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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의 미국생활

남부 4개주 여행:오클라호마주,텍사스주,아칸소주,테네시주

홍희숙 | 2003.10.29 23:19 | 조회 3849 | 공감 0 | 비공감 0

지난 주말 동안 남부 4개주를 간단히 여행하고 돌아왔다.
금요일이 남편 학교의 가을 방학이고, 또한 아이들의 No School Day였기 때문에 사흘이라는 황금 연휴를 그냥 흘려버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갑자기 계획하고 준비하여 떠난 여행이었다.
가는 길이 멀어 혹시 늦어지게될지도 몰라 목요일 오후, 아이들 선생님들을 찾아가 '장거리 여행을 하기 때문에 다음 주 월요일에 우리 아이들이 늦어지거나 어쩌면 못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돌아서서 바로 목적지로 출발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남부 지방.
우리 집-->오클라호마주-->텍사스주-->루이지애나주-->미시시피주-->테네시주-->우리 집.
계획은 이러했으나 갑자기 많이 축소 변경되어, 루이지애나주와 미시시피주는 둘러보지 못했다.
이유는,남부 지방의 홍수 때문이었다.
미리 여행지의 기상을 대략 알아보았으나 흐리고 가끔 천둥 번개 정도로만 예보되어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안한 상태에서 떠났으나, 막상 가서보니 폭우가 연이어 쏟아지고있어 하는 수 없이 일정을 조정하게된 것이다.

천재지변이요,불가항력.
자연을 거슬러가면서까지 기어이 여행을 해야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해서 , 달라스에서 바로 마음을 정리하고 핸들을 북쪽으로 휘이익 꺾어버렸다.
센루이스의 가을 하늘은 한국처럼 맑기만 한데,이 가을에 무슨 장맛비가......

다시 생각해도 우리의 결정은 잘한 것이라 여겨진다.
사방이 끝간 데 없는 넓다란 지평선 천지인 텍사스주,이 곳에 비가 내려 소하천들이 곳곳에 범람을 하여 거의 고속 도로변까지 물이 차올라오고 있었고 저지대는 이미 물바다였다.
모두가 평평하기만 한 이 광활한 대자연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서둘러 도망 나가는 것 뿐.
어딘 들 물 피할 만한 안전한 곳이 안보였다.
산이 없으니 이렇게 속수무책일 수도 있구나싶었다.
미국서 만나는 자연 현상들은 한국서 만나게되는 것들에 비해 훨씬 더 무섭게 느껴진다.
규모가 더 크니 체감 지수도 훨씬 더 높을 수 밖에.

목요일 오후,지난 번 오작 호수를 가면서 이용한 44번 고속 도로를 타고 남서 방향으로 계속 내려갔다.
스프링필드를 지나니 벌써 어둠살이 짙어졌고, 요플린까지 가서 자야겠다던 우리의 계획은 마운트 버농을 지나면서 완전히 포기해야했다.
어둠 속에서의 운전은 위험 지수가 훨씬 크므로.
그 근처의 깨끗한 inn을 찾아 목요일의 첫날 밤을 그냥 그렇게 보내버렸다.
그 숙소의 텔레비젼에 디즈니 채널이 안나와서 아이들의 실망이 엄청 컸다.
여행 하면서 가지는 가장 큰 기쁨이 바로 텔레비젼 마음대로 보는 것인데....
하는 수 없이 일찍 자야지.....

금요일.
서둘러 아침밥을 해먹고 짐을 거두어 차에 실고 출발했다.
요플린을 지나니 오클라호마주가 나왔다.
내게 이 주의 이름이 생소하지않은 건, 몇 년 전에 있은 오클라호마주정부 청사 폭발 사건 때문이리라.

오클라호마주의 수도는 오클라호마시티이다.
멕시코의 수도는 멕시코시티이듯이...
툴사를 지나 조금 더가서 만나게된 오클라호마시티.

간간이 보이기 시작한 유정(oil wells)들이,'우리가 이미 다른 주에 와있구나'하는 이질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캘리포니아의 남쪽에도 저런 작은 소규모의 유정들이 마치 한국의 관정 시설들처럼 곳곳에 산재해 있더니....
여기에도 그런 유정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참 부러웠다.
'산유국'이라는 증거니까.
우리 나라는 언제 한 번 저런 것 설치해보나....

