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여행이란?'
이런 질문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한 때 유행했던 광고 카피 '열심히 일 한 당신 떠나라!'이다. '쉽'으로서의 여행이 강조된 카피다. 파란 하늘과 더 파란 바다. 아무것도 얶매일 것 없어보이는 주인공의 표정! 쉼도 성취의 결과로나 얻을 수 있는 어떤 면에서는 정복자 같기도 한 표정. ^^; 정말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하고, 늘 긴장과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 살게하는 사회니까 가능한 광고가 아니었을까. 위로같지만 또 뭔가 모를 계급의식이 느껴지기도 했었던 광고였다. ㅎㅎ 여튼 여행은 누군가에게는 편안한 '쉼', 누군가에는 위무의 수단, 누군가에게는 공부, 또 누군가에게는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지리 전공자인 내게 '여행'은 공부이자 놀이이다. 그래서 항상 참으로 축복 받은 전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누군가는 정말 돈 안되는 전공이라고 혀를 끌끌 차기도 했지만. ^^; 하여간 이 덕분에 다른 공간(지역)을 갈 때, 혹은 익숙한 공간에서도 무엇가를 찾으려고 반짝반짝하게 되는 것은 지리를 전공한 교사로서의 습성이라고 생각된다. 덕분에 매 순간이 정말 공부이자 놀이 같다.
이런 나에게 여행지는 혹은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과 문화는 어떻게 해석이 될까? 대단한 고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제는 좀 글로 정리하면서 생각도 정리해 볼 필요를 느낀다. 예전에는 여행에서 만난 수 많은 사건과 장면들을 뭔가 하나의 생각 줄기로 정리를 하는 것이 맘에 안들었다. 더 많은 생각들은 죽는 것 같아서. 허나 하나도 어려운데 그 산만한 생각들과 관심을 정리할 재주는 없으니 늘 미뤄두었다. 사진도 어느 순간에는 '내가 보고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이 더 중요해'라며 미뤄두기도 했다. 그러면 그 느낌과 감동을 전달할 사진이 없거나 적절하지 않으니 미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스스로의 만족, 혹은 면대면으로 만나서 대화하는 사람과의 소통은 가능하지만 많은 함께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이제는 좀 정리해야할 필요를 느낀다. 쪽글이나마 나누고 다른 생각들을 더 많이 만나야겠다는 생각. 그게 <然在의 세상보기>의 출발점이다. 때로는 거시적으로 때로는 미시적으로 종횡무진할 것 같다. 산만한 나의 생각들이 다듬어지지 않고 나올테니까. 그러다보면 스스로 정리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또한 여행. 동행자를 찾는다. ^^
여행(지리에서는 답사라고 한다)은 '다름'(차이)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다르지 않은 곳을 찾아갈 이유는 없으니까. ^^ 하지만 다른 나라나 지역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다름'이기도 하지만 '같음'이기도 하다. 그래서 같은 것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을 때(건축, 음식, 예식(관혼상제), 습관 등) 더 재미있기도 하다. 그것을 읽어내는 것은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표현으로는 '관심을 가진 만큼' 보이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 나와 '다름'과 나와 '닮은'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제 나도 깊이 천착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