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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의 미국생활

미국에서의 마지막 주

홍희숙 | 2003.01.03 00:07 | 조회 1623 | 공감 0 | 비공감 0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 미국에서의 마지막 주 풍경을 대략 그려볼까 한다.

21일 토요일에 무빙 세일이 성황리에 끝났고, 남편과 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겨 가까운 챠이니즈 뷔페인 '몽골리안'에 가서 모처럼만의 가족 외식을 마음껏 즐기고 돌아왔다.

22일 일요일은 남편의 영어 선생님인 죠안 할머니와 마지막 조우를 나눈 후,에마네 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고

23일 월요일은 배편으로 보낼 무거운 화물을 미리 실어 보낸 날이다.
가로,세로,높이 각 1 미터인 종이 박스 1개가 1큐빅으로 설정되어 있었는데,실제로는 그 박스 5개를 1큐빅으로 계산하고 있어 좀 어리벙벙했다.
여기보다 훨씬 더 한국과 가까운 샌프란시스코에서 짐을 보낸 그 몇년 전에도 이렇게 후하게 계산해주진 않았었는데...
어쨌거나 싸게 해준다는데 싫어할 내가 아니지.

미리 택배로 송달받은 종이 박스를 이용해 몇날 며칠 동안 머리 굴려가며 짐을 싸야 했다.
화물로 미리 보낼 짐,무빙 세일에서 팔 짐,비행기로 실고갈 짐.
얼마 안되는 세간 살이였지만, 크게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누면서 짐을 싸려니 헷갈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월요일 아침까지 마침내 모든 짐을 완벽하게 박스에 담아두고나니, 일리노이주에서 출발한 화물 트럭이 우리 집 앞으로 멎고 있었다.

건장한 한국인 아저씨 세 명이 노련한 솜씨로 후다닥 짐을 나르니, 금새 그 많던 박스들이 사라지고 없었다.
TV는 미리 우리가 포장하지못해 그 아저씨들이 쌌는데, 생각보다 아주 빨랐다.
TV도 팔고갈 생각이었으나 디지털 평면 TV가 갓 출시될 무렵의 모델이어서, 보편화된 지금보다 많이 비싸게(천 불 정도,삼성 27인치) 주고산 것이어서 헐값에 팔기가 아까워 눈물을 머금고 그냥 한국으로 가져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실 가전 제품 만큼은 전압이 달라 가져가고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보다는 조금 더 싸게 산 것같고 품질이나 사후 관리도 무난할 것같아 가져가는 것인데 잘한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짐을 다 나르고 나서 전체 화물량을 계산해보니 7큐빅이었다.
자동차 한 대는 15큐빅.합하니 22큐빅.
자동차에 대한 보험금도 있었고 그 외 자질구레한 각종 명목의 지출 내역들이 수북 있었지만, 많이 깎아주셔서 생각보다 싸게 계약했다.
한국에 도착하려면 4주에서 6주 가량 소요된다 했는데,아예 door to door service를 신청해 버렸다.
나중에 세관까지 찾으러 가는 것도 번거로운 일일 것같아.
특별히 통관세를 물어야할 품목도 없었으니, 대리 통관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아서였다.

짐을 보내고나니 집이 훨씬 휑뎅그레해 보였다.
숨 돌리기가 무섭게 성진이 반 친구인 Saku의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기 집으로 언제 놀러오느냐면서.
오늘 그 집에 놀러가기로 약속한 날이었지만, 이삿짐 보내느라 경황이 없어 약속 시간을 놓친 것이었다.

얌전하고 상냥하고 부드러운 전형적인 일본 아줌마인 미치코의 영어 발음은, 가히 나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native 영어보다 훨씬 더 어렵다.
차라리 '쏼라쏼라'하는미국인과 말하는 게 훨씬 쉽게 느껴진다.

발음으로 따지자면 중국인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들일것이다.
중국어 특유의 빠르고도 강한 억양 때문에 도무지 영어인지 중국어인지....
그러고보면 한국인 만큼 발음 좋은 외국인도 별로 못본 것같다.
아이들 영어 발음을 좋게 하려고 혀 밑의 일부를 잘라준다는 한국 엄마들에게 한 소리 하고싶다.
절대 혀를 자를 일이 아니고 다만 훈련이고 연습일 뿐이며, 한국말은 절대 영어와 충돌되는 발음을 가진 게 아니라고.
일본말이야 원래 언어 구조상 영어와 조화되기 힘든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절대 우리 말은 그렇지가 않은 것같다.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한글이라더니 사실 그 말이 옳음을 요즘 와서야 실감한다.
물론 말과 글이 서로 같은 개체는 아니지만, 우리 말과 한글은 그 소리와 나타냄이 크게 차이가 없는 것같기에 하는 말이다.

