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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루의 미국생활

아, 할머니!

홍희숙 | 2003.12.31 15:33 | 조회 2603 | 공감 0 | 비공감 0
나의 친정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지난 21일 일요일 낮에.
아흔 둘의 고령이셨지만 바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마당 쓸고, 집 치우고, 여기저기 간섭 많으시던 정정하신 할머니셨는데....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41년만의 일이었다.
남편 복이 적어 일찍 할아버지를 보내시고 거의 반세기를 혼자 버텨오신 생이었다.

슬하에 2남 4녀.
막내 고모가 벌써 마흔 여덟이니 남들은 '호상'이라고 말했지만 어미 잃은 나이 든 여섯 자식들의 슬픔은 몹시 커 보였다.
할머니 슬하에 자식이 몹시 번성한 편인데, 할머니 아래의 자손들 숫자를 모두 합하니 100 명에서 조금 모자랐다.
증손자들 숫자만 해도 수십 명이 되고, 제일 맏이 증손자가 스물 대여섯의 나이였으니 잘 하면 고손자까지 볼 형편이었다.

아버지는 차남이지만 그 동안 장남 노릇 해온 탓인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도 할머니는 아버지만 유독 알아보셨다.
살아 생전 아버지가 얼마나 할머니한테 큰 정신적 버팀목이었는지 그 것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들이 효자면 며느리는 언제나 괴로운 법.
둘째 아들인 우리 집에 늘 와 계신 할머니 때문에 툭하면 손님 치르는 게 일이었던 엄마는 그런 점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셨다.
집에 손님이 오시면 늘 반찬이 색달랐기 때문에 엄마의 고생 정도는 아랑곳 않고 무조건 신나 했던 내 철없던 옛날이 많이 생각난다.
요즘은 남의 집에 놀러 오가는 친척도 별로 없지만 옛날엔 왜 그렇게나 많았는지 모르겠다.
손님이 많이 와야 잘 되는 집안이라던 아버지의 지론 때문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손님이 오시면 만사 걷어치우고 버선발로 맞으시던 아버지의 융숭한 대접 탓에 더욱 손님이 끊길 날이 없지 않았나 싶다.
어린 내 기억에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수시로 놀러온 많은 친척들로 언제나 우리 집이 북적대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 덕에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먼 친척들의 얼굴도 대충 누군지 감을 잡을 수 있어 그런 쪽 실수는 안 하는 편이다.
위로 오빠가 하나 있고 아래로 줄줄이 딸 여섯인 집안의 장녀이기 때문에 아무리 먼 친척들이라 해도 적어도 내 얼굴과 이름 정도는 대부분 기억한다.
어찌 되었건, 나를 기억할 정도의 손님들은 어려서 우리 집에 엄청 자주 놀러왔던 손님들인 것만은 확실하다.
5일장 봐서 반찬 마련하던 그 시절에 엄마는 어떻게 손님 음식 다 마련했을까?


할머니께서 돌아가시던 날은 마침 큰어머니 생신 날이어서 가까운 식구들은 대충 모일만큼 모인 상태였기 때문에 가족들이 모이는 데에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들 둘과 딸 넷이 다 모였고, 장의사에게 연락되었고, 부고장이 준비되었고, 일 도울 사람들이 긴급 소집되었다.
병원이 아닌 자택에서 운명하셨기 때문에 장례식을 준비하는 절차가 굉장히 복잡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사람도 있나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난생 처음 당해보는 상례인지라 난 그저 어른들이 하시는 걸 곁에서 구경만 할 뿐이었다.

