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 영화를 보고 느낌을 적게 될 줄은 몰랐다. 베테랑은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다. 재벌과 서민의 구도를 만들고, 거기에 정의감 넘치는 경찰이 개입하여 해결한다는 스토리다. 이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을 세련된 방식으로 직조했다. 재벌 3세의 모습은 있을 법한 사태라는 점에서 현실에서 많이 비껴가진 않았다. 그들이 사람을 다루는 방식, 언론과 경찰을 다루는 방식도 있을 법한 재현이다. 그들의 범죄 역시 그러하다.
그러나 그것을 해결해가는 주체는 말단의 형사팀인데 이 설정은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줄지언정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양념으로 수사 중단 등의 외압이 끼어들긴 했지만, 결국 의리와 정의감으로 뭉친 형사팀에서 해결한다는 이야기는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현실에서 불가능한 설정을 관객들에게 펼쳐보이고 싶었는지 모른다.
바로 그 요소가 일개 경찰이 재벌에 맞서는 무리한 구도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경찰들을 응원하며 영화를 끝까지 본다.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진 이유다. 지극히 전형적인 스토리를 세련된 방식으로 잘 만들어 시종 긴장감을 잃지 않게 끝까지 잘 밀고 나갔다. 재기 넘치는 연출의 힘이다.
그렇다고 해도 현실과 비현실을 교차하며 세련된 연출력으로 넘어서려 했던 한계는 그대로 남아 있다. 실제 형사들이 재벌에 맞서 외압을 견디며 정의감과 의리, 팀워크로 똘똘 뭉쳐 영화처럼 싸우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비현실적 희망사항이다. 역설적으로 이점이 관객을 끌어 모으는 이 영화의 힘이다. 베테랑은 비현실이 현실이기를 바라는 소시민들을 잠깐 동안의 즐거운 상상으로 안내하는 오락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