오클라호마주 의사당을 들렀다.
남북 관통 대로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규모로 세워져 있었다.
어딜 가나 미국의 국회 건물들은 똑같은 것같다.
국회 뿐만 아니라 주요 관공서 건물들은 거의 비슷해보인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건물들처럼 하얀 대리석 건물로,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의 길다란 기둥들을 수두룩하게 세워두고, 천장도 높다랗게 만들고, 건물 한가운데는 비워두고 양옆으로는 둥근 계단을 설치해둔.....
지은 죄 별로 없어도 괜히 몸이 움츠려지게끔 만든다.

저만치 남쪽에 하얀 주정부 청사가 보였지만 바람도 심했고 화장실도 급하고해서 주차장 가까이 가장 큰 건물로 들어갔더니 마침 그 것은 교육관이었다.
오클라호마주를 빛낸 인물들이며 가볼 만한 곳 등등의 안내서가 많이 있었다.
게시판에는 게라지 세일을 한다는 정보도 붙어있었는데, 마침 거기서 그리 멀지않은 곳인 듯하여 가는 길에 잠시 들러보기로 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여러 세대가 함께 여는 세일이니 책이 좀 있을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별로 많지않았다.
시간만 낭비한 셈이었다.
지체한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더열심히 차를 몰았다.

가까이에 카우보이 박물관도 있었다.
죤 웨인의 소품들이나 사진들도 많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그냥 떠나야 했다.
남쪽에 있는 인디언 마을을 들러보기 위해서.

오클라호마 시티의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Anadarko.거기가 바로 인디언 민속촌이 있는 곳이었다.
작년에 현진이는 나바호 인디언에 대해 많이 배워서 그런지 나바호의 민속촌을 몹시 가보고싶어했다.
나바호 뿐만 아니라 7개 정도의 부족 마을이 따로 전시되어 있다고 해서 부푼 마음으로 길을 달렸다.

오클라호마주는 곳곳에 도로 통행료가 따라붙었다.
턴파이크라는 이름이 붙은 도로는 모두 그랬다.
도로를 하나씩 지날 때마다 $3.50 의 돈을 내야했다.
끼니 사먹는 것도 아까워 하루 세 끼를 밥으로 준비해가는 우리같은 가난한 나그네들한테는 그 돈도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안낼 수도 없고.

가로세로 격자형의 기본 도로는 관공서에서 만들고 관리해서 공짜이겠지만(물론 세금으로 내지만.) 턴파이크라는 이름의 도로들은 주로 가로질러가는 사선같은 도로들이 대부분이어서 아마 민자 유치 도로같았다.
기본 골격만 정부에서 만들고, 나머지의 편이를 위한 도로는 투자한 회사에서 회수해가라는,그런 뜻인 것같았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동부 지역의 대부분 길이 턴파이크라는 이름의 유료 도로들이었다.
거기 사람들은 비싸서 어떻게 사는 지 모르겠다.

이 주변의 대부분 지명들이 인디언 말이었다.
아마도 인디언들이 그 전에 많이 살았던 곳같았다.
넓은 대륙을 가로질러 한참을 달리니 드디어 아나다르코에 오심을 환영하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갈 길은 멀고 바쁜데 일기마저 춥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하고 바람도 차갑게 불어대어,여행하는 사람의 기분을 있는대로 쳐지게 해주었다.
하지만 그 게 대수랴.얼른 구경해야지.

인디언 마을 박물관 뜰에서 점심을 먹을 계획이었지만, 계획은 계획에서 끝날 뿐이었다.
추운 날씨에 인적도 드물고 빗줄기까지 점차 굵어지기 시작하니, 바깥에서 먹겠다던 우리 생각은 완전히 꿈에 지나지않을 뿐이었다.
차 안에서 온 식구가 쪼그리고 모여앉아 먹는 밥이었지만, 맛은 최고였다.역시 시장만한 반찬은 아무 데에도 없었다.

