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컴로고초기화면으로 header_kyocom
교컴메뉴
교컴소개 이용안내 소셜교컴 나눔마당 배움마당 자료마당 교과마당 초등마당 특수마당 글로벌교컴 온라인프로젝트학습 교컴 UCC
회원 로그인
정보기억 정보기억에 체크할 경우 다음접속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나, 개인PC가 아닐 경우 타인이 로그인할 수 있습니다.
PC를 여러사람이 사용하는 공공장소에서는 체크하지 마세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 로그인하시면 별도의 로그인 절차없이 회원서비스를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교컴 키우기 자발적 후원


:::: 교컴가족 로그인(0)

  • 주간 검색어
  • 현재 검색어
  1. 사유 1
  2. 지도안
  3. 엑셀
기간 : 현재기준

교컴 포토갤러리

루루의 미국생활

만두를 빚으며

홍희숙 | 2003.01.19 12:42 | 조회 1091 | 공감 0 | 비공감 0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부터, 아이들은 처음 며칠을 제외하고는 늘상 집 안에 갇혀 지내고 있다.
학교가 아직 방학이니 달리 외출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어딘가에 내보내자니 마음이 선뜻 허락되질 않는다.
여기서 삼십 년 이상을 살던 나도 아직 한국의 복잡한 교통 상황에 겁을 먹는데, 아이들이야 물어 무엇 하리.

며칠 전, 슈퍼에 다녀오는 길에 하마터면 차에 치일 뻔한 적이 있다.
제대로 신호 지켜 길을 가도, 우회전하는 차량이 보행자를 마구 무시하고 차를 몰아대는 바람에 내가 펄쩍 뛰다시피 하여 겨우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내가 아직 적응이 덜된 탓이려니 여겼다.
원래, 보다 어려운 곳에서 쉬운 곳으로 적응하기는 쉬워도, 그 반대는 어려우니 ......
불과 바로 얼마 전까지도 충분히 잘 알고 잘 적응하며 살던 환경인데, 겨우 일이 년 만에 이렇게나 생소해지다니.....참.

누가 들으면 미국서 수십 년 살다온 사람 같다.
나만 이런가? 다른 사람들은 금방 쉽게 적응이 되었을까?
혼자 유난떠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국민 학교 시절, 방학 동안 서울에 한 며칠 다녀온 친구가 며칠 만에 '서울 사투리' 마구 써대는 걸 보고, 어린 마음에도 참 느끼하다고 여겼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내가 그 꼴이다.
귀국 후유증을 앓는 중인가?

방학은 길고, 할 일도 없다.
갈 데도 마땅히 없으니, 집에서 맨날 뒹굴뒹굴.
굳이 가려면야 여기저기 친척 집이며 친구 집이며 전전할 데야 많겠지만, 아이 셋 데리고 길 나선다는 게 어디 보통 일인가 말이다.
진작 운전이나 좀 익혀두었더라면, 이런 날 이렇게 무료하게는 보내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어딜 가나 운전이 평생 나의 발목을 잡는다.
이 참에 도로 연수나 받을까?

남는 시간을 이용해 아이들 공부를 좀 시켜볼까 해도 그 또한 쉽지 않다.
성진이는 다시 한글을 깨쳐야 하고, 현진이는 수학과 국어를 보충해야 하는데, 맨날 딴전 피우기 일쑤다.

성진이가 한국 나이로 여섯 살이 될 무렵, 간단한 한글은 제법 읽는 것 같더니, 미국 와서는 손을 놓아버려 완전히 한글을 잊어버리고 말아 새로 시작해야 한다.
영어를 배우면서 발음의 기본 원리를 좀 깨우친 다음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예전에 한 번 익힌 공부라서 그런지, 예상보다는 훨씬 진도가 잘 나가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영어든 한글이든 둘 다 소리(표음) 문자라는 공통점이 있어, 구성 요소의 기본 소리에 끼워 맞춰 소리 내는 원칙은 같으니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절약되는 듯하다.
아직은 영어가 한글보다 쉽지만, 곧 한글에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현진이는 요즘 날마다 수학책에 짓눌려 살고 있는데, 생각보다 미국의 수학이 한국과 많이 차이가 나지는 않은 것 같아 다행이었다.
4학년 수학에서 배우는 내용으로 분수,도형,소수,그래프 등이 있는데, 현진이가 미국서 이미 배운 것들이었다.
다만 용어가 달라서 그 걸 극복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수의 단위를 읽는 방법이 많이 달라, 그 걸 가장 어려워하는 중이다.
미국은 세 자리 수 단위로 점을 찍고 같은 방식으로 읽어나가는 데에 반해. 한국은 점은 세 자리 단위로 찍으면서 읽기는 네 자리 수 단위 즉 '만' 단위로 읽으니 많이 헷갈리는가보다.
난 한 번도 그런 생각 안 해보았는데....
그래도 생각보다 큰 차이가 안 난다는 것에 만족해야지.

방학인데도 동네 아이들은 매일 어딘가를 열심히 드나들고 있었다.
아마 학원일 것이다.
학원 차가 집 부근에 서면, 그 안에서 현진이 또래의 아이들이 수북이 줄지어 내리곤 한다.
남들은 날마다 저렇게 야단인데 그냥 집에서 마냥 놀려도 되나?

한국서 학교를 2년 정도 이미 다녀본 경험이 있는 현진이는 학교에 대해 그렇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왜 그렇게 한국 학교가 안 좋다고 생각하느냐는 나의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예전에 어떤 남자애가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기에 어느 날 마음먹고 선생님한테 이야기를 했더니(일러바쳤다고 표현해야겠지), 괴롭힌 남자애는 가만히 두고, 선생님한테 고자질(이 말도 기억 안나 'tell' 어쩌고 하면서....)한 자기 행동에 대해서만 실컷 혼났단다.
그러면서 성진이한테 미리 사전 교육 단단히 시키고 있었다.
'너, 한국에서는 절대 선생님한테 뭔가를 이야기 하면 안돼. 그러면 너만 혼나'라고.

