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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의 미국생활

다시 맞는 Halloween

홍희숙 | 2002.11.18 02:35 | 조회 1136 | 공감 0 | 비공감 0
2002년 11월 04일


작년 할로윈부터 이 칼럼을 쓰기 시작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나 친지들에게 우리 사는 모습을 이야기해줄 목적으로 시작했다.
미국 생활을 접해보지않은 나의 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할로윈도 두 번째다.
할로윈 원래의 의미나 기원을 떠나 상업성의 극을 달린다는 기분이 많이 든다.
곧 있을 쌩스기빙,크리스마스,발렌타인.....모두가 장삿꾼들의 농간에 놀아나고있다는 느낌이다.
다른 축제들보다 특히 우리 정서와 맞지않는 것이 바로 이 할로윈인 것같다.
귀신들의 축제일이라니.

'잊혀진 계절' 시월의 마지막 날이 바로 할로윈인데,이 날이 있기 얼마 전부터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할로윈과 관련된 많은 공부를 한다.
고학년이야 그렇지않지만 주로 킨더나 일학년은 아직 그렇다.
Halloween, trick-or-treat,Jack-o-lantern,Pumpkin,Costume,Witch,Skeleton.....
이런 단어들을 학교에서 배우고 그림도 그려오곤 한다.

성진이는 작년 할로윈을 겪으면서 단어량이 많이 늘어난 것같다.
생활과 직접 관련된 단어들이어서 그랬고, 입학한 지 만 두 달이 넘어가던 시점이어서 단어량이나 듣기, 말하기에 조금 가속이 붙기 시작한 때라서 그런 것같다.
아이들의 언어 적응력이 어른의 그 것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빠르다는 걸 확실히 느끼며 산다.
한국 가면 또 그 만큼 빨리 잊어버릴 것이다.
다시 한국어에 적응해야 할테니까.

어른과 아이의 언어 그릇이 다르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언어 그릇은 가득히 담겨져 넘쳐야만 들리고 말할 수 있는 법인데,어른의 그릇은 아이들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그 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대신 한 번 담겨진 것은 아이들 것보다 용량이 크기 때문에 더 서서히 잊혀진다는 것.
아이들은 쉽게 익히고 쉽게 잊어버리는 데에 반해,어른들은 천천히 익히고 천천히 잊어버린다는 이론이다.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한국 가면 성진이가 가장 먼저 영어를 잊어버릴 것같다.
문자를 익히면서 함께 익힌 언어는 상실 속도가 훨씬 느리다는 말도 들었다.
현진이나 성진이 둘다 문자로 익히긴 했지만 성진이의 문자를 문자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좀 뭣한 단계라서....
어렵게 고생하며 익힌 영어인데 좀 오래 기억했다가 나중에 커서 진짜로 써먹어야할 때 그 때가서 좀 진가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늦은 나이에 영어 공부하며 고생하는 남편을 보면서 느낀 게 많다.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법이라고.
단풍 들 무렵에 씨앗을 뿌리는 어리석음은 더이상 없었으면 싶은 마음에서 하는 소리다.
이제 어쨌거나 아이들의 영어는 더이상 별욕심 없다.
둘다 이제껏 고생한 만큼 실컷 즐기다 돌아갔으면 좋겠다.

할로윈 퍼레이드를 위해 카스튬이 필요했기 때문에 두어 주 전부터 은근히 신경 쓰였었는데,성진이는 작년에 현진이가 입은 빅토리안 벰파이어옷을 적당히 줄여서 입기로 했고,현진이는 에멀리와 함께 락스타의 복장으로 꾸미기로 약속했다고 하니 특별히 더 사야할 게 없어 다행스러웠다.
현진이와 에멀리는 똑같은 주황색 티셔츠를 가진 게 있는데 그 걸 트윈처럼 입기로 했고 바지는 진으로 맞춰 입기로 했다는 것이다.
소품이 하나 필요했는데 가짜 헤드셋,그 것도 이미 에멀리가 두 개를 미리 사두었다 했다.
1개에 3불이라기에 현진이 편에 그 값을 지불하게 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간단히 준비가 끝났다.

성진이 반 파티에 발런티어 하기로 예약을 해두어서 조금 이르다고 생각되는 시간에 학교에 도착했는데,벌써 교실엔 엄마들로 부산스러웠다.
아이들 카스튬 갈아입히는 걸 조금 도와주고 현진이 교실로 달려갔다.
화장실 가서 얼굴과 머리에 반짝이 풀같은 걸 바르고 오느라 준비가 늦어진 듯했다.
에멀리는 꽃분홍색 가발까지 갖춰 준비하고 있었다.
에린과 멀린,다른 두 아이들도 같이 락스타 분장하기로 해서 모두 4명이 비슷한 씨리즈로 옷을 입고 있었다.

