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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의 미국생활
소풍과 도시락
가을 소풍이라 하면 더 쉬울 일을, 꼭 저렇게 어렵게 말을 고쳐 만들어야 선진 교육이 되는 건지...원,참.
장소는 경주 세계문화엑스포현장.
격년으로 열리는 행사인데, 벌써 여길 두 번이나 왔다.
학생들을 인솔하여 이 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건, '학생들 아니면 이 행사는 확실히 마이너스 장사겠구나' 하는 것이다.
그 곳에 가보면 딱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학생 ,인솔 교사, 행사장 직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외국인은 거의 전무하고, 행사장의 대부분은 왁자지껄 소란스러운 학생들 무리들이 다 메우고 있다.
이들 주머니에서 나오는 쌈지돈이 이 행사의 주된 숙주가 되는 셈이다.
유치원 꼬마들부터 시작하여 초,중,고등학생들까지 삼삼오오 무리 지어, 전시회나 공연, 놀이기구를 즐기고, 즐비하게 늘어선 식당을 기웃거리는 것이 이 행사의 전부인 것이다.
매번 갈 때마다 '다시는 이런 곳엘 오면 안되겠구나' 하면서도 학교의 시책에 밀려 그냥 어쩔 수 없이 같이 떠밀려온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버스 대절료와 단체 입장료를 포함하여 학생 1인당 15,000원씩 내고 여길 왔는데, 글쎄 제대로 즐기고 느끼고 돌아간 학생이 얼마나 될까?
내가 엄마라면 화가 좀 날텐데 아무도 그런 것에 대해선 일체 말이 없다.
소풍 장소 선정이나 그에 대한 여러 가지 권한이 학부모에게도 많이 있는데....학교운영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괜히 나서서 눈총 받느니 그냥 지켜보고 있는 게 2등은 한다 싶은 심리 때문인지, 아무도 이런 행사에 대해선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긴 나도 내 아이들의 학교 행사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은 적 없으니.
하지만 학생들이 배울만한 좀더 좋은 곳으로 소풍 장소를 선정할 수 있도록 학부모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고 관심을 보인다면 학교에서도 이렇게 대충 손쉽게 장소를 정하는 일은 없을텐데....
새벽밥 지어먹고 7시에 전세 버스에 올라 한 시간 반 가량 달려 도착한 엑스포 현장.
인원 점검하고 줄지어 행사장으로 입장하여 예약된 영상 자료관을 들어가 '천마의 꿈'이라는 입체 영화를 한 편 관람하였는데, 신라의 화랑인 기파랑, 만파식적 그리고 불교를 주요 소재로 그럴 듯하게 꾸민 영상이었는데, 글쎄 입장료가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 탓일까?
나머지 공연이나 전시관들도 다 내겐 식상하게 보여졌다. 괜찮은 영화 한 편 골라보는 게 백 배 낫지 않았을까 싶은 마음이 자꾸 들었다.
이런 식으로 행사에 동원되는 학생들의 가을 소풍이 다신 없었으면 좋겠다.
두 번 째 이야기는, 지난 번 봄 소풍이나 이번 가을 소풍을 겪으면서 가장 마음 속 깊이 느낀 아쉬움인데, 바로 선생님의 도시락 이야기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도시락에 대한 의견이 이미 너무 양극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 것 아니면 저 것이라는 식으로 결론은 나 있는 줄 알고 있다.
올해 두 차례의 소풍을 겪으면서 우리 반에 들어온 도시락의 갯수는, 반장 엄마가 봄 가을 두 번에 걸쳐 싸보낸 두 개가 전부다.
학교 선생님이 무엇이 부족해서 학생들한테 치사하게 도시락이나 기대하느냐고 이야기하는 젊은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교육적 측면에서 봤을 때 더 큰 부분을 놓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는 학생들에게 윗사람에 대한 섬김의 예를 몸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주 훌륭한 가르침의 하나가 아닌가 한다.
너무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평등의 도만을 배우도록 가르치는 게 아닌가 한다.
누구든 내 아이가 윗사람을 섬기고 아랫사람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으로 커가길 바랄 것이다.
그러자면 먼저 부모가 몸소 생활 속에서 실천해야 그 것이 바로 제대로 살아있는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한다.
나는 내 아이들이 소풍을 가거나 운동회를 하면 거의 예외 없이 선생님 도시락은 꼭 준비해 아이 편에 보내 드렸다.
현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부터 시작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꼭 그렇게 해왔다.
( 분위기가 우리와는 많이 다른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물론 현진이가 반장이거나 내가 학급 임원인 것도 전혀 아니었지만, 적어도 내 아이의 인생에 커다란 부분으로 들어와 있는 선생님인데, 다른 날은 몰라도 이 날 하루만큼은 있는 정성을 최대로 모아 성의껏 점심을 준비해 보내곤 했다.
내 아이 김밥 싸는 김에 조금 더 양을 늘려 잡아 싸드리는 것이니 그리 크게 부담 갈 것도 없고, 선생님으로부터 감사 인사 받아 좋고, 내 마음 편해져서 좋고, 아무튼 좋은 점 투성이인데 왜들 그렇게 부담스러워 하고 말도 많은지 모르겠다.
너무 잘 싸려고 하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그런가?
김밥과 과일과 밤, 땅콩 조금 삶고 음료수 적당한 것 한 개 넣어 보내는 사소한 정성인데,왜 거기에 대해 학부모들이 말이 많아야 하는 건지...
물론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못 보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정도 이해 못하시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그 분은 기본 자질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 말하고싶다.
대부분의 선생님은 충분히 그 아이의 가정 형편에 대해 이해를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또한 쉬운 대로 선생님께 정성만 다하면 되는 것이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저절로 배워갈 것이다.
솔직히 학교 선생님이 도시락을 수십 개를 학생으로부터 받아 그 걸 두고두고 혼자서 먹을 것도 아니고, 엄마들 음식 솜씨 경연 대회 할 것도 아니지만, 껄끄러운 촌지 봉투 받는 그 이상한 기분에 비하면 얼마나 개운하고 산뜻한가!
교사의 입장에서도 그러하고, 엄마의 입장에서도 그러하고 평소 찜찜한 촌지 봉투 선생님께 건네지 말고 이런 특별한 날, 즐거운 마음으로 선생님께 김밥 도시락 하나쯤 더 싸는 정성을 보이는 게 어떨까 싶어 이번 가을 소풍에 남는 아쉬움을 적어 보낸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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