로 향하고 있다. 텔레비젼? 아니 정확히 말하면 DVD를 감상하고 있다.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이다. 우하하... 신난다. 어제 먹었던 감자전(오믈렛)이 생각나서 주문을 하고 나도 열심히 시청을 했다. 문득 버스 안에서 람보를 틀어주던게 생각난다. 부디 이번에 갈 때는 이런 최신 영화이길...

하루종일 걸어다녔더니 무지하게 피곤하다. 오늘은 정말 카바나콘데와 콜카의 아침부터 밤까지를 구경했구나. 하하... 내가 바라던 스타일이다. 맘에 든다. 여기. 내일은 첫 번째 버스를 타고 콘돌을 보는 전망대로 갈 것이다. 그리고는 아레키파로... 침대에 눕자마자 골아떨어졌다. 정말 달게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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