점심을 먹고나서 남편이 차 안에서 정진이랑 잠시 쉬는 동안, 현진이,성진이만 데리고 박물관을 들어갔다.
이 작은 박물관에 입장료까지 있었다.
어른 3불,어린이 1불.
성진이를 5살 미만으로 잠시 만들고(?) 현진이한테 1불을 손에 쥐여 안으로 들여보냈다.
매표소 직원이 나를 보더니 안으로 잠시 들어와서 기다려도 된단다.
못이기는 척하며 안으로 들어와 선물용품 매장을 구경했다.
자잘한 구슬이나 가죽 공예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아이들이 나왔다.
현진이 말을 빌면,별로 볼 만한 게 없었다고 한다.
인디언 자료가 원래 그렇지뭐,원래 역사는 이긴 자의 것이지 진 자에게는 겨우 아량이나 베푸는 법이거든.

인디언 마을로 들러볼까 하다가 바로 빠져나왔다.
이제껏 가본 인디언 마을치고, 괜찮았던 구경거리는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시간 낭비 하지말고 바로 텍사스로 들어가자고.

점점 빗줄기가 거세어졌다.
여행 내내 이러면 어쩌나 걱정되었다.
44번에서 35번 인터 스테이트 고속 도로로 바꿔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토양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오클라호마주와 텍사스주의 경계가 되는 Red River 에 다다르니 황톳빛 씨뻘건 물이 도도한 흐름을 장식하고 있었다.
한국의 황톳물보다 훨씬 강한 색이었다.
그래서 붉은강인가보다.

텍사스주에 입성했다.
부시 대통령의 전직이 이 곳의 주지사였다지?
텍사스는 미국에서 가장 큰 주라고 한다.
경제적 여유도 많은 주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속 도로 출입구가 수시로 들락날락거릴 수 있도록 많이 설치되어 있었고, 이면 도로인 서비스 도로가 고속 도로 양 옆으로 함께 설치되어 있었다.
역시 땅 넓고 돈 많으니 서비스가 다르군.

35번 도로를 타고 조금 내려오니 길이 양쪽으로 갈라지고 있었다.
동쪽에는 달라스,서쪽에는 포트 워스.
우리는 물론 당연히 동쪽으로 찍었다.
포트 워스에 세계적인 항공기 제조 회사인 록히드 마틴이 위치해 있어서 구경한 번 해보려 했었는데, 날도 어둡고 비도 쏟아지고 해서 그냥 달라스의 SMU만 찾고 지나가기로 했다.

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는 달라스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명문 대학이었지만 주택가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학교였다.
이슬비 내리는 밤의 캠퍼스는 우리가 구경하기엔 좀 버거웠다.
더 이상 돌아다닌다는 게 별로 의미없는 일일 것같아 그냥 일찍 철수해버렸다.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밤의 다운타운 달라스는 너무 멋졌다.
도시 규모도 상상 외로 엄청나게 컸다.
상업 도시같았다.
파이낸셜 디스트릭트같아보이는 고층 건물군들은 야경을 위해서 모두 불을 켜둔 것같았다.
구름에 가려 그 끝이 보이지않는 높은 건물들도 있었고, 둥근 공모양의 꽃송이가 피어있는 건물,다이아몬드 모양의 장식이 있는 건물....

원래 죤 에프 케네디가 암살된 메모리얼 지역과 식스 플로어를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여러모로 우리 사정과 맞지않아 포기해버리고 숙소를 찾아 남으로 내려갔다.
이번 여행엔 포기한 일정이 한두 개가 아니다.

빗줄기가 점점 억세어지고 하필이면 고속 도로까지 공사 구간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더 무리했다간 위험하겠다싶어 얼른 고속 도로에서 내려 숙소를 찾아보았다.
Red Oak의 커포트 인에서 여정을 풀고 늦은 저녁을 먹고 쉬었다.

토요일.
아침에 눈을 뜨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날씨였는데 야속하게도 어제의 그 비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남편과 의논하여 여행 계획을 중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오스틴 대학도 가보고 샌 안토니오도 들리고 휴스턴과 뉴 올리안즈를 거쳐 돌아올 계획이었지만 이 빗속을 뚫고 여행을 계속할 엄두가 나지않았다.