서울 사는 막내딸까지 마침내 도착하자 염을 하고 기타 입관 의식이 진행되었다.
평소 할머니께서 기거하시던 그 방에서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되었는데 난 부엌에서 소리만 들을 따름이었다.
잠시 후에 그 방을 들어가니, 동창 아래에 시신을 담은 목관이 가로놓여졌고 그 것을 길다란 병풍이 가로막고 있었고, 병풍 앞에는 간단한 제상이 차려져 있었고, 향이 함께 타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동네 아저씨들과 오빠들이 장도 보고, 천막도 치고, 집 주변도 치우고, 주차 시설도 준비하는 등 바삐 제각각 움직이고 있었고, 부엌에서는 다섯 명의 올케들이 다듬고 씻고 끓이고 부산을 떨어댔다.
고모들은 방안에서 손님맞이를 하고 있었고 큰아버지와 아버지, 큰어머니와 엄마는 벌써 상복을 입고 바깥에서 곡을 하며 방문객들을 맞고 있었다.
곡을 한다는 것이 소설에서나 읽은 부분이었는데 막상 곁에서 '아이고, 아이고∼'하는 소리를 들으니, 전통이 감정을 지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각지에서 근조 화환이 하얀 3단 국화꽃으로 치장되어 속속 들어오고 있었고, 제법 높은 관직의 사람들이 보낸 종이 화환은 빈소 바로 곁을 장식하며 가문의 위세(?)를 자랑하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밤이 되니 먼 친척들이 하나둘씩 도착하였고 넘쳐나는 아이들을 친정 집으로 집단 이주시켜
임시 탁아소 문을 열게 하였는데, 그 날 아이들의 숫자가 서른 명을 넘고 있었다.
세 명의 여동생들이 아이들의 보호자 노릇을 하였는데, 의외로 온순하게 말을 잘 들어 큰 어려움 없이 바쁜 엄마아빠의 짐을 잘 덜어주었다고 할 수 있었다.
밤새 마을 회관은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부엌떼기들은 음식 날라대느라 엉덩이 바닥에 붙일 틈도 없어 보였다.

그러면, 나는 이 판국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
아이들 셋을 모두 친정 임시 탁아소에 보내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사소하고 자잘한 뒤치닥꺼리를 해결하였다.
쓰레기 치워주고, 화장실 청소하고, 군불 대어주고, 나물 다듬고, 방 치우고, 손님 안내도 하고.
즉, 오빠들이나 올케들이 하지 않는 자잘한 틈새 일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별로 눈에 띄는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아니면 할 수 없었을 일이 참 많았다고 생각된다.

남편은 월요일에 맡은 중요한 강의 때문에 상중이지만 미룰 수가 없어 대전까지 올라갔다가 이튿날 저녁 늦게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렇게 첫째 날이 지나가고 둘째 날.
외식업체의 출장 음식 서비스 팀이 각종 시설을 차려놓고 본격적인 손님맞이를 시작하니 부엌 식구들의 손이 한결 여유로와 졌다.
이 날에 가장 많은 조문객이 몰려들었는데, 조문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져 빈소를 지키는 아버지와 큰아버지가 셀 수도 없이 많이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해야 했다.

며칠 동안 혹한이 계속되다가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부터 시작하여 탈상하던 날까지의 닷새는 3월 중순의 따스한 봄 날씨의 연속이었는데, 하늘도 부조를 해주는 것이라고 모두들 감사해했다.
탈상하던 날인 크리스마스 오후부터는 바람이 세어지고 추워지면서 다시 평소의 겨울 맹추위로 돌아섰는데, 할머니가 복이 많아 그런 것이라고 다들 한 마디씩 하셨다.

남편의 사무실 사람들과 내가 재직하는 학교의 선생님들도 문상을 와주셔서 황송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바쁜 업무 제쳐두고 이 깊고 먼 산골까지 물어물어 찾아오셨을 그 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말이 절로 나왔다.

셋째 날 장례식.
목관이 손자와 사위들의 손에 실려 바깥으로 옮겨져 나왔고, 준비된 꽃상여로 감싸졌다.
이 과정에서 몇 번의 제례가 있었는데, 산소에 가기까지 총 다섯 번의 예가 갖추어진 것 같았다. 제의 이름이 모두 달라 하나도 기억을 못하지만...

