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중학교까지 확대 실시될 정보소양인증제를 교사들은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설문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1%의 교사들이 교육부의 정보소양인증제의 중학교 실시를 반대했으며, 33%에 해당하는 교사들만이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중학교 교사들보다 고등학교 교사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전체 48.1%의 중학교 교사들이 정보소양인증제를 반대(찬성 44.4%)하는 것에 반해, 고등학교 교사들은 76%가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99년부터 고등학교에 실시되어 온 정보소양인증제가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또 특이한 점은 교사의 경력과 교육정보부 담당 여부에 따라 찬반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이다. 교사 경력과 크게 상관없이 많은 교사들이 인증제를 반대하고 나섰으나, 경력 5년 이하의 교사들(57.1%)은 대체로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교육정보부 담당 교사들이 정보소양인증제를 반대(56.3%)하는 것에 비해 아닌 교사들은 그보다 적은 수(45.5%)가 반대했다. 교사들의 정보소양인증제 반대 이유는, "정보소양인증제 자체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소양인증제는 실질적인 컴퓨터 교육이 아니며, 수준도 낮고 따기도 쉬워 단순히 형식적인 시간 때우기 제도로 전략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 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또 정보소양인증제가 교사와 학생들 모두에게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반대의 이유로 꼽혔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보소양은 말 그대로 소양으로 운영되어야 하며, 개인의 소양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정보소양을 길러 학문의 기초를 닦는다는 취지는 좋으나 대입전형에 이를 활용한다는 것은 또 다른 교육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교육정보부 담당 한 교사는 "정보소양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나, 이를 자격으로 등급을 구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수학을 배워 일정한 기준을 통과했다고 자격증을 주는 것이 아니듯이, 배우는 것 자체를 인정해줘야 정보소양을 자연스럽게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보소양인증제를 찬성하는 많은 교사들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정보화 마인드 형성에 도움이 되는 점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서 한 교사는 "컴퓨터에 전혀 관심이 없는 교사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컴퓨터 입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학생들에게 컴퓨터가 게임기가 아님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변했으며, "교사들 눈 피해가며 채팅을 하도록 하느니 차라리 응용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대답한 교사도 있었다.
정보소양인증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학생들의 정보소양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99년 고등학교에 첫 도입한 제도이다. 이 제도는 앞으로 중·고교에서 총 68시간 정보관련 과목을 이수하면 고등학교 졸업 때 1등급을 부여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보소양인증제는 2002학년도 대학입시에 첫 도입돼 27개 대학이 전형자료로 활용됐으나, 2003학년도에는 16개 대학만이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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