방향을 다시 돌려 어제의 달라스를 지나 30번 도로를 타고 북동쪽으로 올라왔다.
가는 곳곳이 물난리였다.
큰 강이 흐르는 지역은 덜했지만 creek라는 이름의 실개천 지역들은 모두 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이 물에 가두어질 것같았다.
원래 물에 대한 겁이 많은 사람인 나는 차창 바깥으로 내다보이는 누런 흙탕물에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곧 저 물이 도로를 넘쳐나서 내 발등으로 올라올 것같아 발끝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가도가도 물 천지.
이상한 것은,다른 사람들은 별로 이 홍수에 대해 크게 신경쓰는 것같아보이지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만 달달 떨고있는 것같았다.
소나 말들은 여전히 풀밭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불어난 물을 보러 모여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의 주민들은 하나도 보이지않았다.
하긴,주택이 크게 물에 잠기지도 않았고 동물이 떠내려가는 것도 아니었고 하니 별로 겁낼 상황도 아니었지.....(우리만 겁쟁이였네.)
우리 나라의 홍수처럼 그렇지가 않았다.
조용히 물만 불어났다가 조용히 빠져나가는 타입의 홍수같았다.
크게 휩쓸고 내려갈만한 강도 보이지않았다.

그렇거나 말거나 우린 무조건 그 지역을 한시 바삐 벗어나고싶었다.
마침내 카우보이들의 고장인 텍사스를 벗어나 아칸소주에 들어섰다.
이 두 주의 경계선이 지나는 곳에 위치한 도시, Texarkana.
텍사스와 아칸소의 머릿글자만 따서 만든 지명이었다.
비가 거의 그쳐가고 있었다.

텍사르카나에 있는 휴게소에 잠시 들러 안내 책자도 얻고 볼 일도 보고했는데,갑자기 우리 차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시동이 안걸리는 것이었다.
아마 배터리가 다된 모양이었다.
출발 전에 기본적인 것은 모두 체크하고 떠났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이야...
아직 3만 마일도 안된 차의 배터리가 아웃이 될 수 있나?

남편이 공중 전화로 가서 현대차 비상 서비스망으로 전화를 하였다.
전화 연락이 잘안되었는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바쁘고 혹시나싶은 마음에 우리 차 바로 옆에 주차해있는 백인 아저씨한테 우리의 상황을 설명하였는데 흔쾌히 도와주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점프가 필요한 것같다며, 자기 차의 장비함을 열어 집게가 달린 전선을 꺼내 우리 차와 자기 차의 배터리를 연결하여 시동을 거니, 마침내 우리 차의 시동이 걸리는 것이었다.

자기도 센루이스 출신이라고 했다.
고행 떠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명절에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센루이스를 방문한다고 했다.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센루이스를 방문할 계획이라 했다.
너무 고마운 마음에 20불 짜리 지폐를 꺼내 건네주었더니, 센루이스 사람은 원래 베푼 친절에 대해 돈을 받지않는 법이라며 한사코 거절했다.
아쉬운 마음에 주소라도 적어달라고했다.
이름이 마이크 슈뢰더였다.
떠나면서 우리에게 당부하기를 ,집에 도착하면 배터리를 손봐야할 것같다는 알뜰한 충고까지 해주었다.

자기 갈 길도 멀고 바쁠텐데 이렇게나 고마운 사람이 있나....
게다가 베푼 친절에 대해 사례도 거절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하나 보낼 생각이다.

버클리에 살 때에도 우리가 차로 인해 남의 신세를 잠시 진 적이 있는데, 그 때 친절을 베푼 고마운 백인 아줌마한테 제대로 선물도 못하고 돌아온 게 마음에 많이 걸렸다.
물론 그 사람이야 우리를 완전히 잊고 있겠지만 그 덕에 고맙게 어려움을 넘긴 우리로서는 언제나 그 마음이 가슴에 남아있다.

아칸소를 가로질러 30번 도로를 계속 달려 주 수도인 리틀락에 도착했다.
작은 바위가 어디 있나 살펴보았지만 도무지...
거기서 도로를 바꿔 40번으로 갈아탔다.
미시시피강 너머에 있는 테네시주 멤피스에 들러 엘비스 프레슬리의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함이었다.

미국에 와서,' 넓다,많다,크다,높다....'이런 말을 하면 가장 썰렁한 표현에 속하는 말이 되겠지만,이런 말을 자꾸 안할 수가 없다.
얼마나 그 규모가 큰지 우리가 기존에 알고지내던 크다,많다의 개념을 완전히 부숴놓고 있으니....
들 한가운데에 서서 사방을 둘러 보았을 때,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지평선으로만 이루어진 곳이 있다면 능히 상상할 수 있겠는지...
아칸소의 너른 들이 그랬다.
가도가도 끝없는 넓은 들.
목장도 있고 밀밭도 있고 초지도 있고.....