워낙 절차가 많고 복잡해 아예 집안의 전문가 어른을 한 분 초빙 해두고 사소한 음식 하나하나에까지 조언을 구해가며 준비를 해갔는데, 뼈대 없고 아래위 없다는 소리 안 들으려고 모든 절차마다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마당 한 켠에서는 동네 아저씨들로 이루어진 상여꾼들과 앞소리꾼이 일찌감치 상여를 멜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고, 산소 자리엔 벌써 포크레인이 먼저 출동하여 길을 다지고 산소 자리의 터를 가꾸고 있었다.

시간이 되니 앞소리꾼의 소리에 맞춰 상여꾼들의 추임새가 이어졌는데, 어린 시절에 더러 들어보던 바로 그 상여 나가는 소리였다.
우리 집의 형편을 훤히 아는 앞소리꾼이 아들며느리, 딸사위 골고루 불러내 가며 돈주머니에 돈을 채우라고 노래하였는데, 저승길 가는 데에 노잣돈이 필요하다며 돈을 계속 요구했다.
좀 짜증이 났지만 아무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이왕이면 좋은 게 좋다고.
호명받은 사람들이 차례로 앞으로 나가 돈 봉투를 건네니 겨우 상여가 출발할 수 있었다.

골목길을 벗어나 한길가로 나와 실개천을 건너 마침내 할아버지 산소까지 행렬이 도착했다.
미리 와있던 포크레인이 기본적인 준비 작업을 마무리 지워놓은 상태였고, 할아버지 산소 바로 옆에 할머니가 묻힐 공간이 이미 깊숙이 패인 채 준비되어 있었다.
산소 한쪽 옆에선 또 제상이 준비되고 빈소가 차려졌고, 산소로 문상 온 사람들을 위해 외식업체 출장 팀들이 산소 아래쪽에 진을 치고 음식 대접을 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의식이 행해졌고, 미리 받아둔 입관 시간에 맞춰 목관에 보관된 시신을 산소 안에 준비된 석관으로 옮기는 순서로 이어졌다.
많은 가족들의 눈물의 배웅 끝에 마침내 할머니는 흙으로 돌아가는 절차를 밟게 되었고, 상여꾼들의 '탈구' 노래에 맞춰 봉분이 쌓여지고 다져지길 반복하며 마침내 잔디가 입혀지는 순서에까지 마무리짓게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노잣돈이 몇 번이나 지급되었고 나와 남편은 물론 거기에 참석해있던 모든 가족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여비를 연이어 꽂아주었다.
사실 그렇게라도 해서 할머니의 저승길이 더 편안해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의식이 거의 끝날 무렵부터 산소 귀퉁이에선 꽃상여와 목관, 기타 유류품들이 태워지기 시작했다.
이 것이 할머니의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에 슬픔이 다시 북받쳐왔다.
낯설고 물선 남양 홍씨 집안으로 시집 와서 구십 평생 온갖 좋은 일 궂은 일 다 겪고 이제 다시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몸종까지 데리고 시집 와 살림살이라곤 하나도 몰라 부엌살림을 익히는 데 한참이나 고생했다는 할머니.
한글은 물론 웬만한 한자 정도는 줄줄 읽어내어 영특함을 자랑하시던 내 할머니.
이제 하늘 나라에서 할아버지를 만나 편안히 쉬셨으면 좋겠다.


장례가 끝나고 이틀 후에는 삼오(어디에서 온 말인지 알 수 없다.)라고 불리어지는 탈상일이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 큰댁으로 갔더니 벌써 제가 끝나고 상을 모두 치우는 중이었다.
삼색 나물 등으로 이루어진 제사 비빔밥을 먹은 후 할머니 산소로 온 식구가 올라갔다.
산소는 물론 그 주변까지 깨끗이 정리되어진 모습을 둘러보고 간단히 제를 올린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이제 할머니는 더 이상 집에 계시지 않았다.
보고싶을 때 다시 살아 생전의 모습으로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프다.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기기란 다하여라...하는 말이 진실로 진실이었음 에라.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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