Great Pumpkin Parade 시간이 다되어 가기에 얼른 바깥으로 나갔다.
올해는 3개 문으로 나누어져 아이들이 바깥으로 나오고 있었다.
현진이 반이 먼저 나오고 있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나란히 세워 사진 좀 찍어주고,다른 옆문으로 나오는 성진이한테 달려가서 또 사진 찍어주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작년처럼 엄마,아빠,할머니,할아버지,이웃 아줌마,아저씨....총출동해서 퍼레이드하는 아이들을 격려해주고 웃어주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인 미세스 뒤팡은 작년과 똑같이 얼굴이 크고 축 늘어진 볼을 가진 이상한 마스크를 쓰고 허름한 체육복을 한 벌 입은 사람 분장이었는데 누구를 모방한 모습인지는 모르겠다.현진이한테 물으니 어디에 나오는 누구라고 이야기하던데,전혀 모르는 인물이어서....
현진이 선생님인 미스 헤그니는 옆 반 교실 총각 선생님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었고(머리에 무쓰를 발라 옆으로 잘 빗어넘긴 모습), 성진이 선생님은 콧수염에 바바리 코트 입고 중절모 쓴 책상 청소맨이었는데,아마도 무슨 유명한 만화에 나오는 사람같았는데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카스튬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아이들 만화의 등장 인물 정도는 훤히 꿰어차야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았다.
내가 아는 주인공은 겨우 디즈니 만화 몇 밖에 없었으니....
아이들이 입고 나온 카스튬의 절반 정도나 알았을까?
아예 공주,귀신,마녀,카우보이,....이런 정도야 그 모습 만으로도 알아맞힐 수 있지만, 출처나 근거를 전혀 알지못할 이상스런 복장의 아이들은 굳이 설명을 해주지않으면 알 길이 없었다.
모르는 것도 한두 개라야 묻지,대부분 모르는 것 투성이인데 ...아예 안묻고 말지.

교실 바깥으로 나온 아이들은, 학교 주변 동네를 한 블럭 정도 돌고나서는 바로 각 교실로 들어갔다.
성진이 교실로 가서 파티 진행을 도와줄 시간이었다.
학교에 자주 가다보니 아이들과 이미 낯익고 이름도 다알고있어서 별로 두려울 건 없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서너 개의 테이블로 파트를 나눈후, 각 테이블마다 다른 종류의 만들기 재료가 준비되어 있어서, 적당히 아이들을 돌려주면서 모두 다 참여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 파티의 전부였다.

하얀 도화지를 둥굴려 말아 새까만 눈알과 입을 붙인 후,하얀 꼬리같은 걸 길게 날리게 붙여만든 종이 귀신 테이블.
쵸코렛이나 캔디같은 각종 과자 재료를 쿠키 위에 장식해서 먹는 쿠킹 테이블.
작은 호박의 손잡이 부분을 도려내고, 스푼으로 씨앗을 발라낸 다음, 그 속에 흰 양초를 꽂게한 호박 양초 테이블.

2시부터 시작된 할로윈 행사가 3시를 넘어서니 완전히 끝이 났다.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에 있을 trick-or-treat을 위해 아이들을 미리 이른 저녁밥 먹이고 옷도 따스하게 입혔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내내 궂은 가을 날씨의 연속이다.
그래도 예상보다는 저녁 기온이 그리 낮지않았고,바람도 없어 정말 다행스러웠다.

레즐리가 작년처럼 자기 동네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저녁 6시 무렵에 그 집으로 들어갔다.
이미 마틸 가족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틸 아빠를 처음 만났다.
키가 아마 190 정도는 되지않을까?
훤칠한 키에 약간 마른 듯한 잘생긴 프랑스 남자였다.
그러고보니 마틸이 아빠를 많이 닮아있었다.

에멀리는 자기 사촌들과 그 동네를 먼저 간단히 돈 다음에 오느라 조금 늦었다.
약속한 아이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모이다보니 모두 딸들만 있었다.
우리 집 딸 셋,마틸네 딸 셋,샬럿네 딸 둘.그리고 에멀리.
이런 만남도 쉽지는 않으리라.

성진이와 샬럿을 필두로 본격적인 트릭 오어 트릿을 시작했다.
손에는 각각 큼직한 캔디 박스 하나씩.
할로윈 장식을 해둔 집 앞에서 벨을 누르면서 trick-or-treat을 외치면 주인이 문을 열고 나와서 죠크를 한 마디 하라고 요구한다.
죠크를 들은 후 주인은 미리 준비해둔 캔디를 아이들 통에 조금씩 나누어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감사의 인삿말로 'Happy Halloween!'을 외치면서 다음 집으로 넘어간다.