미시시피강을 마침내 만났다.
센루이스보다 더 넓고 평평해보였다.
강 너머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가 잠든 멤피스.
다리를 건너니 왼쪽에 거대한 피라미드를 옮겨놓은 듯한 멋진 건물이 보였다.
물론 무덤은 아니고 일반 업무용 건물같았다.꼭대기 부근엔 창문도 많이 있었다.

엘비스가 있는 그레이스랜드를 찾아갔다.
생전에 그가 만든 저택이었는데 그의 무덤과 박물관으로 이젠 바뀌고 말았다.
주변은 거의 슬럼가였다.
나이아가라 폭포 주변처럼 썰렁했다.
가난한 흑인 마을 한가운데에 담장으로 둘러쳐져 꼭꼭 숨어있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이었다.

입구의 담장과 바닥은 수많은 팬들이 만든, 그에 대한 아쉬움과 사랑을 담은 낙서로 가득차 있었다.
그 걸보려고 또 더많은 사람들이 거기서 사진도 찍고.
담장을 따라 저택 지역을 자동차로 한 바퀴 돌러보았다.
생각만큼 규모가 크진않았다.
황제의 저택이 뭐가 저래....(물론 겉에서만 살펴본 것에 불과한 표현이지만...)

입장해볼까 고민하다가 그 것도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들렀다가는 오늘 중에 집으로 돌아가는 건 포기해야하니까.
아이들과 사진만 찍고는 다시 돌아가는 길에 올랐다.
내가 자주 엘비스의 노래를 흥얼거려서 그런지 아이들은 엘비스에 대해 생소해하지 않았다.
살아있었다면 67살 정도가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니,그렇게나 젊은 사람이냐고 되묻는다.
이런 유명한 사람들은 최소한 100년은 더된 시절의 사람일 걸로 생각했던 것같다.

죤 에프 케네디,마릴린 먼로,엘비스 프레슬리....모두가 비슷한 시대의 영웅들이었고 지금은 모두가 세상을 남보다 일찍 마감한 사람들이라고.
내가 알고있는 모든 이야기를 아이들한테 설명해주었다.
역사에 관심 많은 현진이는 너무 그 쪽으로만 관심을 둘 것같아 자제하려고 하는데 잘안된다.
알고싶어하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으니.
좀더 다양한 방면으로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성진이는 아직 뭐가 뭔지 천지를 구분 못하는 중인 것같고(역사에 대해).

멤피스를 떠나 미시시피강 서안으로 난 길 55번을 따라 계속 북진했다.
강변에 보이는 흙들이 시커멓게 보였다.
'나, 기름진 땅'이라고 씌어져있는 것같았다.
미시시피강이 던져준 선물이리라.
이제 이 길만 가면 센루이스가 나타난다 하니 아이들이 좋아라 야단이었다.

현진이는 이제 여행을 좀 즐기는 나이가 된 것같은데 성진이는 아직 여행을 기피하려고 한다.
여행의 유일한 낙은 오로지 호텔에서 티비 보는 것 뿐인 아이이다.
그러니 미국에서의 이 먼 장거리 자동차 여행이 무슨 큰 즐거움이 될까.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잘 참아내는 모습이 그래도 대단하다.

정진이가 이번 여행 동안 가장 고생을 많이 한 것같다.
카시트에 거의 계속 앉아오면서 먹고 자고 해야했으니...
출발할 무렵에 열이 조금 있는 것같더니, 여행 하는 동안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열도 도망가버린 것같다.

이번 여행은 다른 어떤 여행들에서보다 고생이 많았던 편인 것같다.
계획대로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았고, 자동차로 인해 고생도 해보았고,포기해야한 부분도 많았고.
짧은 시간안에 너무 많은 여러 곳을 둘러보고와야겠다는 욕심이 너무 앞선 때문인 것같다.
천천히 즐기면서 쉬었다오는 게 여행인데 우리의 여행은 거의 전쟁 수준이니 ....

아,나도 좀 천천히 즐기면서 우아하게 여행 한 번 해보았으면 좋겠다.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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