사쿠네 집은 깔끔한 일본인 집답게 잘 꾸며져 있었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거실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었고 주방 식탁 위엔 갓 꽂은 듯한 카네이션 두어 송이가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일본인 아줌마들은 흔히 무릎을 구부려 마룻바닥에 자주 앉곤 하는데, 내가 편히 앉으라고 말해도 그들은 괜찮다며 그냥 그렇게 있으려 한다.
다분히 복종적인 자세로 비쳐지는데 그들은 또 그런 자신들의 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미치코는 우리 아이들을 위해 작은 워터볼 선물 세트 세 개를 준비해서 선물로 주었다.
난 아무 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사쿠는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않아 반 아이들에게서 놀림을 더러 받는 것같다.
그 와중에 성진이가 사쿠를 옹호해준 적이 있었는지 사쿠는 성진이의 열성팬이다.
성진이가 한국 간다할 때, 제일 슬퍼한 남자 친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같은 피부색을 가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동지 의식같은 것을 느낀 건지도 모르겠고.

사쿠네는 앞으로 3,4년 전도 더 있을 예정이라 하는데,나중에 일본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했다.
혼슈 섬의 남서쪽에 있는 작은 섬인 시코쿠섬의 남동부 해안 부근에 집이 있다한다.
일본 가면 들릴 곳이 또 하나 늘었는데,언제 일본 가보나?

24일 수요일은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제껏 이렇다할 큰 눈도 별로 없었다가 이 날 정오 무렵부터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오후 서너 시가 되니 폭설로 바뀌어졌다.
오전 일찍부터 안드레아네 집에 가서 놀고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인근에 사는 남편의 대학 선배님 댁으로 가서 점심을 함께 하였는데, 눈이 갑자기 너무 많이 내려 예정에도 없이 갑자기 그 댁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아이오와 주에서 내려온 남편의 대학 동창 가족들까지 해서 모두 세 가족이 한 집에서 지내게 되었는데, 세 집 아이들을 합친 숫자는 8명이었고 이 중에서 남자 아이는 단 한 명이었다.
누가 우리 나라 인구가 남초 현상이 뚜렷하다고 통계를 냈지?
적어도 여기에선 확실한 여초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튿날 아침엔 눈사람도 만들고 눈썰매도 탔다.
난생 처음 눈썰매를 타보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 몇 번 더탔다.
시간만 있었다면 오전 내내 눈썰매 지치고싶었는데...
나중에 아이들 데리고 눈썰매장을 한 번 가봐야겠다.
(한 번도 안가본 곳이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네.)

25일 크리스마스.
썰렁한 빈 집에 와서 하룻밤을 함께 지낸 남편의 대학동기 가족을 떠나보내고 대청소를 실시했다.
27일에 있을 우리 집 inspection 때문.
어떤 이는 한 달치 rent인 deposit을 한 푼도 못받았다고도 하니 긴장이 안될 수는 없는 일이어서.
화장실과 부엌,창문과 전등까지.물론 바닥은 기본이고.
그렇게 씻고 닦으니 집이 훨씬 반짝거렸다.
흠 잡힐 곳이 없어야 할텐데...

26일 목요일.
동네 아줌마들 불러 냉장고에 남은 마지막 음식들과 부엌용품들을 정리했다.
아침 일찍 브렌다-훼이가 우리 아이들을 자기 집으로 데려갔었는데, 오후 세 시 무렵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러 들어왔다.
진짜 마지막이 될 것같은 생각에 포옹을 하였는데, 돌아서는 브렌다-훼이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덩달아 나도 글썽거렸지만 아줌마들 앞이라 울 수도 없고.

나중에 편지를 보니, 차 안에서 펑펑 울었단다.
저렇게 심성이 여리니 시인이 될 수 있나보다.
나도 물론 아쉽고 서운하기는 했지만 아이들이랑 같이 펑펑 울 정도는 아닌데....
나보다 더 동양적인 정이 넘쳐 흐르는 유태인 아줌마 브렌다-훼이.
그런 그 녀가 식구들과 함께 그 정을 못잊어 2년 후 여름 방학 때 여기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란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들이라는 걸 나는 안다.
여기서 다시 만난다면 얼마나 반가울까 벌써 설렌다.

그렇게 안드레아네 식구가 돌아가자마자 이번엔 에멀리가 전화하여 현진이랑 저녁을 함께 하고싶다고 물어왔다.
바로 며칠 전에 그 집에 가서 슬립 오버까지 했는데 그래도 아쉬운지 꼭 그랬으면 한단다.
안드레아네 집 너른 뒷뜰에서 하루 종일 눈썰매 탔다면서 피곤할텐데도 좋아라 펄쩍거리며 에멀리 손을 잡고 바깥으로 나가는 현진이.

밤 9시가 넘어서야 현진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에멀리네 식구들이랑 함께.
너무 늦게 데려다줘서 미안하다고 했다.
같이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단다.
석별의 정이라더니.....
이제 에멀리는 누구와 함께 학교 생활을 해야할지 걱정이라며 에멀리 엄마가 심각해했다.
현진이로 인해 에멀리가 많이 외로워질 것같았는데, 의외로 현진이가 뜻있는 한 마디를 내던졌다.
'에멀리는 훌륭한 친구이기 때문에 내가 없더라도 다른 좋은 친구들을 잘사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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