이 이야기도 이번에 처음 들었다.
듣고 보니 좀 속상했다.
이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진작 좀 말하지.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랑 선생님이 싸울 것 같았고 그러면 선생님한테 더 혼날 것 같아 말 안했단다.
어이그...저 걸...
진작 알았으면 내가 선생님한테 상담이라도 신청해 보았을텐데...
엄마가 너무 무서운 건지, 아니면 아이가 너무 고지식한건지....
제발 이런 일이 이젠 없었으면 좋겠다.

미국에서는 그런 일을 교장이 혼자 다 떠안는다.
말하자면, 학교 내의 크고 작은 분쟁의 해결사는 바로 학교장인 것이다.
담임은 아이들의 그런 내막까지 깊숙이 끼어들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아주 사소한 일인 경우에는 담임이 아이를 특별한 의자(blue chair)에 앉게 하여 반성을 유도하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문제가 크다싶으면 담임은 바로 교장에게 인계해버린다.
문제성이 있는 아이들은 주로 교장실에서 하루를 같이 보내게 하거나, 더 심한 경우에는 얼마간 외부의 특별 교육 기관으로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현진이 반에 문제가 좀 심한 흑인 남자애가 있었는데, 주로 남의 점심을 빼앗거나, 욕을 하거나, 침을 뱉거나, 뒤에서 때리거나 밀거나, 훔치거나.... 하는 행동으로 문제가 된 아이였는데, 거의 대부분 교장과 하루 스케쥴이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로 출동한 경찰과 함께 어딘가로 가더니, 한참만에야 학교에 다시 얼굴을 나타내보였었는데, 들리는 말에 의하면, 외부의 무슨 특별 감호소 같은 곳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도 그 아이의 행동이 별로 더 나아졌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삐뚤어지긴 쉬워도 바로 세우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니.

어쨌거나 현진이가 한국 학교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안고 있어 걱정이다.
한국의 유치원 선생님들처럼 미국 선생님들은 모두 그렇게 친절하고 상냥한 데에 비해, 한국의 학교 선생님들은 아직 엄한 편이고 심지어는 매를 들기도 하니 무섭지 않은 게 이상하지.
나도 교사이지만, 진정 내 아이의 입장에 서서 아이들을 대해본 적이 별로 없다.
친절해지려고 노력은 한 편이지만, 항상 경계와 선을 분명히 긋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가고싶은 즐거운 학교가 되려면 선생님의 스타일이 늘 아이들을 즐겁게 해줄 능력이 있는 선생님이어야 하는데, 글쎄...나부터도 그 건 힘들게 느껴진다.
무조건 우리 아이들은 좋은 선생님 만나게 되는 행운을 안게 되길 바라는 수밖엔...

아이들이 하도 심심해하기에 낮에 아이들이랑 큰 맘 먹고 만두를 빚었다.
돼지고기 갈은 것, 다진 생강, 부추, 두부, 당면.
위의 주재료를 450원 짜리 해태 만두피에 싸서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잘 빚었다.
옆구리 터진 만두를 예상했었는데, 만두피가 좋았던지 그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만두는 으례히 사서 먹는 것이려니 했었는데, 오늘 집에서 마음먹고 만들어 보니, 맛도 그런대로 괜찮고, 재료도 안심이 되어 좋았고, 무엇보다도 크게 어려운 요리가 아니라는 자신감까지 생겨, 아주 만족스러웠다.
아이들은 자기가 방금 빚은 만두를 바로 시식할 수 있어 재미가 있었는지, 또 해먹자고 졸라댄다.
재료도 조금 남았는데, 어디 또 한 번 빚어봐?

---계속됩니다.---


좋아요! 싫어요!
twitter facebook me2day
120개(5/6페이지)
루루의 미국생활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40 안드레아 집에서.. (미국) 홍희숙 1067 2003.04.07 16:15
39 데이지 스카우트 미팅 (미국) 홍희숙 897 2003.04.07 16:13
38 봄나들이 홍희숙 698 2003.04.07 16:09
37 학교에서 느끼는 것들. 홍희숙 822 2003.03.22 00:26
36 소아과 진료 (미국) 홍희숙 1139 2003.03.04 00:20
35 story telling festival,valentine party 홍희숙 919 2003.03.04 00:19
34 스튜와 오트밀 쿠키 (미국) 홍희숙 1604 2003.03.01 00:12
33 수퍼 볼 결승전 (미국) 홍희숙 885 2003.03.01 00:02
32 탈렌트 엔 립싱크 쇼 (미국) 홍희숙 1162 2003.02.28 23:55
31 해외 이삿짐 회사 이용 후기 홍희숙 1679 2003.02.28 22:14
30 3월을 위한 준비 홍희숙 946 2003.02.26 01:41
29 from Dr.Pierce 홍희숙 839 2003.02.03 20:20
28 영어에 대하여 홍희숙 1408 2003.01.22 10:52
>> 만두를 빚으며 홍희숙 1092 2003.01.19 12:42
26 아직도 적응 안되는 것들 홍희숙 933 2003.01.10 01:47
25 비행기를 타고 홍희숙 1383 2003.01.08 18:27
24 미국에서의 마지막 주 홍희숙 1623 2003.01.03 00:07
23 The Letters from America 홍희숙 871 2003.01.01 10:14
22 Moving Sale 홍희숙 873 2002.12.31 15:46
21 Good-Bye Dinner 홍희숙 931 2002.12.20 1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