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을 열면 시작되는 숲 길이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숲 속에 마을이 들어선 형국이다.
파리에서 불과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다.
그 숲엔 두어 개의 호수가 의젓하게 자리잡고 있고, 말, 사슴, 토끼, 여우, 청솔모, 다람쥐, 맷돼지, 거북이, 자라, 학, 오리, 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개구리, 부엉이를 비롯한 각종 새들 등 여러 동물 친구들이 어울려 살고 있다.
또한 알밤에 도토리는 물론이거니와 몰라서 못 먹고 있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풀들이 자라고 있다. 며칠 전엔 둥글레 뿌리를 캐다가 깨끗이 씻어, 살짝 찐 후, 바싹 말려 둥글레 차를 끓여보았다.
내사랑 깻잎을 이 숲에 전파시키기 위해 열심히 씨도 뿌리고 있다. 꼭 살아남기를..!
이 뿐만이 아니다. 내가 기댈 수 있는 내 친구 나무, 일명 '코끼리 나무'가 살고 있다. 그의 나이 약 200년 (추정), 언제나 그 자리에 딱 지키고 서서 넉넉한 품을 내어준다. 자주 가서 껍껍한 피부 어루만져준다.
숲을 집 앞에 두고 있기에, 아니 숲 속에 있는 집에 살기에, 아침엔 새 지저귐에 잠에서 깨고(뭔가 낭만적일 것 같지만, 새들이 뭔 할 말들이 많은지 지지배배 꽤 시끄럽다),
비가 흠뻑 오고 나면, 달팽이에 리마스들 달달거리고 돌아다니기 바쁘고(이 녀석들이 나의 금쪽같은 깻잎을 갉아먹는다!),
저녁 어스름엔 고슴도치들 정원에 고슴고슴 돌아다니고, 부엉이들 이부이부 소리내며 일을 시작한다.
이쯤되면, 사람이 동물세계에 끼어들어 사는 것 같다.
미세먼지가 뭔지 영원히 모를 것 같은 마을, 청정구역
그 숲 속엔 프랑스에서 제일 비싸게 거래되어 신문에도 나왔던 ‘성’이 멋드러지게 우뚝 솟아있는데, 자그마치 2500억 몸값 자랑하신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2500억까진 아닌 것 같은데...
이 성의 주인은 중동 아랍인으로, 1년에 딱 3일 온다고 한다. 평소 관리인들이 성을 지키고 있는데, 그 규모가 너무 커서 자주 도둑들이 들어오는데도 눈치도 못 챌 정도..! 그러다 작년 여름 고등학생 예닐곱 명이 성에 들어가 외부 수영장에서 수영도 하고, 정원에 세워져있던 동상들을 술김에 훼손하는 등 ‘눈에 띄는’ 횡보에 걸렸고, 도망쳤지만, 그 다음 날 CCTV 단서로 그들을 다 찾아내 경찰력 동원하여 잡아들이고, 법원까지 갔다! 간도 큰 아이들이다. 알고보니 성 안(정원)에 들어가 자주 놀았던 모양이다.
또 작년 이 맘 때 즘엔 숲 속에서 자전거 타던 한 아이가 묘기를 부리다가 비탈길에서 크게 다쳐 입 천장이 갈라지고, 치아가 다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퍽(!)’소리가 나길래 가 보았더니,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게 아닌가? 응급차를 부르고 반 시간 동안 아이가 심리적 안정을 조금이나마 찾게 도와줬다.
나름 여러 이야기를 품고 있는 나의 숲, 우리들의 숲.
숲 속 나무들은 비도 막아주고, 땡볕에 시원한 그늘도 내어주고, 알알이 열매도 안겨주고, 가끔 바람과 협연하여 멋진 음악도 들려준다.
대문을 열면 시작되는 숲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