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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지구읽기

[페루]1편 마추피추 6탄

김성희 | 2003.09.02 10:51 | 조회 959 | 공감 0 | 비공감 0

한참을 올라가니 탁트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쉬고 있다. 초코렛이며 물을 파는 원주민들도 보인다. 좀 비싸긴 하지만 굳이 물을 짊어지고 다닐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너무 많이 얻어먹은게 찔려서 여기서 눈딱감고 초코렛을 샀다. 일행들에게 나눠주어야지. 움베르토의 말에 의하면 여기 이후로는 마지막 야영지까지 상점이 없을거란다. 근데 품목이 별로 없다. M&M초코렛 몇 봉지 샀다. 하나에 4솔씩이나 주고... 에구구... 너무 비싸다. 슈퍼보다 거의 두배이다. 하지만 여기가 어딘가? 안데스산 속이니까... 쩝...

12시 35분. 잉카트레일의 제일 높다는 고개를 앞두고 있다. 계속 오르막이다. 하지만 숨이 차 죽을 정도는 아니다. 아까 중간중간 쉬면서 올라왔다. 쉴 때마다 이스라엘 애들이 초코렛을 준다. 또 어떤 때는 럭티가 과자를 준다. 럭티는 쉴 때 내가 오면 너무 반가워한다. 내가 스페셜 프렌드란다. 그러면서 지 엄마가 과자를 주면 우선 내 입에 넣어준다. 에구 귀여운 것... 덕분에 나는 평소에 안먹던 초코렛이며 과자며 실컷 얻어먹었다.

이스라엘 아저씨 샘이 제일 뒤에서 받쳐준다. 물론 내가 혹시 제일 뒤였다해도 나는 천천히 갔을 것이다. 움베르토도 사람들을 채근하는 타입이 아니다. 정말 맘에 드는 일행들이다.

자연 풍경을 실컷 즐기면서 올라오니까 너무 좋다. 여기 산행은 변화로운 모습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 낮은 풀들이 뒤덮은 산들과 그 위 꼭대기의 만년설들... 바람소리만 들리는 이 한적함. 그 한적함을 갑자기 깨뜨리는 산새소리. 그렇게 황량한 풍경이 폋쳐지다가 갑자기 시냇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타난다. 나무가 그다지 큰 것은 아니지만 그늘을 만들면서 땀을 식혀준다. 그리고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손수건을 꺼내 냇물에 담가본다. 뼈속까지 스미는 시원함. 나중에는 좀 춥다. 그렇게 시냇물을 끼고 가던 길은 어느 순간 다시 황량한 들판길로 변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만큼이나 다채로운 모습을 지닌 잉카의 길이다.

올라가면서 가을 점퍼부터 나시차림까지 옷이 계속 주변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흐흐... 즉 옷은 되도록 입었다가 벗어다가 하기 편한 옷이 좋다. 중간에 쉬면서 코카잎을 물통에 넣었다. 물병에 코카잎을 넣은 사람들을 보았다. 간혹 포터들도 코카잎을 넣은 물병을 가지고 다닌다. 흠, 좋은 아이디어다. 맹물보다는 코카잎물이 더 좋지.

간혹 포터들이 씩씩하게 지나간다. 그럴땐 얼른 길을 비켜줘야 한다. 가엾은 포터들... 저렇게 짐을 지고 허접한 차림에 밤에는 담요로 지새도 얼마 못받는단다. 문득 안타깝고 슬프다. 잉카의 파발꾼 챠스키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후예들이 이렇게 남의 짐들을 지고 고생할 줄을 누가 알았으랴... 마음 한구석이 아린다.

낯선 꽃들이 예쁘게 피어있다. 내가 이꽃 저꽃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움베르토가 지나가면서 꽃이름들을 알려준다. 움베르토가 없을 때는 포터들이 지나가면서 알려주기도 한다. 근데, 꽃이름이 너무 어렵다. 그들에겐 별로 어렵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발음하기조차 어렵다. 이름은 몰라도 좋다. 예쁜 꽃이 있으니 예쁜 나비도 보이고, 예쁜 새도 보인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없다. 내 앞에도 뒤에도 사람들이 없다. 아! 바람소리만 들리는 이 한적함... 너무 좋다. 눈앞에는 저 위로 만년설이 쌓인 산이 있고, 그위로 펼쳐진 푸르른 하늘. 산들은 아무런 가식도 없이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놓고, 간간히 들리는 바람소리는 산위를 향해 올라가는 듯 하다. 웅장한 자연 속에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곧 나도 이 산을 이루는 한 개의 바위인양 가만히 앉아서 숨호흡을 해본다. 안데스 산과 하늘과 내가 하나가 되는 듯 하다.

계속 되는 오르막이지만 즐기면서 천천히 올라오다보니 저 멀리 그 유명한 고개가 보인다. 벌써 올라간 사람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금방이라도 닿을 듯한데, 생각보다 멀리 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다. 정상을 보면서 정신없이 올라가다보니 어깨도 아프고 숨도 가쁘고 힘이 든다. 문득 아까처럼 즐기면서 가지 않고 정상을 보고 급하게 치달아 오르니까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시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즐기면서 천천히 오른다. 같은 길이라도 마음의 자세에 따라서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란다.

오후 1시 20분. 드뎌 제일 높은 고개에 올라왔다. 우와.. 너무 힘들다. 하지만 너무 기쁘다. 아, 드디어 올라왔다. 저 앞에 바로 5미터정도 앞에 만년설이 쌓여있다. 저멀리 구름에 감싸인 산들... 내가 저 밑에서부터 올라왔단 말이지. 우와.... 구름이 흘러가는게 보인다. 아... 이럴땐 뭐라고 해야하나...