성진이와 샬럿이 너무 빨리 행동을 했기 때문에 뒤따르던 아이들은 늘 허덕대곤 했다.
아무리 내가 따라다니면서 자제시켜도 마음이 바빠 곧옆집으로 달려가 또 벨을 누른다.
저리 바쁠까....
어떤 집은 벨을 누르니 멋진 할로윈 분장을 한 차림으로 나와서 아이들을 맞아주었는데,가장 인상적인 복장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악마 분장이었다.
밤에 보니 진짜 좀 소름끼쳤다.
한국인 집도 두 집이나 있었다.
주택에 사는 사람이니 아마도 유학생은 아닌 것같았다.
다들 부지런히 열심히 잘사는 모습이어서 보기좋았다.

동네를 한 바퀴 도는 데에 걸린 시간은 약 1시간.
캔디 박스도 꽉찼고 날씨도 춥고해서 다시 샬럿 집으로 잠시 들어가 몸을 녹인 후, 집으로 돌아왔다.
아직 7시 반 정도 밖에 안된 시간이어서 아이들이 좀 아쉬워했다.
동네를 간단히 한 바퀴 돌아볼 생각으로 차를 몰았더니, 목에 야광 목걸이를 한 에마가 엄마랑 같이 길을 가고있는 모습이 보여 인사를 했다.

에마 엄마는 이번 일요일에 현진이한테 연극 같이 보러갈 생각 있느냐고 물어왔다.
당근,있지요.
지난 번에도 비싼 연극을 우리 아이 둘한테 모두 보여주어 너무 고맙고도 미안스러웠는데 이번에 또....
지난 번에 간 곳은 The Fox Theater라는 극장인데, 입장료가 보통 백불 이상하는 곳이란다.
이번에 보게될 것도 연극이란다.
영화도 아니고 그 비싼 연극을 또 보여주려 하다니....
이번엔 또 무엇으로 베품을 갚나.....

야광 띠를 어디서 샀나싶어 물어보니,저쪽 누구네 집에서 그냥 나누어주는 것이라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는데...누구더라?
길을 물어 찾아가니, 성진이네 옆반 남자 아이네 집이었다.
그 집은 유태인인데?
유태인도 할로윈 하나?
오래 전부터 그 집은 이 동네에서 할로윈을 가장 거창하게 준비하는 사람들이라했다.
집의 한 쪽 구석에는 핫도그를 대접하느라 바베큐 시설이 한 마당을 차지하고 있었고, 출입문 옆에는 하얀 연기가 계속 뿜어나오는 중이었는데 아마도 드라이아이스같았다.
샘스에서 저 걸 팔고있는 게 보였는데,'저런 걸 누가 사가나?'했었는데 바로 그런 집에서 사가고 있었나보다.
정원 구석구석엔 무서운 내용의 문구가 적힌 묘지판같은 게 꽂혀져 있었고, 집 앞 벽과 나무는 하얀 거미줄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그 집으로 우리 아이들이 뛰어들어가니 그 엄마가 나를 아는 체해왔다.
그래서 나도 간단한 죠크 한 마디 해주었다.
'너희 집 정말 무섭네'라고...
커다란 박스에서 플라스틱 줄을 꺼내어 둥굴게 말아서 꽂으니 저절로 야광이 빛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할로윈 물품같았다.
유태인들 중에서도 별나게 잘사는 유태인이라더니,역시 베푸는 게 남다르구만.
유태인치고 구두쇠같지는 않구만.
조그만 안전띠 하나 공짜로 얻었다고 온갖 칭찬 다나오네.

혹시나 우리 집에 누가 캔디 얻으러올까싶어 사탕도 조금 준비해두었는데, 올해는 아무도 오지않아 좀 서운했다.
저 쌓인 사탕을 어떻게 다 처분하지?
저걸 다 먹였다가는 치과에 단골 예약해야할 판이고.
한두 개만 먹어도 나는 질려버렸는데,아이들은 여전히사탕을 즐긴다.
나도 예전에 저랬을까?

정진이는 막대 사탕을 한 개 쥐고 온 집을 휘저어가며 먹어놔서,만지는 곳마다 끈적거림 투성이다.
얼른 저걸 숨겨놔야겠다.
안보이면 덜먹겠지.
성진이는 자기 캔디 수를 모두 세어두었다 한다.
하루에 한 개만 먹으면 안되는지 내게 묻는다.
하루에 한 개씩 이 뽑자고 응수해줬더니 더 이상 요구는 없었다.

현진이는 이젠 좀 시시해진 느낌이다.
캔디에도 별관심없고.
저렇게 아이들이 커나가나보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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