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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의 미국생활

추석

홍희숙 | 2003.09.17 10:51 | 조회 2004 | 공감 0 | 비공감 0

추석이다.
누런 황금 들판에는 벼도 잘 익어가고 밤도 익어가고 사과도 잘 익어가고...라고 말해야 하겠지만, 올해는 그렇지않아 많이 서운했다.
오죽하면 정부에서 추석을 아예 한 달 정도 뒤로 미루도록 조치하는 임시 공휴일 조례같은 안을 내놓으면 좋지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떠올렸을까...
유달리 비도 많고 태풍까지 겹친 최악의 명절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추석은 추석.

아이들 셋을 데리고 추석 전날 저녁 시간에 대구역에서 영등포가는 기차에 올라, 예약한 우리 자리 네 개를 찾아 서로 마주 보게 의자를 돌려 자리를 배치한 다음 짐을 올려두고 엉덩이를 붙이니, 드디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이제 이렇게 두 시간만 가면 남편과 바톤 터치!
남편은 대전에서 올라타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지난 번처럼 또 양보 안한다고 소리 지르는 아줌마 부대 있을까 주위를 경계하며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다행히 그런 사람은 없어 편한 마음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갈 수 있었다.

왜관을 지나 구미,김천,영동,옥천 그리고 대전역.
목을 쭈욱 빼어 밖을 내다보니, 말쑥한 양복 차림의 익히 낯익은 아저씨가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남편.
아이들이 좋아라 소릴 질러댔다.
옆 자리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의아해 했고.

남편과 함께 가니 그 다음 두 시간은 훨씬 짧게 느껴졌다.
나 혼자서 아이들 셋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잠도 잘 못이루었는데,남편이 있으니 내 마음대로 쉴 수 있어 참 좋았다.
남들한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 부부에게만은 그런 점이 늘 살갑게 느껴진다.
떨어져 지내는 부부만이 느끼는 허전함과 아쉬움 그리고 그리움.
남편이 옮기든 내가 옮기든 조만간 같이 모여 살아야 할텐데, 그래야 아이들도 정서적으로 더 안정될 것인데....

11시가 훨씬 넘은 늦은 시간에 도착하여 마중 나오신 손위 시숙의 차를 타고 큰댁으로 들어가니 시간은 이미 자정이 지나 있었다.
맏동서인 형님이 막내 동서와 함께 이미 음식들을 완전히 준비해놓으신 상태였고, 죄송스러운 마음에 엉덩이 붙이는 것도 마음에 걸려야 했다.
여섯 시간 이상 차에 시달리며 실컷 고생고생하며 올라와서 죄인 마냥 눈치 보며 지내야하는 내 신세가 참 불쌍해 보였다.
직장 다닌다는 핑게로 일부러 늦게 올라온 것도 아닌데,사실 아이들 셋 데리고 그 먼 곳을 올라간 것만도 나로서는 엄청난 고행에 해당되는 일인데 명절 음식 함께 못 거들었다는 그 이유 때문에, 아주 사소한 일거리 하나에라도 나는 민감해하며 얼른얼른 몸을 움직였다.
그래야만 그 동안 못한 일 보상이라도 될까싶어.
사실 휴직해 있는 지난 몇 년 동안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함께 음식 장만했었는데...
직장 다니는 '남의 집 며느리'의 고충을 누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명절날 아침,준비된 음식으로 차례 지내고 음복하고 설거지 하고 커피 한 잔 마시니 벌써 내려가야할 시간.
기차 시간은 넉넉했지만 혹 길이 막힐까싶어 좀 이른 시간에 큰댁에서 나와 버스를 탔다.
추석날 오후에는 다들 처가,외가,친정을 가는 사람들로 길이 많이 막히는 법이니.

엄청난 규모의 태풍이 올라오는 중이니 친정에 들리지 말라는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집으로 내려오니 시간은 벌써 새벽 2시.
피곤에 지친 아이들을 대충 씻겨 자리에 눕히고, 가져온 짐 대강 치워넣고 잠자리에 들자니 창 밖은 이미 태풍 매미의 세상이었다.
바람과 비가 가로수를 뽑을 듯 거세게 휘몰아쳐대고 있었지만, 아파트 14층까지는 그 위력이 전해지지 않아 편안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태풍이 온 세상을 물바다와 폐허로 만들어놓았다는 사실은 그 다음 날 언론을 통해 겨우 알 수 있었다. 우리 동네는 나뭇가지 하나 부러진 걸 본 적 없었으니.
같은 대구라 하더라도 동부 지역이 많은 피해를 입은 듯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대구의 남서부에 해당되니, 거의 태풍이 비껴 지나갔나 보다.

이제 본격적인 개학이 시작되었다.
지난 번 개학은 전초전이었고.
이제 당분간 긴 연휴는 없고 중간고사며, 시학력고사등 바쁘고 빠듯한 일정에 묶여 정신없는 시간을 다시 보내야할 것같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은 더 없이 맑고 청량하다.
이제 하늘은 훨씬 더 높아졌다.
바야흐로 가을인가 보다.
문득, 국화 향기 그윽하던 가을 날 이른 아침의 내 여고 시절 교문 풍경이 그리워진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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