내가 올라왔다. 내가... 여기에 같이 올라오기로 했던 친구에게 부끄럽지 않을 모습이어서 더욱 기쁘다. 나는 여기에 와서도 정신을 잃지 않고 주변을 감상할 만큼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기쁘다. 내 옆에 어떤 서양 아저씨가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다. 힘들어 보인다. 아, 여기가 정말 높은 곳이긴 하구나.

한라산에서... 지리산에서... 그래. 거기서 느끼던 것들과는 많이 다르다. 예쁘기로 따지면 우리 산이 제일 예쁘다. 하지만, 여긴 여기대로의 맛이 있다. 나무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낮은 풀들만 간간히 보인다. 황량하다. 하지만 산의 선들이 자아내는 실루엣은 장엄하다. 하늘이 무척 가깝다. 구름도 손에 잡힐 듯이 흐른다. 여기가 고산지대라는 것이 팍팍 느껴진다. 저 아래 가느다란 선으로 이어진 길들을 보면서 여기가 얼마나 높은 곳인지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래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잉카트레일의 둘째날. 여기에서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싶다.

잠시 후 샘아저씨가 올라왔다. 다같이 포옹하고 축하해주었다. 모두의 표정으로 보아 내가 느끼는 그 기분과 같이 느끼는 것 같다. 사진을 찍고 고개를 넘어 내려왔다. 내리막을 보면서 기쁜 마음이 들었다. 올라오는 것 보다는 쉽지.

고개에서 20분가량 내려가서 점심을 먹었다. 이제 럭티는 내 옆에 붙어 앉아서 같이 점심을 먹는다. 귀여운 것. 그런데 내 접시와 자기 접시를 넘나들면서 점심을 먹던 럭티가 내 닭고기 튀김을 포크로 찍으려 하자 그 부모가 얼른 말린다. 아!참! 럭티네 가족은 베지타리안 즉 채식주의자이다. 그런데, 계란 후라이도 먹는걸 보면 그다지 엄격한 거 같지가 않다. 우리 점심은 닭고기 튀김과 감자튀김인데, 채식주의자인 럭티네 식단은 야채조림들과 감자튀김과 계란 후라이이다. 그거 먹고 힘이 날까 싶지만 채식주의자인 럭티네 가족이 항상 어느 장소에든 1등으로 도착한다. 럭티는 물론 포터와 함께. 채식주의자이지만 그들은 어느 누구 못지 않게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은 럭티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직 어린 럭티는 부모가 채식주의자이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이 채식주의자가 된 것이다. 그건 좀 불공평하지 않나?

점심 식사후 느긋하게 후식까지 먹고...그리고 움베르토의 설명. 이제부터는 거의 내리막길이란다. 두 번째 야영장은 규모가 크므로 넘버 10지역을 찾아오란다. 오호... 얼마나 규모가 크길래...

점심 배터지게 먹고, 다들 느긋한 마음으로 출발을 한다. 고개를 넘었기 때문에 내가 그렇게 느끼는 걸까? 주변 자연 풍경이 변한 거 같다. 간간히 보이던 계곡은 이제 보이지 않고, 돌들과 바위로 이루어진 지형이 이어진다. 낮은 초목들이 간간히 보이고, 좀더 메마른 거 같다. 그늘을 이룰 만한 나무가 없어서 탁 트인 것은 시원해 보이지만 그래도 너무 밋밋하다.

씩씩대면서 내려오는데 길을 거슬러 올라오는 원주민들을 간혹 만난다. 그 중 여자 둘이 서 있다가 뭐라고 말을 붙인다.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께추아어로 이야기 하는데, 정말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하지만 표정으로 짐작컨대 뭔가 부탁을 하는 거 같다. 한국말로 무슨 도움이 필요하세요라고 물었다. 그 중 한 여자가 내 물통을 가르킨다. 아하, 물이 필요하세요라고 말하면서 물을 꺼내어 주니까 고맙다면서 받아서 둘이 번갈아 마신다. 말은 한마디도 안통했지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기뻤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순박해 보이는 원주민 아가씨와 포옹을 주고 받은 후 다시 길을 재촉했다.

내리막길이 주로 이어져서 그런가? 올라올 때보다는 쉽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자연풍경이 밋밋해서 좀 지루하다. 또 하나 이상하게 여겨지는 것은... 올라올 때는 이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간거 같은데, 내려오는 지금은 사람들이 더 드문드문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 일행이 전반적으로 너무 늦게 진행하는거 같다. 하지만 별로 불안하지 않다. 움베르토가 알아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든다.

왼쪽으로 산 언덕 위에 폭포가 있다. 제법 높이와 수량이 있는 폭포이다. 푸르른 하늘에 어우러진 폭포라... 문득 강촌의 구곡폭포가 생각난다. 나도 모르게 자꾸 한국하고 비교하고 있다. 아마 한국이 그리운가보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무의식 중에 한국을 그리워하고 있는게 분명하다.

야호. 저 멀리 캠핑장이 보인다. 정말 무지 많은 텐트들이 보인다. 제법 규모가 큰걸... 어느결에 샘아저씨와 그 아들과 함께 걷고 있다. 샘아저씨의 아들이 캠핑장 입구에서 10번 야영장을 묻는다. 빈약해보이는 스페인어 실력이다. 그래도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다. 덕분에 우리 텐트를 금방 찾았다. 화장실에서도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어서 다행이다.

텐트가 너무 많아서 한국사람들을 찾아보리라던 계획을 포기했다. 하긴 아침의 반응으로 보아서 찾아봤자겠지만... 그래도, 한국말이 그립다. 나처럼 수다떨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좀 고문이지? 후후.... 애꿎은 녹음기만 괴롭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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