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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글이샘의 나라밖 학교 이야기
[핀란드] 반따 공항에서 자작나무 숲을 바라보며 (2011-2013)
더위가 절정에 이르던 2011년 8월 중순 무렵.
후텁지근한 한국의 여름 공기와 달리 헬싱키 반따 공항에 처음 내렸을 때 피부로 느껴지던 기운은 서늘함이었다. 다른 국제 공항에서의 경험상 대기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뚜르꾸행 비행기 탑승 시간을 너무 늦게 잡았더니 반따 공항에서 네 시간이 넘도록 기다려야 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길게 늘어선 줄에서 시간이 촉박해 발을 동동 굴렀던 경험과는 달리 반따 공항은 너무도 한산했다. 아직 핀란드 땅을 직접 밟지는 않았지만 대기실 창 밖 너머 자작나무 숲을 보며 여기가 핀란드라는 걸 실감한다. 태블릿 PC에 핀란드에 가면 할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을 들여다본다.
서늘함이 진해져 추위마저 느껴질 무렵, 드디어 뚜르꾸행 비행기를 타고 삼십여분 간 비행 후 뚜르꾸에 도착하다. 내 허리 높이가 넘는 커다란 짐가방 두 개를 낑낑대며 밀고 나가니 내 이름이 쓰인 팻말을 들고 서 있는 나의 튜터 Jan,그리고 그의 부인 Niina가 보인다. Niina가 튜터인 독일인 교환학생 Marcos도 함께. 나 때문에 공항에서 기다렸을 그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다. 밤 열 시가 다 된 시간인데 아직도 환하다. Jan은 내 아파트 열쇠도 학생 아파트 사무실에서 미리 받아왔다. 작은 차에 큰 짐가방과 사람 넷을 태우고 아파트로 향한다. 다행히 그 독일인 교환학생과 내가 살 아파트는 서로 길 건너편에 가까이 있다고 한다.
가는 길에 늦게까지 문을 연 수퍼마켓 (Siwa)에 들러 간단히 먹을 것을 좀 샀다. 나는 치즈가 들어간 빵과 우유. 아파트 안내 지도를 보고 찾아간 내가 살 집은 2층 아파트의 2층. 나 말고도 두 사람과 부엌과 욕실을 공유하는 아파트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무도 없다. 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집 대문 열쇠와 방문 열쇠가 같다. 그러면서도 물론 다른 사람의 방문과는 맞지 않는 신기한 열쇠-Abloy-다.) 책상과 옷장, 책장, 침대가 보인다. 처음부터 furnished apartment를 신청했었는데, 침대가... 매트리스가 없는 나무 침대틀 밖에 없다. 이 밤중에 (그러나 환한) 어디서 매트리스를 구하겠는가. 한국에서 가져온 커다란 타월을 깔고 겉옷을 꺼내 덮고 잠이 든다. 핀란드에서의 첫날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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