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게구름의 여행수첩
독서 권하는 사회
프랑스에서 유난히 사람들이 독서를 많이 한다고 인지한 지는 사실 한참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 공원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길거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틈에서
독서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녀노소 책읽기에 열심이다.
독서가 생활의 일부다. 오래 이동을 해야 할 경우엔 이제 말을 하기 시작한 아이들에게도 그림책을 쥐어준다.
몇 해 전, 동네 지하철 역에서 뚝딱뚝딱 작은 공사를 하더니, 미니 도서관을 만들어냈다.
지하철 역 뿐 아니라, 공원이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곳 마다 도서관을 만들었고, 현재진행형으로 그 수를 늘리고 있다.
틈만 나면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다른 나라 풍경과는 사뭇 달라서 책과 가까이 하는 사람들 틈에서 좀 놀랐다.
야외 도서관을 만드는 발상에 감탄했고, 또 그 도서관 운영 역시 100% 시민들의 손에 맡겨 또 한 번 감동했다.
도서관 운영방법은, 누구나 가져다놓고 싶은 책을 지정 장소에 가져다 놓는 방식이다.
또한, 누구나 그 곳에 놓인 책을 가져다 읽고, 다시 갖다 놓으면 된다.
책을 손상시키거나, 터무니없이 여러 권을 챙겨 가져가는 사람들도 없다.
처음엔 과연 무인 미니 도서관이 잘 운영될까 염려도 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대성공이다.
단 한번도 책이 없던 적이 없다. 손상된 책이 놓인 적도 없다.
살 수 없는 귀한 책들도 가끔 놓인다.
어제 나는 미니 도서관에서 '안네 프랑크의 일기'를 가져왔는데, 첫 장에 1942년 7월 9일이라고 사인이 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 책을 소유했던 사람은 지금 이 세상에 없을 수도 있는데,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나 오래된 책인데, 새 책 같다. 흔한 낙서 하나 없다. 책이 심지어 비닐포장까지 되어있다.
책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보면, 이 나라의 힘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 img_4495.jpg (1.5MB) (0)
- _img_4430.jpg (3.9MB) (0)
- _img_4458.jpg (4.2MB) (0)
- _img_2823.jpg (1.6MB) (0)
- _img_5723.jpg (2MB)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 날짜 |
---|---|---|---|---|
7 | [유럽] 눈 [2] | 뭉게구름 | 2024 | 2019.01.27 23:45 |
6 | [기타] 프롤로그 [4+7] | 뭉게구름 | 2143 | 2019.01.26 08:51 |
5 | [아프리카] 그들이 사는 방법 | 뭉게구름 | 1768 | 2019.05.01 06:12 |
>> | [유럽] 독서 권하는 사회 [2] | 뭉게구름 | 2768 | 2019.05.07 05:31 |
3 | [유럽] 숲 이야기1 [1] | 뭉게구름 | 1953 | 2019.05.28 03:30 |
2 | [유럽] 숲 이야기2 [2] | 뭉게구름 | 1841 | 2019.05.29 21:24 |
1 | [아프리카] 아프리카 아이들이 가르쳐준 행복 [5+1] | 뭉게구름_ | 4663 | 2019.01.22 08: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