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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간의 실존적 관계로 보는 영화 사도
사도
영화 '사도'는 무겁다. 익숙하게 알려진 스토리에 접근하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은 '왕의 남자' 이후 최고조에 도달했다고 믿는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조선시대를 극으로 다루어왔던 방식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당쟁을 중심으로 보는 방식이다. 실제 조선의 왕은 절대권력이 아니었다. 늘 당쟁의 중심에서 불안과 위협을 감당했다.
또 다른 사극의 소재는 궁중 여인들의 이야기였다. 왕비와 후궁, 그리고 궁녀들 속에서 벌어지는 시기와 질투, 외척의 발호 등이 왕 혹은 측근을 움직여 권력 지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므로 조선시대를 다루는 사극에서 당쟁과 내명부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선택할 수 있는 소재였다.
사도에서 이준익은 이 두 가지를 과감하게 제거한다. 그러면 남는 것은? 바로 영조와 사도, 부자 간의 실존적 관계다. 화면은 수미일관하게 이 두 사람의 존재와 의식의 변화를 추적한다. 보는 사람들의 관점에 따라 영조와 사도간의 틀어짐에 대한 배경과 동기가 부족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법 하다. 물론, 나는 그것을 부자간의 실존적 관계로 단순화하여 몰입을 극대화시킨 것에 점수를 주고 있지만.
말하자면 영조가 가질 수 밖에 없는 출신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것을 비켜가면서도 그의 말과 행동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송강호는 이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본다. 그러므로 인간적 면모나 고뇌를 연기 속에 담아내려 했을 것이다. 영조가 80을 넘겨 살았는데, 지금으로 보면 100세 정도에 해당하는 나이다. 그 양반 파란의 연속을 감당하며 참 오래 살았네. 하여튼, 사도를 죽여 조선 최고의 개혁군주라 불리는 정조를 탄생시킨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더 이상은 스포일러가 나와서 이 정도로 끝. 궁금한 분은 영화로 보시길.
[사족] 그런데 강남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이 영화를 많이 본단다. 자녀에게 "너 공부 열심히 안 하면 나중에 사도세자처럼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위함이란다. 탈맥락과 몰상식, 그리고 천박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가공할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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